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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를 아는 사람 Oct 30. 2023

참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상하다. 며칠 전부터 회사에서 일을 하러 다니는 구역마다 평소 보지 못한 책이 놓여 있다. 멀리서 두께만 보고 와~ 책 두께가 상당하다 싶었다.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제목이 익숙하다. 어. 휴게실에서도 봤던 책이다. 근데 똑같은 책이 왜 곳곳에 있지? 책을 쓴 작가가 자기의 책을 동료들에게 나누어 준 것인가? 의문이 생길 즈음. 표지를 보니 외국 작가가 쓴 책 같다. 


이곳저곳 업무상 청소를 하러 다니다가 내가 봤던 비슷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유심히 보니 비슷한 것이 아니라 똑같은 책이다.

 "어. 이 책 다른 곳에서도 봤는데!" 했더니,

 옆에 있던 사람이 건조한 말투로 "내가 뿌린 책인데요!" 덤덤하게 말한다. 책을 뿌렸다는 말에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렇군요. 저도 책 좋아하는데."

"다음에 제가 드리는 걸로" 하며 웃는다.

"감사합니다"


퇴근 후 집에서 제목으로 책을 찾아보니 이 책은 필자가 경험한 삶의 지혜가 담긴 내용의 책이었다. 그중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부자가 될 수 있는, 부자가 되는 내용이 있다고 해서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 무언가를 탐색하는 재미로. 되고는 싶으나 아무나 쉽게 될 수 없기에 사람들은 부자를 더 동경하는 것이 아닐까? 물질적 부자도, 마음 부자도 둘 다 이루기 힘들겠지만 가능성을 보자면 후자가 좀 더 빠르지 않을까.


난 늘 내가 미리 정해 둔 만족하는 선의 높이를 으며 살아가고 있다. 욕심을 버리고 부족함 보다는 풍족함을 느끼며 살다 보니 일상이 행복에 젖는다. 이것은 정신적 부자로 가는 밑거름이 된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모자라는 것은 또 어디선가 나타난 그 무엇이  금세 채워준다. 당장 채워지지 않았다고 해서 불만을 가질 필요가 없다. 기다리면 되는 것을.


까만 밤. 꼭 밝음이 필요할까? 밤이 대낮처럼 밝아진다면 별은 어떡하라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밝음이 별에게는 도리어 방해가 된다. 밝음이 없는 어둠 속에서라야 별은 더 빛을 발한다. 어둠이 있기에 별이 돋보이고 빛나는 것이다. 삶의 중요한 포인트는 부족함 속에서 나온다.


일주일 후 나에게 책을 줄거라 약속한 사람과 테이블 앞에서 서로 눈이 마주쳤다. 난 꾸벅 인사를 하고 그 사람은 머리를 바닥에 닿을 듯 인사를 건넨다. 지나가려는데 멈춰 세운다. 아래로 고개를 잠깐 숙이더니 두 손을 쭉 뻗어 두꺼운 책을 불쑥 내민다. 손에 낀 장갑을 후다닥 벗겨내고 두 손에 공손하게 책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부자 되는 법 잘 배워 보겠습니다.ㅎㅎ"

"네"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부자 되면 이 일(청소) 안 하시겠네요?"

"아니요. 저는 부자 되어도 할머니 될 때까지 이 일(청소) 계속할 거예요."

옆구리에 두꺼운 책을 끼고 그곳을 벗어나려는데

"잠깐만요" 하며 책을 준 사람이 다시 불러 세운다. 무슨 얘기를 하려나 싶었는데 무언가 꺼낸다. 가까이 갔더니 북클립  두 개를 내지에 끼워 준다. 다시 한 마디,

"책에 문구도 적혀 있어요!"

표지를 살짝 들춰 본다. 시원스럽게 쓴 영문. 명필이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해석이 안된다. 단어만 몇 개 보일뿐. 전체 문장 연결이 안 된다.

"나중에 사전에서 확인해야겠다"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네. 감사합니다."


잠시 후, 지나가는  젊은 친구에게 표지 속 영어 문장을 해석해 달라고 부탁한다. 바로 이 문장이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노력을 멈출 때까지 절대 실패 하지 않는다" 궁금증이 해소되는 순간이다. 평소 몰라서 답답한 것보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에 난 질문 하기를 좋아한다. 


이 책은 표지만 봐서는 외국작가인가 했는데 우리나라 작가인데 필명이 영어식이다. 책을 회사 곳곳에 뿌린 남성의 나이는 추측이지만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정도로 예상된다. 뿌린 책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20~30대 청춘들. 예외적으로 난 이 나이를 한참 벗어나지만.


어른이 된다는 거,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이가 들수록 욕심이 더 생겨서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어린아이처럼 움켜쥐려고 하는데.  사람은 내어주려고 하니  괜찮은 사람인 듯싶다. 자주 마주치는 이지만 인사만 하고 지낼 , 겉모습만 봐서는 무뚝뚝하고 깐깐해 보였던 사람인데. 자기의 돈을 들여 책을 구입해서 젊은 친구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모습에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르침이란, 몸소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책을 받아 읽은 사람들은 당연히 각자의 상황에 맞게 깨우침이 생기겠지. 누구든 다른 사람의 인생 경험은 작든크든 도움이 되니까. 하지만 그보다 이 남성이 행동으로 보여 준 메시지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참 어른은 말 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임을 깨닫는다. 이런 사람을 보면서 또 한 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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