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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병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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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팅게일 Mar 28. 2024

불행 곱씹기에서 해방되기

병가일기 #9

*이전화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우리 뇌가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경험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개념은 나에게 새로운 사고의 장을 열어 주었다.



'그렇다면 뇌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도 현재인지 아닌지 구분하려나?'



이렇게 생겨난 자연스러운 물음에 대한 답을 조 디스펜자의 '브레이킹, 당신이라는 습관을 깨라'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저자는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느낌, 그에 따른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그것은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되고 나면 몸은 무의식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한다. 운전이 익숙해지면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도 몸이 알아서 운전하는 것처럼. 몸이 주인이 되어 마음을 지배하게 된다고. 그래서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 생각뿐 아니라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살면서 몇몇 힘든 경험으로 많은 고통을 겪은 이는 그러한 기억들이 나중에도 특정 시간, 장소, 사람과 연관되어 감정 반응을 불러일으킨다고. 과거의 경험을 자동으로 회상할 정도로 자주 떠올리는 등 오랫동안 고통을 생각하고 느끼는 연습을 해왔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내가 자주 하는 생각은 곧 나의 정체성이 된다.'



자신이 되어버린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삶의 환경보다 더 크게 생각하고, 몸에 기억된 느낌들보다 더 커져야 하며, 기억된 과거와 예측 가능한 미래가 아닌 새로운 '시간'선에서 살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어떤 미래 현실을 마음속으로 잘 연습해서 뇌가 마치 그 현실을 이미 경험한 것처럼 변할 때, 이때가 바로 그 사건이 우리를 찾아내는 순간이다.⏪



나는 그간 과거의 불행들이 나를 망가뜨린 것이라고, 이제는 과거의 불행을 기억하며 망가진 채로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 그런데 단순히 내가 특정 생각을 자주 '연습'했고 그에 따라 몸에 생각의 길을 낸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간의 일들이 이해도 되고 벗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나의 고통을 몸이 기억해 내고 다시는 그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 내 몸이 나를 보호하려고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정체성이라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닌 내가 지금부터 원하는 것을 부여하면 되겠구나 싶어 설레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정체성!



완전히 새로운 내가 되기 위해 작년 한 해동안 매 달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월간 도전을 시작한 계기다.



과거의 불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두 가지를 했다.



1️⃣ Thinking Creates Your Reality - 상상력으로 미래 그리기


어릴 때부터 나는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무언가를 상상하면 내 눈앞에 마치 그것을 펼쳐보듯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고 느낄 수 있다. 상상하는 것이라면 자신 있다. 그런데 그 능력을 현실적이지 못하단 생각에 제한하려 했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상상력 덕분에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 했을 때도 결국 내가 그린 그림과 나를 믿고 나아가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상상력을 이용해 내가 원하는 미래를 그리고 체험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직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는데 신혼여행지로 정해놓은 파리에 가는 상상을 매우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내가 묵고 싶은 호텔 사진을 찾아 우리 가족이 함께 있는 상상 하며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상상을 한 적 이 있는데 달라진 점은 상상력을 제한하거나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스스로를 혼내지 않았다는 점과 지금 당장 파리에 못 간다고 좌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나를 내가 원하는 그림에 마음껏 풀어놓고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신기하게도 매일 불행을 곱씹으며 원망과 슬픔, 억울함으로 가득했던 내 마음이 미래에 대한 기대와 행복함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2️⃣ 나만의 의식: 놓아버리기



해리포터의 '펜시브'를 기억하는가?



은빛 물질이 담긴 고풍스러운 돌 재질의 둥근 세면대 같은 형태의 마법물건으로 이곳에 사람의 특정 기억을 풀어놓으면 그 사람의 해당 과거 기억 속으로 들어가 당시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때 기억을 보는 사람은 특정 기억 속 장면으로 들어가기만 할 뿐 등장인물과 이야기할 수도 그 일에 직접 개입할 수도 없다. 덤블도어는 자신의 특정 기억을 실험용 작은 실린더 병에 담아 두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본다. 기억을 직접 꺼낼 수도 있는데 이때 지팡이를 관자놀이에 대면 은빛의 빛줄기 같은 형태로 기억이 빠져나온다.



랜덤으로 재생되던 불행의 기억들이 생각날 때마다 나는 그것을 나만의 펜시브에 넣어 수차례 과거 여행을 떠났다.



나는 다음과 같은 의식을 치렀다.



❇과거의 장면을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를 분리시켜 지켜본다.



❇장면이 끝나면 나는 과거의 나에게 다가가 안아주고 '그간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많이 슬펐지? 와 같은 말로 위로한다. 이때 과거의 내가 만족할 만큼 충분한 양의 위로여야 한다.



❇위로가 끝나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렇게 과거를 견뎌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어. 그간 내 안에서 괴로워하느라 고생 많았어. 나는 너를 이제 그만 놓아줄게. 이제 푹 쉬어. 이제 그만 은퇴해도 돼.(이때 과거 속 내가 은퇴 후 해변가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썬베드에 누워있는 이미지를 상상한다) 너의 할 일은 끝났어. 이제부터 내가 나를 잘 돌볼게. 고생 많았어. 여기서부턴 내가 이어갈게. 고마워, 너를 정말 사랑해.'



나는 이 의식을 치르며 많이도 울었다.



이를 통해 과거를 비로소 놓아버릴 수 있었다. 이 의식을 거듭할수록 과거의 기억도 점점 옅어져 갔고 무엇보다 전에 없던 스스로에 대한 감사함이 생겼다. 여기까지 내 몬 세상과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도 흐려졌다. 나를 향한 진정한 자비심이 생겨나니 다른 이를 향한 자비심도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는 과거로부터 마침내 벗어날 수 있었다.



#과거에서 벗어나기 #You_Never_Walk_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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