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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 story Feb 19. 2021

열몇 번 승무원에 떨어져도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

사기업보다 공무원이 서류 통과가 그나마 쉽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공무원과 승무원을 같이 준비하면서 상상해봤다. 만약 공무원과 승무원 둘 다 합격한다면 뭘 선택해야 할까?

집에서는 공무원을 더 선호했다. 승무원은 아무래도 밤낮이 바뀌는 직업이다 보니 내가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을 하길 바랐다.

스스로에게도 물었다. 

'공무원과 승무원 중 무엇을 할까?'

솔직히 공무원보다는 승무원에 더 마음이 갔다.

승무원이 어릴 때 꿈이었다는 것이 가장 컸지만 둘을 놓고 생각해 봤을 때 아무래도 승무원이 되는 쪽이 나에겐 더 설레는 일이었다. 승무원이 되면 집 떠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도시에 가서 살아야 하는 확률이 거의 100%였어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거기다 지금처럼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공무원을 택한다면 살면서 '승무원이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승무원을 할걸 그랬나?' 하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생각과 후회가 평생 따라다닐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공무원 면접을 봤다 하더라도 딱 거기까지였다. 면접을 보고 나서 아무리 느낌이 좋았다 해도 결과는 늘 탈락이었다. 


승무원도 처음에는 서류 통과하기도 힘들었다. 외항사뿐만 아니라 미국 내 일부 지역만 다니는 지역 항공사부터 미국 대형 3사까지 모두 이력서를 넣고 적성 검사를 치렀지만 여러 차례 떨어졌다.

여러 차례 적성 검사에서 떨어지고 나서 겨우 적성 검사를 통과하자 비디오 인터뷰에서 탈락하기 시작했다.

또 불합격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이다.


내가 합격한 항공사 전형은 서류 및 적성검사-비디오 면접-현장 면접(그룹 활동 및 그룹 면접)-일대일 면접 순으로 이루어진다. 다른 항공사는 이 보다 전형이 조금 더 많거나 훨씬 간소한 곳도 있다.

미국 대형 3사는 물론이고 미국 국내선만 다니는 항공사와 지역 항공사, 외항사까지 모두 열 번을 넘게 지원했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열 번 넘게 떨어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열 번 하고도 몇 번 더 떨어졌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이쯤 되면 승무원과는 인연이 아닌가 보라고, 다른 길을 찾는 게 빠르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다. 

영화관이 당시 내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아르바이트였고

많은 또래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즐거워 보였다. 

정직원 보다는 상대적으로 아르바이트생이 책임감이 덜하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영화관에서는 아르바이트 생일 지라도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는 것이 승무원과 비슷한 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영화관에서 일한다는 것이 승무원이 되는 길에 첫발을 내딛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온라인으로 지원해도 되지만 더 정성스럽게 보이기 위해 종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흰 봉투에 넣어 직접 집 근처 내가 일하고 싶었던 영화관에 방문에 제출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결과는 역시 탈락. 처음에는 충격이었다. 남들은 쉽게 쉽게 구하는 아르바이트인 것 같았는데...

'나는 왜 안됐을까, 내가 많이 부족한 걸까?'

급기야 너무 많이 탈락하자 나중에는 자기 비하를 하기 시작했다. 이력서를 넣는 기계처럼 자리가 생기면 이력서를 넣었지만 반가운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안 되는 걸까?' 하면서 말이다. 그 뒤로 몇몇 지점에서 면접을 보기는 했지만 모두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도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내가 일하고 싶었던 영화관의 경쟁 업체에서 면접 보라는 연락이 왔던 것이다. 오래전 일이라 면접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면접 보러 온 지원자들에게 슈퍼바이저였던 면접관이 일할 수 있는 요일과 시간대를 물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내가 다른 지원자들보다 일할 수 있는 요일과 시간이 더 여유로웠기 때문에 합격한 것 같기도 하다. 그때 그 영화관에서 일하고 그만둔 이후에 다른 영화관 두 곳에 면접을 봤을 때에도 합격해서 일했다.


그때를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든 처음이 제일 어렵구나. 하도 많이 떨어져서 나는 안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계속 도전하니까 되는구나.

나는 한 번에 잘 되기보다는 시간이 더 필요한 사람이구나.


이런 경험을 직접 하고 나니 열 번 넘게 떨어졌어도 

예전에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던 나처럼 조급해지지 않았다.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 하고.

대신, 같은 방법으로 될 때까지 도전하기보다는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만의 때를 기다렸다.

그랬더니 점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BB의 인스타그램: http://www.instagram.com/flybbair

BB의 유튜브 채널: http://www.youtube.com/bbair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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