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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간 김개똥 Feb 08. 2023

아끼고 싶은데 돈을 펑펑 쓰고 싶어

써야 할 곳 (투자)과 쓰지 말아야 할 곳 (낭비)를 구분하자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 있다.

바로 호리에 다카후미의 [가진 돈은 몽땅 써라]라는 책이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긴 하지만 요는 이렇다.


저축 대신에 경험에 투자하고, 내가 몰두할 수 있는 일에 시간과 열정과 돈을 남김없이 걸라는 말이다.

어느 정도는 공감할 만한 말이다. 사람은 절대 Input을 아껴서 Output을 낼 수 없다. 물론 호리에 다카후미처럼 화끈하게 살 수는 없겠지만 나도 이번 '절약 프로젝트'에 조건을 세웠다.


써야 할 곳과 쓰지 말아야 할 곳을 두 가지씩 정하는 작업이다.




하나, 이건 본전이 뽑힌다고 생각한 일은 명확히 투자하자


직접적인 금전적 회수는 물론이고, 돈으로의 회수가 아니어도 살면서 분명히 회수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 회수가 내가 바라는 것이라면 무조건 돈을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현재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내가 인플루언서로 획득하는 베네핏이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된다. (직접적인 금전적 형태는 아니다) 그리고 인플루언서로서 사는 건 '내가 바라는' 길이다.


즉 화장품 몇 개, 옷 몇 개는 잘 입어서 올리고 영상을 찍으면 더 비싼 옷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것도 투자의 영역으로 봤다.



둘,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이다

사실 그런 느낌이다. 

지출은 스티커 천 원, 붕어빵 이천 원, 김밥 사천 원 합이 오억. 

절약은 한 달 내내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울면서 쫄쫄 아낀 돈 이만칠천 원. 이런 느낌.

생각보다 플러스 티끌은 모여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소비요요'가 오기도 쉬웠다. 3천 원 4천 원 아끼다가 갑자기 30만 원을 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의 적은 요요. 소비 다이어트의 적은 소비요요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쓸 만큼 쓰겠다는 뜻이다. 다만 '필요한 데 쓰겠다'는 뜻이다


즉 무조건 아끼는 게 아니라 건강한 소비하기
그리고 돈 많이 벌기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절약'이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01. 신용카드 없애기


나는 한 장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 삼성카드에서 나온 대한항공 마일리지 카드다.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보는 게 인생 소원인 나로서, 티끌 마일리지를 모아 태산을 만들 수 있을까 두근두근 하며 발급받았다.


하지만 태산이 된 건 내 카드 명세서뿐이었다. 

할인 몇 천 원 받으려고 몇 만 원을 쓰게 되는 매직. 미래의 나를 믿고 당장 통장 잔고보다 큰돈을 턱턱 써대는 습관은 바로 이 신용카드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자제력이 있는 사람들은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구분 없이 있는 만큼만 쓴다던데, 나는 그게 안 됐다. 아쉽게도.



일단 삼성페이에 등록된 신용카드를 지우고, 실물 카드를 잘랐다. 다신 보지 말자. 어차피 너 나 비즈니스 태워주지도 않을 거잖어. 


그리고 예전에 (신용카드 발급 전에) 쓰던 체크카드 세 장을 꺼냈다. 나는 당시부터 이 세 체크카드 (그러니까 세 계좌)를 아래와 같이 구분해 사용했다.


입출금 메인통장, 그리고 생활비 통장, 마지막으로 자동이체 통장.

앞으로도 다시 이 세 친구들로 열심히 굴려볼 예정이다




02. 자동이체 계좌 점검하기


지출 중에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신불자가 되지 않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업무를 할 때나 공부할 때 '무료'를 찾아다니며 시간낭비하지 않기 위함이다.


내가 지속하고 있는 '고정소비'중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친구들을 찾았다. 이 정도였다.



국민연금 + 건강보험 / 약 60만 원

휴대폰요금 - 요금제 줄이면 가족할인이 깨짐 / 8만 5천 원

네이버 멤버십 - 티빙, 네이버 클라우드 이용 중

+ 쿠팡 로켓배송 - 쿠팡플레이, 로켓프레쉬 이용 중  / 약 1만 원 

Adobe - 먹고는 살아야... / 3만 5천 원

밀리의 서재 - 책은 읽고 살아야... / 1만 원

티머니 - 돈은 벌러 나가야... / 5만 원



대략 80만 원 정도다. 가족한테 얹혀살며 응애 나 아기 하면서 살아도 80은 나간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 80만 원 이외에는 나에게 필요 없단 뜻이기도 하다. 


이 80만 원의 자동이체를 모두 마지막 통장 계좌에 묶어두고 잊어버리기로 했다. 아니 근데 인간적으로 세금 너무 많이 떼가는 거 아님? 




03. 필요 없는 소비 세 가지 고르기


그래도 사람인데 돈 쓰는 거에 재미를 못 느끼면 어떻게 사나 싶어서, 내 소비 중 '이건 네가 인간이라면 그만하자' 싶은 것 두 가지를 골라보기로 했다. 



[ 역시나 커피값 ] 

커피 먹는 건 내 삶의 낙이자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였다. 프리랜서라 일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고, 그 시간마다 나는 스타벅스에 나갔다. 일이 많으면 하루 9시간까지 있다 보니 커피를 2~3잔+샌드위치까지 사 먹을 때도 있었고, 하루에 2만 원을 쓰는 일도 있었다.


'하루에 2만 원보다 많이 버니까 괜찮다' 자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아아가 아니라 꼭 생크림 올라간 음료를 먹던 나에게 '액상과당 과다섭취로 인한 마른 비만'이라는 결과를 줬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카페 방문을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현재는 별쿠폰 4개가 남아있다. 2월은 별쿠폰으로 연명하기.

그리고 현재 스타벅스 카드 잔액은 75000원이다. 이 돈으로 4월까지 버텨보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겠다.



[ 인간관계 ]

극강의 I인간으로서 가짜 사회성으로 사는 나는 늘 '인간관계'가 불편했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아무튼 태도가 돈이 되는 자영업자다 보니 브레이크가 고장 난 8톤 트럭처럼 부릉부릉 사람들과 잘 다녔지만, 실제로 그것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의미는 아녔다.


피로도 높은 세상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내 블로그 다른 탭에서도 쓰고 있는 글이지만, '복잡하게 얽힌 인간들'이라는 것 자체가 나에게 큰 피로를 줬다. 만남도 만남이고, 무엇보다 매번 경조사에 드는 돈이 너무 아까웠고 (생일과 결혼과 임신 출산. 나는 챙겨달라는 말도 안 하는데 매번 돈을 쓰게 되는 매직)


마침 카카오페이에 나도 모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돈들이 아깝기도 해서 카톡을 탈퇴하고 새로 아이디를 만들었다.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 흑흑! 이 아니라 나는 정말 친구가 안 필요해...

앞으로는 억지로라도 단체 모임에 최대한 빠지려고 한다. 호리에 타카후미 아저씨는 여기저기 놀러 다니라고 했지만 저는 안 되겠어요.





써야 할 곳과 쓰지 말 곳을 고르니 마음이 어딘가 후련해졌다. 가야 할 곳이 점점 뚜렷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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