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 정 Jan 05. 2022

배우 박정민

소싯적에는 좋아하는 배우도 있고 가수도 있어서 노랫말 가사를 달달 외우고 좋아하는 드라마는 대본집까지 사가면서 팬심을 발휘하던 때가 있었다.

사는 게 바빠서인지 모르지만 이제는 노래 제목도, 배우 이름도 모른 채 대중문화를 즐긴 지 한참은 된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언젠가 내가 대학원을 간다면 국문학과에 가서 드라마 극작가를 해보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어서인지 인생 드라마라고 하는 것들은 일부러 찾아서도 보고 명작이라고 하는 영화도 꼭 챙겨보려고 한다.


내용도 대사도 잘 기억 못 하면서 영화 보는 것을 엄청 즐기는 나는 볼 때만큼은 그 영화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굴지만 사실 인생작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오랜 시간 흐른 후에 다시 보면 나 왜 이 내용 알고 있지? 하며 본거라고 하기엔 너무 낯선 기분과 안 봤다고 하기엔 드문드문 선명하게 각인되어있는 장면들의 괴리에서 내 얕은 기억력을 시험해가며 본 게 확실한! 그 영화를 처음 보는 듯 마주한다.


그러던 중에 언제부터인지 내가 자주 입 밖에 꺼내게 된 배우가 있다. 남편한테 그 영화를 봤는지 물으며 얼굴 보면 알 건데 이름을 모르겠다고 소개한다. 거기에 믿고 보는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첨언도 한다. 이 말을 하는 순간 휴대폰을 꺼내 배우 이름을 검색했다. 믿고 보는 배우라면서 이름도 모르고 있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박. 정. 민


집에 티브이가 없지만 시간이 나면 휴대폰으로 넷플릭스 영화를 뒤적이다 포스터에 박정민 얼굴이 있으면 평점 확인 없이 그냥 본다. 영화가 다 재밌던 건 아니었어도 배우 연기는 항상 좋다고 느꼈던 듯하다. 그러다가 최근에 변산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연기가 아니라 그냥 그 영화 속 인물인 것처럼 연기하는 박정민 덕에 그 사람 노래에 울고 웃으며 또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들이 검색해놓은 유튜브 알고리즘 사이에서 박정민 배우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와 변산에서 불렀던 랩을 부르는 장면을 봤는데 노래에 앞서 인터뷰하던 모습을 보다 문득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박정민이라는 사람이 말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이 배우가 너무 궁금해졌다.

생각보다 멋진 그 박정민이라는 사람은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는 그다지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정말 성실히 열심히 부르더라. 거기다 랩도 잘하고 연기는 더 잘하고 알면 알수록 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였다.


갑자기 이 배우에 대해서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배우의 영상에 달린 베스트 댓글 때문이다.

'반에서 나 혼자 조용히 좋아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반 애들 모두가 좋아하는 상'

그냥 모처럼 이름까지 찾아보게 만드는 내가 좋아하게 된 이 배우가 더 멋지게 성장했으면 한다.

그럼 나는 믿고 보는 연기 잘하는 이 이름까지 기억하는 배우를 다시 예전처럼 팬심 가득 담아 응원하고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너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