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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 정 Sep 21. 2022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라면서요!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여섯째가 태어났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6살 차이밖에 안 나기에 거의 연년생 아이들을 낳아 키우게 된 나는 그야말로 전투적인 육아를 했다. 첫째 때는 팀장님의 기대와 사랑을 받던 신입이라 일을 좀 더 하면서 인정받고 싶었다, 다행히 어머님이 아이를 봐주신다기에 3개월 출산휴가 후에 복직을 했다. 아무리 마음이 잘 맞는 고부사이라도 시댁에 애를 맡기는 건 크고 작은 마찰의 연속이었다. 출산한 달만에 둘째를 갖게 된 나는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둘째를 낳고 육아 휴직하면서 아이를 열심히 키우고 휴직 들어간 김에 목표한 자녀수를 다 낳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감사하게도 눈치 주는이 하나 없는 긴긴 육아휴직으로 전투적인 육아에서 승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자녀 가정에게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곧 계약 만료를 앞둔 나는 아이가 어려서 복직할 수 있겠냐는 상위기관의 전화에 당당히 YES! 를 외쳤다. 한 번도 써보진 않았지만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슬슬 복직 준비를 해야겠다는 마음에 복지로 사이트에 들어갔다. 곧 출산휴가 90일이 끝나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가 서비스들이 잘 돼있어서 주민센터 가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신청이 가능한 것이 너무 좋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서비스 등록대상이 아니라는 팝업창이 열리는 게 아닌가!

보니깐 100일 이전 아이는 애초에 신청이 불가했다. 아니 그럼 출산휴가를 100일 줘야 되는 거 아닌가? 당장 10일을 누구에게 어떻게 맡겨야 될지 막막했다.

어쩔 수 없이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아이 돌봄 센터와 연결이 되었다. 전후 사정을 들으신 담당자는 주민센터에 대상 신청을 빨리 하면 100일 이전이라도 사람이 연결될 수 있게 해 주시겠다 하셨다. 남편이 남은 연차를 싹삭 긁어 써야 하나 내가 애기를 데리고 출근을 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을 하던 우리는 그 담당자의 배려가 눈물 나게 고마웠다.     

그렇게 꼬박 하루가 지났다. 아이 돌봄 센터 담당자가 아침부터 전화를 주셨다. 다름이 아니라 매칭 되는 선생님이 없다는 통보였다.

올 사람이 없을 거라는 경우의 수는 애초에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라는 비속어)이 왔다.

광양시 등록 선생님은 80명이라는데 모두 등 하원 등의 다른 스케줄이 잡힌 상황이고 우리 아이처럼 하루 종일 봐야 하는 가정은 잘 안 가려고 하며 대부분 5~60대의 돌봄 선생님들은 많이 안아줘야 하는 어린아이들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다.

출근시간을 조금 늦춰 돌봄샘 근무시간을 조정해보겠다, 우리 아이는 순둥이라 먹고 자고 밖에 안 한다. 우리 집에 오면 아이 목욕이며 젖병 씻기며 다 내가 저녁에 와서 하면 되니 그냥 애기만 쳐다보고 있어 주면 된다라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모두 말해보았지만 도와드릴 수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라더니..

맞벌이 가정을 1순위로 매칭 되어있는 게 맞을까? 사람이 없어서 못 온다는 건가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는 건가 의구심만 들었다.

한 달에 200만 원 이상 줘야 하는 사설 기관에 맡기려면 굳이 내가 일을 하는 의미가 없을 테고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와 장염과 수족구가 한창 유행이라는데 감기까지 달고 살게 되는 어린이집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둘이 벌어야 하는 선택지 없는 이 현실에서 밤을 꼴딱 새우게 만들고 하루 종일 보초를 서도 그냥 쳐다보면 마냥 예쁜 사랑하는 나의 여섯째 아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대기업 철통 밥통을 박차고 나온 내가 후회스럽기도 하고 계약직 하면서 여섯째를 낳은 대책 없었던 나를 원망도 해본다.

답이 없는 문제를 두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라더니.. 애꿎은 슬로건 탓을 하며 주절거리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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