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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 정 Nov 15. 2021

네? 여섯째라고요?!

육아일기(여섯 아이들 이야기)


아들, 딸, 아들, 딸, 아들..


어쩜 그렇게 골고루 잘 낳았느냐 묻는 분들에게 우리 신랑은 다이얼을 맞추고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진다.

연년생으로 정신없이 낳아 기르다 보니 어느새 막내가 5살이 되었다.


다섯쯤 낳으면 애도 발로 키운다고 아이들이 순한 편이라 그래도 수월하게 키운 거 같긴 한데 고생을 덜해 그런지 아직도 꼬물이들 보면 여섯째를 갖고 싶은 욕구를 감출 수가 없다.


올해 1월 나는 대기업 정규직을 그만두고 꿈을 찾아 계약직 직장으로 이직을 했다.

코로나 시국에 내가 사표 내지 않는 한 잘릴 일 없는 안정된 직장 그만두고 나이 40 바라보는 애 다섯 엄마가 새 출발을 한다고 하니 주변은 온통 뜯어말리는 사람들뿐이다.


어찌 됐든 나는 새 출발을 시작했다.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기업 정규직이 퇴직금 안 주려고 12개월 꽉 채워 계약해주지도 않는 새로운 직장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지내는지가 왜들 그리 궁금한지 이직 후에 여기저기서 전화를 꽤 받았다.

그들의 선견지명인지 나는 4개월을 겨우 넘기고는 또 사표를 던졌다. 내가 들어간 곳은 학교였는데 사기업의 10년 묵은 때를 벗겨내기 어려웠던 건지 그가 정말 나쁜 사람 이었던지간에 살아생전 처음 겪는 모욕에 해명 한마디 못하고 돌아서서 나왔다. 더 이상 받을 마음의 상처가 두려워 무서워서 피해버렸다.


누군가 일러주기를 마음이 괴로운 어떤 날에도 예쁜 뭉게구름 한 덩이, 길가에 이름 모를 들꽃 한송이에도 감동하고 행복해지고 눈물이 나는 것은 심미성이 높은 것이라 했다.


흔히들 말하는 슬세권, 초품아, 스세권, 숲세권 하고 아~주 거리가 먼 개발지구 외진 벌판에 덜렁 세워져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는 그래도 우리 아파트를 정말 좋아한다.

이유는 아파트랑 어울리지 않게 6차선 드넓은 도로에 교통체증이 없이 한적한 교통량, 도로 옆으로 바다가, 그 바다에 통통배가, 바다 위에 광양제철 공단의 수많은 조명들이 별처럼 수놓이는 경관이 좋아서이다.


그 사이 또 계약직 일자리가 구해졌다.

그리고 이번 자리는 꽤 마음에 든다.

그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이나 내가 해야 할 일의 난이도보다 내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면 눈에 담기는 섬진강변 풍경이 눈물이 나도록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심미성 높은 나에게 이보다 더 큰 위안과 위로가 없다.

어찌 되었든 나는 계약직이지만 지금 이 자리가 매우 만족스럽고 감사하다.


그러던 내게 여섯째가 찾아왔다.

아들 셋, 딸 둘 낳고 보니 딸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과분한 욕심이 들었지만 앞선 아이들과 다르게 마음만 무거웠다. 바로 계약직이라는 내 자리 때문이다.

긴긴 육아휴직에 내 뱃살만큼이나 빚도 늘었는데 그래서 복귀와 동시에 나 죽는 그날까지 쌔가나게(전라도 사투리;;) 같이 일해서 갚아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여섯째라니!


행복함보다 감사함보다 막막한 마음이 앞섰다.

병원 진료를 가던 날 나의 다섯 꼬물이를 받아주시던 원장님께서는 여섯째의 심장소리는 들려주시지 않으셨다. 

혹시나 내가 낳지 않을 상황을 염려해 많은 엄마들이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고 마음이 약해질걸 알기에..

금요일 수술 날짜를 받아두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울컥울컥 솟아오르는 모성애를 억누르며 이틀을 무슨 생각을 하며 보냈는지 모르게 보냈다.

수술 전 날, 그냥 눈물만 나왔다. 

차마 낳겠다는 말도 지울 수 있겠다는 말도 감히 입 밖에 꺼내질 못하고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남편도 나도 그렇게 밤새 한숨을 자지 못한 채 수술 날 아침을 맞이했다.

우리 그냥 다섯 명만 잘 키우자며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이 미운데 달리 방법이 없음을 나도 알고 있어 그저 또 울었다. 수술 때문에 연차를 내놓은 나는 병원 갈 채비를 슬슬했다.

확 도망가 버릴까 하는 짧은 생각도 해봤다. 수술 때문에 금식을 해야 했던 나에게 남편이 밥 먹자고 전화를 한다.

버럭 화가 났다. 금식인데 무슨 밥이냐며 화를 확 내려는데 


"맛있는 고기 먹고 힘내서 잘 낳아 잘 키워보자~!!"

눈물이 났다.

그래~ 인생 5년 더 늦어진다고 죽기야 하겠나! 

부족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육남매의 엄마, 아빠가 되기로 했다.

아들들 끝자를 따서 '온' 딸들 끝자를 따서 '리'

성별을 모르는 10주차 아기의 태명은 다섯 아이들이 투표해서 '온리'로 지어졌다.

온리야 열 달 꽉 채우고 건강히 만나자! 


가만있자.. 8인승.. 차가 뭐가 있더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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