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셋째 아들 다온이의 이야기이다.
우리 다온이는 세상 모든 좋은 것들이 다 온다는 뜻으로 순한글로 이름 지었다.
이름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첫째, 둘째인 가온, 누리는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으로 결혼 전부터 남편이랑 지어놓은 이름이라 시할머니께서 장손의 장손의 장손이 낳은 아들이라고 작명소 가서 30만원 주고 지어온 기억도 안나는 이름과 싸워 간택된 이름이다. 그래도 장손이라 순한글은 안된다며 아버님께서 옥편을 찾아가며 '가온'으로 기어이 한자를 끼워 맞춰 가온이는 한글 이름인데 한자가 있다. 너무 어려워 나는 등본을 보고 써도 잘 못쓴다. 뜻도 모른다;;
어찌 됐든 둘째부터는 작명소에서 절대 못 받아오는 상황을 만들었더니 이젠 나의 임신소식과 함께 가족들은 서로 우리 아이 이름 짓기에 열을 올린다. 이름이 빨리 지어진 아이들이라 태명도 없이 뱃속에서부터 이름이 불린다.
그중 작명 능력이 가장 탁월한 건 아이들의 큰 고모부였다. 어쩜 우리 마음에 쏙 들게 뜻도 예쁘게 이름을 잘도 찾아내어 다온, 아리, 시온이는 모두 고모부에게 이름을 받았다.
(가족 톡방에 여섯째 임신 소식을 알리자마자 캠핑을 가서 막 잠자리에 들려던 고모부는 아닌 밤중에 머리를 싸매고 누워 여자 이름 3개, 남자 이름 3개를 지어 보내고서야 잠자리에 드셨다는 후문이..)
아무튼 다온이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로 우리 어린 시절 로망이던 형, 누나, 여동생, 남동생 골고루 다 가진 대한민국에 하나뿐인 권다온이 되었다.
다섯 아이들 중 가장 세심하고 여성스러운(?) 아니 아니 여자의 마음을 잘 읽어주는 sweet guy 다온이.
아이들이 다섯이면 좋은 점 하나는 심부름도 서로 하려고 경쟁한다는 점이다.
머리가 커진 큰애는 가끔 뒤로 빠질 때가 있지만 하다못해 고마워 한마디라도 보상으로 받고 싶은 오남매는 팔다리가 쑤시면 척척 달라붙는다. 팔다리 뺏긴 마지막 선수는 머리 위로 앉아 어깨를 주무를 수 있다.
그렇게 오남매 마사지를 종종 즐기는 나에게 서윗가이 다온이가
"엄마도 안마의자 갖고 싶어요?" 한다.
엄마도..라고 하길래 엄마 말고 누가 갖고 싶다 하더냐 물으니 피아노 선생님께 이미 사드리기로 하고 돈을 많이 모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사주겠다면서 아니 내 것 먼저 사주겠다면서 한 만원 정도만 더 모으면 된다고 한다.
안마의자가 요즘에 300만원도 넘던데 1학년 때부터 주기 시작한 용돈 다 합쳐도 20만원이 안될 것 같은데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린가 싶어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이니 다온이가 잠시 기다리라며 엄지손가락만 한 찢어진 신문 조각을 들고 나타났다.
신문 조각에는 안마의자 그림이 그려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99,000원이라고 딱! 쓰여있었다.
앞에 개미만한 글씨로 '월'이라는 글자가 써있고 새까맣고 진한 99,000원과는 다르게 희미하고 아주 작은 회색 글씨로 쓰인 3,564,000원이라는 숫자는 글자 중앙을 가로질러 줄까지 좌악 그어져 있었다.
할부의 개념을 모르는 다온이는 그 글씨가 보였어도 99,000원인줄 알았을 거고 안마의자에 대한 기대는 물 건너갔지만 다온이의 따뜻한 마음은 내 마음에 고스란히 저장되었다.
오늘도 나는 그때의 반짝거리던 다온이 눈빛을 기억하며 다섯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엄마 마사지해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