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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Aug 24. 2023

나도 어쩌면 남다른 재능이?

천재의 본질 <템플 그랜딘의 비주얼 씽킹> 리뷰


책 제목이 몹시 끌렸다. 비주얼 씽킹이라... 그림을 보고 해석하는 책인가? 디자인 관련 책인가? 궁금증과 함께 책을 펼쳤다.


비주얼 씽킹?


우리 대다수의 사람은 언어로 사고를 한다고 한다.

(나도 생각할 때 머릿속으로 말이 떠오르는 걸 보면 언어로 사고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 책은 세상에 다른 사고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비주얼 씽킹.


비주얼 씽킹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시각적 사고다. 사고를 시각적으로 한다는 말이다.


사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도대체 시각적 사고란 무엇인지 딱히 잘라 말하기 어렵다. 아리송하다. 시각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감이 안 잡힌다. 우리는 이미 언어적 사고에 익숙해져, 시각적 사고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힘들다.


이 책의 저자 템플 그랜딘은 시각적 사고자이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그림이 빠르고 명확하게 솩솩솩솩 지나간다고 한다. 교량 붕괴 사고에 관한 기사를 보고 있으면, 사고원인이 무엇일까, 교량의 어떤 부분이 문제였을까, 교량 구석구석에 있을 각종 문제점이 뇌리를 스쳐 지난다고 한다. 그리고 비행기 추락사고 뉴스를 접했을 때는 당시 상황이 어땠을까, 어떤 부품이 고장 나고 어떤 시스템이 오류가 생겼으며 조종사들이 취한 조치는 어떤 것이었을까 등등 그때의 상황이 한 편의 영화처럼 머릿속에 펼쳐진다고 한다. 그니까 보통의 사람보다 이미지를 뚜렷하게, 생생하게 보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이 느끼는 공포가 이런 시각적 경험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가 너무나 리얼하게 뇌에서 펼쳐져 환상인데도 마치 눈앞에 있는 현실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보니 시각적 사고가 어떤 것인지 대략 느낌이 온다.


시각형 사고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시각적 사고자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시각적 사고도 두 분류로 나뉜다. 사물 시각형, 그리고 공간 시각형. 그럼 각각의 시각형 사고자들은 실생활에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을까?


시각형 사고자들이 가장 많이 분포된 분야는 아래와 같다.


사물 시각형: 디자이너, 건축가, 기계공, 예술가

공간 시각형: 과학자, 수학자,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작곡가, 음악가


이렇게 설명을 해도 시각적 사고가 무엇인지 확 와닿지는 않으리라. 사실 저자님도 처음엔 이 세상이 자기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닌 언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류라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본인이 시각적으로 생각하니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그런 거겠지 하다가, 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세상에 자기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더구나 그들이 이 세상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런 시각적 사고자들은 실생활 속에선 이상한 사람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그들은 시각적으로 뛰어난 사고능력을 갖고 있는 방면 언어적 사고가 결핍하기에 자폐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어릴 적부터 말을 잘 못 알아듣고 말더듬증과 난독증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그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감정보다는 논리적이다. 감정이 메마른 대신 문제해결에만 집중을 한다. 그들은 위생청결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막 어지럽히고 정리를 못하는가 하면 주의력 결핍에 과잉행동까지 보이기에 다른 사람눈에 사회성 부족으로 비치기 일쑤다.


그럼 시각적 사고자들은 문제아일까?


문제일 수도 있지만, 또 그들 중에는 천재가 많이 나온다고 하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에디슨, 아인슈타인, 일론 머스크 등은 모두 시각적 사고자로 추정된다.


잘 알다시피 에디슨은 1,093건의 특허를 따낸 발명왕이다. 꼬마 에디슨도 어김없이 위에서 말한 시각적 사고자들이 지닌 이상한 행동들을 했었다. 괴짜 어린이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특출난 재능이 있었는데 바로 유난히 큰 머리로 거리이름을 줄줄이 외우고 다녔다는 점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이 부분에서 에디슨이 시각적 사고자임을 알 수 있다.) 학교공부를 못했던 에디슨은 훌륭한 어머니 덕분에 집에서 교육을 받았다. 어머니는 꼬마 에디슨이 흥미를 보이는 분야부터 시작해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맞춤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에디슨은 어릴 때부터 기계나 전기 장비들을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고 하는데, 이러루한 요소들이 훗날 그가 발명왕이 되는데 큰 기여를 했으리라.


에디슨의 사례를 보더라도,

아무리 이상한 증상을 보이는 아이라도 그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가르치고 부족한 면을 채워준다면 그들은 분명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 하지만 내가 보기엔 좀 웃픈 에피소드가 있는데, 에디슨은 공감능력이 많이 부족한 듯했다. 그 사례로 하나는 그가 아버지의 헛간을 불 질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에디슨이 개울에서 허덕이는 친구를 버리고 그냥 가버렸다는 것이다.

와, 이건 너무 하지 않나? 그 친구는 무슨 죄람?

괴짜들의 존재는 인류 전체를 놓고 보면 이득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위험하고 이득이 될 게 없는 사람인 게 분명하다.


신경다양성


왜 천재들은 괴팍하고 이상한 행동을 보일까. 그들의 남다른 재능은 또 어디에서 왔을까. 이것은 신경다양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좀 복잡해서 그냥 내가 이해한 대로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 뇌는 어느 한쪽 기능이 약하면 다른 부분은 강하게 설계됐다. 재능 총량불변의 법칙인가? 아무튼 시각적 사고자들의 뇌는 언어 담당구역이 약한 방면 시각화 담당구역이 더 발달되었다. 사실 우리 모든 사람은 언어적 사고와 시각적 사고의 스펙트럼 그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시각적 사고가 언어적 사고보다 차등한가?


걸러지다...


꼭 에디슨 급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일반적인 우리 주위의 시각적 사고자들도 그들만의 재능이 있다. 예를 들면, 난독증 때문에 골치머리를 앓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3D 물체를 시각화하고 회전시킬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거나. 이런 분들이 규모가 큰 공장을 건설하고 정교한 기계 장치를 설계하는 일에 종사한다면 엄청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저자는 기업과 단체에 언어적 사고자와 시각적 사고자들이 적당히 섞여있으면 훨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사고방식의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때 참신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조직이 위기 대처에 유리해진다. 사회전반적으로 볼 때 안전예방 방면에서도 시각적 사고자들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 좋다. 그들에게는 위기를 인지하고 대처하는데 보통사람들보다 특출난 능력이 있음이 분명하다.


시각적 사고자들의 특출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현대 교육은 그들에게 몹시나 불친절하다. 저자는 재능 있는 시각적 사고자들이 어릴 적부터 배척을 당하며 교육제도를 통해 부당하게 걸러지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교공부는 언어로 진행하기에 시각적 사고자들은 따라가기가 힘들다. 특히 대수학은 전혀 시각화할 수 없기에 많은 시각적 사고자들을 좌절시키고 학업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들은 무언가를 시각화시켜 지식을 습득하기 때문이다. 시각적 사고를 하는 아이들은 조용히 교실에서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것보다 놀이방 바닥에서 물건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활동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 적합하다.


이 책에서 말하길  미국도 예전과 달리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추세라고 한다. 예전에는 요리, 잔디 가꾸기, 조립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지금은 공부만 중시하고 있어 아이들이 다른 것을 체험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근데 아이들이 사회에 꼭 필요한 도시계획 설계자, 건축가, 엔지니어, 능숙한 용접공과 기계공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놀이방 바닥에서 뜯고 조립하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릴 적 체험은 인생에서 지배적 역할을 한다. 특정분야에서 걸출한 업적을 이루려면 더더욱 그러하다. 체험을 하는 방법을 빼고는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하나는 다양한 체험에 노출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기랑 맞는 멘토를 만나는 것이다. 천재성의 본질에 대해서는, 빌 케이츠의 말로 요약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빌 게이츠가 말했다. 당신이 열세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에 강박적으로 몰두하는 일, 바로 그런 일에서 세계 최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난 망했다)


그래서 누구는 걸러지고 누구는 천재가 되는가 정리해 보자면,

어릴 때 다양한 경험에 노출되고 훌륭한 멘토를 만난 시각적 사고자는 천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못한 대다수 아이들은 걸러져 사회부적응자가 되기 쉽다.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


이 책을 읽으면 마치 천재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천재를 이해하고 그들과 가까워진 생각이 든다. 그저 머나먼 존재로 느껴졌던 그들이, 사실 나보다 뇌구조가 조금 다른 거구나. 나에게는 있고 그들에게는 없는 재능이 있듯이, 그들에게는 있는 재능이 나에게는 없을 뿐이다. 그들도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천재가 된 것일 뿐. 나보다 우월한 건 아니라는 것... (음. 납득완료.)


그리고 자폐라든가 성격이 괴벽한 사람, 소위 사회부적응자라고 일컫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점이 달라졌다. 이상한 눈으로 볼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천재든 일반인이든 사회부적응자든 다 신경다양성의 스펙트럼상에 있구나. 나와 다르다고 해서 요상한 존재인 것은 아니구나... 사고방식이 유연해졌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혹시 나한테도 이런 천재적인 기질이 있는지 궁금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래 문답에 체크해 보자.



10개 이상이면 시각적 사고자라고 한다. 나는 11개가 나왔지만 아무리 봐도 난 그냥 평범한 언어적 사고자인 것 같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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