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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 Aug 12. 2021

일주일에 이틀은 조교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학원생의 일기_5

대학에는 아주 여러 종류의 조교가 있다. 

수업조교, 행정조교, 편집조교, 교양조교, 글쓰기조교 등등...  

대학원생에게 조교일은 생계를 유지하게 해주는 동아줄과 같다.(물론 일을 안 하고 공부만 하는 것이 베스트지만...) 장학금을 못 받는다면 더더욱.. 많은 양의 공부를 소화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필자도 석사 시절부터 여러 조교를 거치며 이번에 운 좋게도 한 센터의 연구조교를 맡게 되었다. 

여기서 운이 좋다는 말은 당분간은 새로운 조교 일을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인데, 

수업조교 같은 경우 매 학기 일을 새로 찾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는 반면 연구실 조교는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꽤 좋은 자리다. 선착순 경쟁에서 이겨낸 덕분에 당분간 손가락 빨고 살 걱정은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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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가끔 노출되는 조교라는 직종은 포악한 교수들의 만행을 견뎌야 하는 자리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것도 운이 좋은 것인지 다행히 내가 겪은 조교일은 그런 류의 고통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리한 요구를 받은 적도 없을뿐더러 인격이 모독당하는 일은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업무량 자체도 딱 공부와 함께 병행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굳이 학기 중에 일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조교일을 택할 것이다.  

예를 들어 본인은 현재 일주일에 이틀 출근하면서 소정의 금액을 받는데, 방학에는 출근을 하더라도 업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 공부를 하면서 보낼 수 있다. (물론 괜히 집중이 안되긴 하지만 ㅎㅎ) 

학기 중에도 출근은 이틀 하지만 빠르게 처리한다면 대부분의 업무는 하루면 다 할 수 있기에 남은 하루는 여유 있게 보내는 편일 정도로 일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조교는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가? 


어떤 조직의 조교를 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업무가 다르긴 하지만 일차적으로 학교에 소속되었다는 점에서 모든 조교 업무는 학술활동과 관련된다. 


우선 본인이 속한 연구소의 경우 주된 업무는 학술행사를 개최하는 일인데, 이 과정에서 조교는 행사를 개최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행정처리(대부분 영수증 처리)와 잡무를 맡는다. 수강생을 관리한다던가, 필요한 서류를 작성한다던가 혹은 포스터 초안 제작이나 간단한 메일 홍보 정도의 업무가 있을 듯하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지만 이것보다 다양한 잡무를 맡고 있다. 그냥 박사님과 교수님이 시키는 건 다 한다. 하물며 소소하게 책 반납 같은 것도. 


수업조교를 하던 때에는 주로 출석과 과제를 관리했다. 

과제 제출을 잘했는지는 물론이고 과제 검토 또한 일차적으로 조교가 맡는다. 물론 결과적으로 평가는 교수님이 하지만 조교가 일차적으로 학생들의 과제를 읽고 짧은 코멘트를 남길 수 있다. 처음 수업 조교를 했을 때는 과연 나 따위가 평가할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지금은 나름 이것 또한 대학원 특히 박사과정 중이라면 거쳐야 하는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의 과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야 나는 학부생 때 이렇게 못썼는데, 이 친구 대학원 와야 하는 거 아닌가?" 정도? 그리곤 이 얘기를 학생이 들으면 얼마나 소름 돋을까 생각한다. 


이 외에도 편집조교나 글쓰기조교는 주로 글을 검토하거나 첨삭하는 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 고 있는데, 무슨 일이든 중요한 것은 업무량과 임금이 비례하다는 것, 물론 조교일은 공부하면서 병행할 수 있는 좋은 일거리지만 역시 오래 할 것은 못되니 얼른 박사과정생이 아닌 박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는 아주 고통스러운 조교일을 하는 대학원생이 있으리라 본다. 같은 조교로써 그들의 조교 생활에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네며, 오늘도 일주일에 이틀 있는 조교 생활을 하며 박사님들의 은혜로운 점심공양의 수혜자로써 나도 꼭 박사가 돼서 밥 사 주고 커피 사주는 사람이 될 거라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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