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토 Feb 26. 2023

이십 프로나 올랐어요

잡담

  카페나 식당에서 잘 차려입고 화장을 곱게 한 아줌마들이 수다 떠는 걸 보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봤다.  

‘남편들은 등골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팔자 좋네’.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백수인 친구와 나는 점심을 먹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한적한 카페를 찾아 차를 마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아파트 관리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물어봤다. 매달 이십만 원 정도 나오던 관리비가 이번 달에 오만 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집에서 사용하는 전기세는 비슷한데 공용전기료와 일반관리비가 많이 올랐다. 친구 집은 평수가 작아 적게 나왔을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사십만 원 나온다는 거다. “뭐? 잘 모르는 거 아냐? 어떻게 사십만 원이 나와” 강남에 새로 지은 아파트라 단지 안에 구내식당과 수영장, 골프연습장이 있어서 사십만 원이 맞다고 우긴다.

 회사 다닐 때는 관리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전기를 다른 집 보다 많이 쓰는지 적게 쓰는지 관심도 없었는데 집에서 살림을 하다 보니 신경이 쓰인다. 빈방에 불 켜 놓은 건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낮에 혼자 있으면 난방도 끄고, 물이나 전기를 아끼려고 가급적 빨래도 모았다가 한꺼번에 세탁한다. 오른 전기세와 가스비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아줌마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유럽여행을 가는 것 같은 데 여정을 정하고 어떤 여행사로 갈지 의논하고 있었다. “250만 원짜리는 환승이라 오고 가는 동안 기내에서 일박해야 해. 직항은 350만 원 정도 하고.. 스페인 거쳐서 로마까지 가는 코스도 있고…” 뭐 이런 얘기다.


 친구와 나는 관리비가 40만 원이 맞네 안 맞네 서로 우기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 그중 한 명이 우리의 대화를 엿들었다면 속으로 그랬을 것이다. ‘저 중늙은이들 마누라 등골 파먹고 한낮에 놀고 있네’ 이래서 말과 생각을 늘 조심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친구는 집에 들어가기 싫은 지 한잔하자고 나를 꼬셨지만 들어가야 했다. “바깥양반 들어오기 전에 청소해야 돼”   


작가의 이전글 공정한 가사노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