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팔아서 먹고사는 게 꿈입니다
오전 강의를 마치고, 학교 앞 빵집에 갔습니다. 오후 강의가 있기에 점심을 때우기 위해 샌드위치와 우유를 사서 테이블에 앉습니다. 한 입 먹는데, 오전 수업 수강생이 빵집에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같은 샌드위치와 우유를 사서 곁으로 왔습니다. “교수님 같이 먹어도 될까요?” 요즘 애들 같지 않은 학생입니다.
같은 샌드위치를 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진로 고민이 많았던 학생은 “젊은 나이에 교수님이 되시고 너무 부럽습니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나는 교수도 아니고, 또 젊지도 않습니다. 시간당 강의료를 받는 강사일 뿐이고, 나이도 불혹이 됐습니다. 물론 학회에서 발표도 하고, 토론도 하며, 매 학기 수강생들 앞에서 잘난 척도 합니다. 그러나 실은 이 생활이 버겁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훌륭한 강의력의 선생도 많고, 탁월한 연구자도 많습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애매하게 있습니다. 이 생활을 7년 간 그럭저럭 해왔습니다.
올해는 강사 재계약을 해야 했습니다. 아슬아슬했지만, 겨우 재계약이 되었습니다.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에서 3년입니다. 박사 시절 지도 교수님이 말했습니다. “학생 수도 줄고 있고, 앞으로는 더 힘들 수 있습니다.” 박사 동기가 말합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학교에 있을 수 있을까요?” 급격하게 수강생이 줄어들게 되는 확정된 미래로 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지방 대학 출신의 지방 대학 강사입니다.
지방대 시간강사였던 김민섭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수’, ‘연구자’라는 알량하고 모호한 이 한 단어의 인간이 되기 위해 무엇과 작별하며 살아왔는가, 생각하니 비로소 한없이 부끄러웠다.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면, 안녕 나의 모든 것, 하고 용서를 빌며 너의 손을 잡을 것이고 안녕히 나의 모든 것, 하며 아카데미의 삶과 온전히 이별을 고할 것이다.”(김민섭,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은행나무, 2015, 10쪽.)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한 번도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삶을 꿈꾼 적이 없습니다. 정말이지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왔지만, 사실은 안일하게 한결같았습니다. 나이 사십이 되었지만, 더욱 불투명한 미래 앞에 있습니다. 그래서 돌이켜 생각합니다. 그때 나는 무엇을 꿈꿨던가.
그러고 보면 뭔가를 꿈꾸지 못했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꿈꿨지만 잘 안되었기에, 꿈꾸지 않았던 것으로 하는 편이 낫다고 여깁니다. 그렇게 비겁하게 흘러왔습니다. 그렇게 불혹입니다. 그러나 불혹입니다. 그래서
꿈을 찾아야겠습니다.
많이도 읽어왔고, 들어왔고, 보아왔습니다. 아웃풋 없는 강박적인 인풋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써봐야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써봤던 십 대 시절의 나를 떠올립니다. 모든 것이 가능성으로만 머물러도 되던 시절, 막연히 자만했습니다. 이제는 불혹의 나이, 증명의 시간입니다. 가능할지는 모릅니다. 팔리는 글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써야 합니다.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글을 팔아서 먹고사는 게 꿈입니다.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