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랑은둔자 Jul 28. 2023

나만의 고유성, 강점 에세이


약 2년 전쯤 해 본 갤럽 강점 검사에서 나의 상위 5개 테마  

    지적사고(Intellection)  

    개별화(Individualization)  

    수집(Input)  

    배움(Learner)  

    책임(Responsibility)  


나는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활자를 믿는다. 지적사고 테마에서 언급되는 혼자만의 시간, 깊이 생각하기, 자기 성찰 모두 나를 표현해 주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자기 성찰이 마음에 품은 모든 생각과 아이디어를 실제 행동과 비교하기 때문에 약간의 괴리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새로운 정보도, 추억도, 수집하길 좋아하고 버리기가 힘들다.

지적사고와 수집, 배움의 테마들은 모두 인풋에 해당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나에겐 아웃풋을 내는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도움이 필요하다.


개별화는 내가 타고난, 그리고 직업적으로도 길들여진 강점이다.

나는 관찰을 잘한다. 특히 남들은 주목하지 않는 작은 부분들도 잘 캐치하는 편이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이끌어낸다. 그래서 공적인 관계에서도 "내가 자꾸 내 이야길 하게 되네. 왜 이런 이야길 당신에게 다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이야길 종종 듣는다.

언젠가 나의 절친 중 한 명이 말하길, 나는 마치 어떤 드라마에서(제목을 잊었다!) 손만 잡아주면 사람들이 속마음을 술술 말하게 하는 그런 캐릭터 같다고 했다.

병원에서 몸도 마음도 아프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을 했다. 클라이언트의 강점을 찾는 일은 습관화되어 있었다. 심지어 소개팅에서조차 설사 다시 안 만날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강점을 찾아보며 희열을 느꼈다:)

나는 우리 남편에 대해서도 내면 깊은 곳을 분석한다. 냉철한 우리 남편도 나의 분석에는 언제나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강점을 잘 살려주는 것도 나의 중요 역할 중 하나이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잘 살아갈 거라 믿는다 ㅎㅎ


책임이란 테마는 엄마에게 물려받았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반드시 내 역할을 해낸다. 때로는 버겁고 힘들다. 어떤 이유로든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면 만회하고 보상할 때까지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는 설명에도 절대 공감한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향 덕에 좋은 결과를 내어 왔지만 사실은 그래서 행동하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서 고생하는 타입이다.




약 2달 전쯤 마침 아이 유치원에서 부모 대상으로 실시한 MBTI 결과는 ISTJ

나의 MBTI 역사를 잠시 돌이켜보자면, 20년 전쯤 실습 나가면서 처음으로 해 본 MBTI는 ENTJ였고 그 이후에는 INTJ로 알고 살았다. 실습생 시절엔 환경 때문에 E 모드 전환이 되었던 것 같고, 사실 나는 분명한 I, 내향인이다. 그 외의 영역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중간에서 왔다 갔다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도로 차이가 크지 않긴 하다. 여기에도 속하고 저기에도 속하는, 이 자체도 나의 특성이다 싶다. 하다못해 학창 시절 친구관계도 극과 극을 오가는 그룹에 속해있었다.

완전히 잊고 지내다 육아하며 워킹맘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2년여 전, ISFJ로 살기도 했다.


이제 현재의 나, ISTJ에 집중해 보자. 

간단한 설명을 보고 지금의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세상의 소금형,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내는 사람들..


성실한 / 체계적인 / 조직적인 / 질서를 지키는 / 믿을만한 / 현실적인 / 인내심이 있는


오래전부터 내가 가진 소소한 강점이랄까? 구체적인 사실과 세세한 일을 잘 기억한다. 그래서 친구들을 놀라게도 하고, 감동시키기도 하고, 혹은 무섭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ㅎㅎ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 1년여의 시간이 지났고 약간의 슬럼프 혹은 권태기도 지나간 시점에서 나는 남은 1년을 충실히 채워나갈 것이다. 1년 후 계속 지속할 것인지 다른 일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안고 있는 몇 달째인데.. 내가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이유가 여기서 확인되어 귀가 솔깃했다.

"선호하는 근무 환경은 조직에 질서가 있고, 해야 하는 일이 명확하며, 수행한 업무에 대해 보상이 명확한 곳이다. 또한 외부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어느 정도 자신만의 공간이 확보된 곳에서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후자를 이유로 지금의 내 일이 꽤나 괜찮고, 전자를 이유로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어쩌면 나는 조직 내에서 일정 이상의 성과를 내는 회사원이 딱 맞는 사람인데, 1인 사업가로 살아가는 시도를 해보고 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 등하원이나 긴급 상황에서 컨트롤이 가능한, 시간과 공간을 조율할 수 있는 것이 내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이다.


사진: Unsplash의Nik



행복했던 초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학업 성취도로 이어지는 성실함과 책임감, 작은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체육 빼고 다 잘하는 아이로 선생님들의 관심과 주목을 독차지했다. 관내 큰 행사가 열릴 때면 미술 선생님은 미술대회에, 국어선생님은 글짓기에 출전하길 바랐다.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성취욕이 강해 반장이나 회장 등을 맡아 통솔력을 발휘하기도 했으니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의 이런 환경이 나의 자존감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성인이 되어서 경험한 첫 직장 생활을 시작으로 내가 무수히 많이 들었던 칭찬은 stable 하다는 말이었다.

나는 처음 하는 일도 허둥대지 않았고 맡은 일을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잘 해냈다. 석사가 대부분이었던 곳에 학부 졸업을 앞두고 임시직이지만 취업이 이미 결정되었고, 동갑내기 친구들이 실습생이나 연수생으로 있는 동안 나는 그들의 목표에 닿아있었다. 나는 뭐든 해냈고, 그런 기대와 칭찬은 나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게 만들었다.


결혼과 동시에 해외로 떠날 때, 우리 부모님께서 느꼈던 일종의 실망감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특히 엄마는 내가 계속 커리어우먼의 일을 가길 원했고(엄마가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둔 케이스라), 결국 10년의 경단녀 생활 뒤 다시 재취업에 도전했던 것도 마음 한편 큰 짐처럼 느껴졌던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엄마의 기대와 사랑, 믿음, 지지는 나에게 언제나 큰 힘이 되었고, 그러나 결국 멈춰버린 내 경력은 모두의 마음에 돌덩이 하나씩을 안은 것마냥 답답함을 남겼다. 하필 내가 재취업을 했던 시기는 엄마가 항암치료를 받던 때였다. 만 3살이 된 아이 키우기도 쩔쩔매는 나였고, 엄마를 보살피는 일도 적극적으로 해드릴 수 없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육아에 종종 좌절하면서도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점점 더 사회에서 인정해 주는 직업이란 걸 갖고 싶다는 생각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어차피 엄마도 적극적으로 돌봐드릴 수 없을 바엔 내가 다시 일을 하는 게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리는 일이라는 생각도 했고, 한편으론 엄마를 더 적극적으로 보살펴 드리지 못하는데 대한 합당한 핑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운이 좋게 재취업에 성공했고, 어린이집 등하원 차량도 기적처럼 맞춰지고, 코로나로 남편은 재택이 늘어나서 오히려 나의 지원군 역할을 좀 더 해 줄 수 있던, 마치 온 우주가 돕는 것 같던 시작을 한 지 3개월 만에 갑자기 엄마가 떠났다. 너무 갑작스러웠다.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는 엄마라는 존재,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동력이 되었던 존재를 잃었다는 상실감.. 그 이후로도 일과 쉼을 잠깐씩 병행하며 아등바등하고 있긴 해도, 하늘에서 보고 있을 우리 엄마는 내 일을 가진 딸의 모습에 분명 응원을 보내고 계실 거라 믿는다.




나는 책을 보는 일, 그림 그리는 일, 글을 쓰는 일 뭐 이런 정적인 일들이 좋다. 새로운 걸 배워보고도 싶고 이런저런 취미활동들도 다 경험해 보고 싶다. 그런데 실제로는 내 기대만큼 많이 시도해 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한다고 말한 일들조차도 사실은 그리 자주 하지를 않는다. 그래서 오티움이란 책을 볼 때도 갈등이 막 되었다. 좋아한다고 하면서 맨날 다른 일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결국 자주 안 해, 그럼 이건 오티움이라고 할 순 없잖아!

뒤늦게 온라인 세계를 접하고 빠져들다 보니 해보고 싶은 건 많아지고,

누가 들어도 이상적인 말로 포장된, 제2의 직업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라고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직업을 삼기는 영 힘들어 보였다. 직업을 삼을 만한 실력도 안 되고 수익화도 어려워 보인다는 거지.

강점 중 하나인 배움의 테마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나는 결과물보다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타고난 한량인 건가 봐!


티칭을 염두에 두고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주변에선 다 병행하라고 말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나는 하나만 파고 싶었다. 그런데 대학원 생활도 해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부분들이 많았다. 임상에 있었던 나는 학교에만 있던 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었지만 석사 나부랭이는 결국 자료만 찾고 궂은일만 하고 3저자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과정이나 결과 중 뭐라도 하나는 만족스러워야지..)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떠났다. 내 전공에 몰입하던 삶에서 다 던져버리니 차라리 홀가분했다. 누군가는 나에게 너는 오래 쉬지 못할 거다, 거기서 뭐라도 할 거라고 했지만 나는 진짜 잘 던져놓고 잘 놀았다. 따지고 보면 그냥 넋 놓고 있진 않았지만 결정적으로 돈을 버는 일은 못 해봤다 ㅋㅋ

나는 돈에 대해 큰 관심도 없고 무지한 사람이었다. 그냥 내 기준에서 큰 부족함 없이 지내왔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서야, 돈과 친해지기로 결심했다.


학생부부가 되면서 생면부지의 땅에서 매주 생활비를 계산하며 장을 봤다. 계산은 원래 나랑 안 맞는다. 인간 계산기 남편이 있어 편하기도 했지만 아마 그때 채워지지 않은 욕구들이 있었던 것도 같다. 나는 뭐든 끌어모으는 맥시멀리스트인데 강제로 무소유의 삶을 지향하게 되었다 ㅋㅋ

외벌이로 지내다 보니 괜히 내가 나를 위해 쓰는 돈에 인색하게 되더라. 나는 너무 양심적인가 봐!


경제적 능력은 여러 면에서 많은 주도권을 갖는다.

가끔은 남편이 지쳐 보일 때 당신도 좀 쉬면서 좋아하는 거나 새로운 것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농담 반 진담 반 허세스럽게 말할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

지금은 고정비의 일부를 내가 떼어왔다(왜 그랬나 후회 중 ㅋㅋ). 그런데 이게 또 내 경제활동의 동기부여가 된다. 돈을 벌고 (다) 쓰는 지금의 내 삶을 사랑한다 ㅎㅎㅎ



#강점에세이 #글쓰는오늘 #글로코칭 #이너조이 #고유성 #기질 #성격 #가치관


작가의 이전글 아버지와의 3박 4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