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누의 서재 Nov 29. 2020

이기적 인간의 표상

서평 시리즈 #77 : <호모 에고이스트> 정인호

솔직히 말해보자. 이기적인 사람과 이타적인 사람 중 당신은 어디에 더 가깝나. 

솔직하게 이기적인 편이라 하는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익명의 설문조사를 하거나 대외적으로 인터뷰 등을 진행할 때 아무리 '본 검사는 당신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심지어 외부로 나가지도 않습니다.'라는 안내를 받아도 이기적이라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이처럼 자신을 위해 남을 속이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이미지와 권위, 지위 등을 고려하여 익명이 보장된다 해도 정당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아주 사소한 예에 불과하다. 인간이 지닌 이기성의 실체에 비하면 설문지에 죄다 좋은 항목만 체크하는 것은 애교이다. 


<호모 에고이스트>는 독하다 싶을 정도로 신랄하다.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학을 떼게 만들 사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사람의 잔학하고 이기적인 면모를 폭로한다. 덕분에 가슴이 섬찟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참담한 현실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겠다는 가슴 뜨거운 다짐을 새길 수 있다. 부조리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원래 알고 있던 세상보다 더욱 안타까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더욱 굳건히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신랄한 비판과 논리가 더욱 마음에 와닿았던 까닭이다. 


현대 사회는 소비하는 삶 위에 세워진 제국이다. 아니 제단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소비는 결국 자본가와 기업들에게 의해 소비주의라는 종교의 신이 되어 숭배받게 되었으니까. 산업 혁명 이후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기업의 돈줄이 마침내 이익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소비라는 행동을 해야 한다. 수백만 개의 제품이 진열되어 있는 마트가 동네마다 존재하고 대한민국보다 큰 농장에서 밀과 쌀이 생산이 되는데 여전히 10억이 넘는 사람들이 굶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할 능력이 있는 자들에게만 소비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한 자원을 더욱 소비시키기 위해 기업은 타인을 시기하게 만든다. 인간의 허영심을 자극하여 끊임없이 가지고 싶게 만든다. 이것이 현재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SNS 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질투. 흔히 서양 사회에서 초록색으로 표현되는 질투는 SNS가 먹고사는 양식이고 IT 기업들의 밥줄이다. 인간은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을 질투한다. 100조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제프 베조스나 빌 게이츠를 시기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정신병에 가까울 것이다.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학교를 나와서 조금 더 나은 직장에 들어가서 조금 더 비싼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질투한다. SNS는 인생의 하이라이트만을 모아놓은 장소라고 하지만 실상은 열등감을 애써 포장한 가식적인 댓글이 가득한 장소이다. SNS는 인간의 질투를 너무나 잘 파악했다. 팔로우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애초에 비슷한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이고 자랑하고 싶은 심리는 누군가의 질투를 유발한다. 이는 결국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끝없는 소비의 굴레로 인간을 이끈다. 

악플이 가득한 댓글창 또한 이기심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이 그들의 손가락에 걸레를 물게 하였을까. 질투와 시기, 그리고 혐오이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을 시기하며,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실을 부정하며 자신에게는 차마 들이대지 못하는 날카로운 칼날을 타인에게 들이댄다. 호랑이와 사자, 고릴라의 세계에서 더욱 강한 개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개체를 시기하는 것을 보았는가. 배가 부른 육식 동물은 옆을 지나가는 초식 동물을 그대로 두어 생태계를 유지시키고 나아가 자신의 먹이가 앞으로도 풍요로울 수 있도록 행동하지만 인간은 결코 미래를 바라보지 않는다.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감정을 타인에게 투영하여 타인의 생태계를 함께 파괴한다. 모든 행동 양식에서 지독한 이기성을 드러내는 것은 인간뿐이다. 


<호모 에고이스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이기성을 통렬히 비판한다. 소비로 쌓아올린 제국이 향할 곳은 지구 전체의 몰락이라는 것과 인간 사회의 이기성은 결국 퇴보하는 국가를 만들 것임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이기성을 경계하고 보다 합리적인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환경, 자본주의 등의 맥락에서 인간의 이기성에 대해 저자와 비슷한 견해를 지니고 있었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사례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더욱 확장시켜주는 좋은 계기였다. 이대로라면 인간이란 존재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이 된다. 모든 방면에서 인간은 '사피엔스'라는 학명에 맞지 않게 지혜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인간 그 자체. 본성에 가까운 이기성을 버리고 멀리, 더 멀리 시선을 고정해야 할 때가 왔다. 

이기적인 인간에 대한 통렬한 비판, <호모 에고이스트>였습니다. 




* 본 리뷰는 한국표준협회미디어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 https://www.ogq.me/backgrounds/9352

2) https://pixabay.com/ko/users/clker-free-vector-images-3736/?tab=popular&pagi=5








매거진의 이전글 나, 너, 세계를 만나기 위한 기나긴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