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갑지 않았고 잘 지내지도 말았으면
어떤 글을 쓸까 고민을 하다 고민을 많이 했던 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최근 꿈에 과거 잠깐이라도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이 한 번씩 나와서 그런 걸까?
취업에 관한 자극적인 뉴스와 자신을 브랜딩 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요즘따라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첫 직장 때가 생각났었다. 다시는 그 나이대와 그때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치가 떨리긴 한 시절.
공부도 잘하지도 못하고 전공을 택했지만 방황만 하다 졸업장은 받고 싶어 어영부영 졸업을 했었다.
전공 특성상 실력과 인맥만 잘 쌓는다면 학년 상관없이 취업을 빨리 할 수 있기도 했었다. (물론 학교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긴 했으니까)
정작 나는 전공과 맞지 않았고 결국 이력서를 만들어 조금 끌린다? 싶은 곳은 지원을 했었다.
그러다 한 직장에 면접을 보고 바로 합격을 했던 거다.
20대 초반, 빨리 취업을 원했고 쓸데없이 주위 환경에 많이 휘둘렸다. 부모님과 동생은 좀 더 고민해 보라고 걱정했지만 그 말이 귀에 들리겠는가.
절대 안 들렸다. 무조건 내 선택이고 이상만 추구했던 시간들이었다.
키즈학원 관련 인바운드 분야로 전화만 잘하면 됐던 거였다. 전화를 해야 한다는 게 힘들었지만 첫 직장이니 열심히 해보려고 했다.
일도 어렵지 않았고 이사와 실장 일하는 방식이 조금 이상하다.. 싶었지만 그땐 아무것도 몰랐다.
결국 한 달 반 만에 일이 터진 거다.
휴무 날 경찰이 다녀갔고 대거 학부모들의 환불 사태가 일어났었다고 한다. 그리고 월급을 못 받는 사태까지…
담당 변호사가 다녀갔고 관련 부장이 한 명씩 상담도 진행했다. 난 상담 내용을 녹음하겠다고 말한 후 녹음까지 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계좌 관련 일이 터지고 은행에서 비밀번호까지 급하게 바꾸다 결국 노동청 신고까지 하게 되었다.
노동청 신고를 하던 날, 비가 많이 왔었다.
낯선 서울에 혼자 살면서 첫 직장에 노동청 신고라니… 이사는 경영할 돈도 없으면서 직원을 뽑았고 장기간으로 계약이 가능한 키즈 사업을 했던 거다.
노동청에서 신고서를 작성하는데 손이 너무 떨렸다. 글씨가 제대로 써지지 않아 반대편 손으로 펜을 쥐고 있는 손을 받쳐가며 작성했었다.
몸살이 걸린 듯 온몸은 떨렸고 신고서를 제출한 후 아빠와 통화를 하며 그렇게 눈물이 나온 적도 없었다.
섣부른 판단으로 첫 직장에 돈도 못 받고 노동청 신고까지…
적은 돈을 잘 받지 못한다고 주위에서 말이 많았다. 그럼에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되든 안 되든 일단 진행이 되길 기다렸고 다시 이력서를 작성해야 했다.
처음 겪었던 경영악화에 대한 회사 상황, 실질적 대표는 실장이었고 그 실장은 학무보들에게 고소까지 당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며칠이 지나고 다른 직원들과 함께 신고서가 많아져 진행이 시작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긴장 풀림과 동시에 스트레스가 많았던 듯하다.
결국 스트레스로 하혈을 했었다.
멍하니 새하얀 변기가 피로 물들어 버린 걸 멍하니 쳐다봤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그때 잠깐이어서 망정이지.
첫 직장은 날 절망하게 했지만 또 취직 자리를 알아봐야했다.
두 달뒤 다른 곳으로 바로 또 취직을 했었다.
취직 후 연락 온 실장… 노동청 때문에 일부러 번호를 삭제하지 않았고 전화를 받으니 잘 지내냐는 말과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를 한다.
난 그 말에 대답지 않고 전화한 목적이 뭐냐고 물었고 목적은 본인 탄원서에 사인이었다.
내가 있는 직장까지 오겠다는 말에 결국 터져버렸다.
실장님 미치셨어요? 제가 왜 알려줘야 돼요?
그 말과 함께 울분이 터졌다. 쌓아왔던 감정에 분풀이를 하듯 쏟아냈고 한 번만 더 연락하면 경찰서 신고를 하겠다는 말과 전화를 끊었다.
바로 차단.
벌벌 떨렸고 또 눈물이 났다. 정말 울기 싫었지만 울음을 멈출 수 없어 더 화가 났다.
덕분에 많이 강해질 수 있었다.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굳이 제 발로 겪었던 거다.
배운 게 있다. 쓸데없이 고개만 빳빳한 채 사업을 하려는 사람은 많다는 거다. 그리고 도망칠 땐 꼬리가 물리지 않게 빠르게 고갤 숙인다.
자신이 남긴 흔적은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다양한 직장 생활에서 분명 나보다 더 괴로운 경험을 한 사람들도 많을 거다. 그 이야기가 들린다는 건 우린 그 시간들을 버티고 견뎌냈다는 거다.
포기하지 않고 이 이야기를 말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할 수 있도록.
같은 괴로움을 겪은 사람들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