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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땡 Sep 02. 2021

열심히 사는(것처럼보이는) 나

  나는 한 때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산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었다. 유학생 시절 학교에 다니면서 알바를 두 개 뛰었을 때 그랬었는데 요즘 들어 다시 듣고 있다. 사실 유학생 시절엔 집에서 따로 용돈을 받는 게 아니다 보니 홈리스가 되지 않기 위해 알바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정말 생존을 위해 일을 했었고 학생으로서 학교도 안 빠진 것뿐인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요즘은 생존을 위한 것 때문은 아니다. 나는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성격인데 최근 회사에 다니며 나름 안정적인 수익이 생기다 보니 이때다 싶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잔뜩 저질러버렸다. 나름대로 병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저질렀는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어쨌든 내가 벌여놓은 것들을 해치우다 보니 매일 할 일이 많아졌고 늘 바쁘다 보니 또 열심히 사는 모양새가 되었다.

  올해 나의 목표 중에는 외국어 공부, 글쓰기, 운동 등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아무리 내가 하고 싶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강제성 없이는 꾸준히 하기 힘들기 때문에 돈을 들이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과 달리 취직을 하게 되면서 안정적인 수입이 생겨 가능한 일이었다.

  그 덕에 3개월 전부터 올해 초에 잠시 멈췄었던 운동을 다시 등록했고 외국어 관련 수업도 신청해서 일부는 이미 수강 중이다. 글쓰기에는 상대적으로 돈을 들일만한 일이 없어서 그런지 정신 차리고 보니 글을 전혀 쓰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브런치에서 알림이 와서 오랜만에 글을 쓰고 있다.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다 보니 가끔은 '운동하는 나', '외국어 공부하는 나'  등 여러 명의 내가 공존하는 느낌이 든다. 최근에는 '글 쓰는 나'가 활동을 거의 못 해서 앞으로는 '글 쓰는 나' 또한 자주 등장시키려 한다. 얼마나 자주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전보다는 자주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렇게 여러 명의 '나'가 번갈아 가며 활동하다 보니 나 스스로는 공사다망 하긴 해도 열심히 산다는 생각은 안 드는 것 같다. 열심히의 기준도 주관적이다 보니 얼마나 해야 열심히인가 하는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지만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나 자신이 열심히 산다고 인정해 주기로 했다. 왜 스스로는 열심히 산다고 생각을 안 할까에 대한 고찰을 하다 보니 자존감이랑도 어느 정도 연관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자존감이 낮은 편이다 보니 뭘 하더라도 '내가 무슨'하는 생각이 내재되어 있어 스스로를 인정해주고 칭찬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아직은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는) 나' 지만 이제부터는 '이 정도면 열심히 사는 거지' 하며 여러 명의 '나'에게 칭찬을 해주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오늘도 열심히 운동하고 온 나,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한 나, 오랜만에 글을 쓴 나, 모두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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