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진로와 학과, 다중전공에 대해서.
대학교 과제로 책을 만들 일이 있어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가장 잘 아는 내용을 적는 것이 맞다 생각하여 나의 이야기를, 다중전공의 선택과 배경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이를 성장이라는 주제 그리고 진로라는 관점에 비추어서 인터뷰와 엮어 설명하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해당 책내용에 작성한 본문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점점 커가는 우리는 직업을 가질 나이가 되었다. 진로의 관점에서 성장을 바라보고자 한다.
하고 싶은 걸 어떻게 찾으면 좋을까?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일까?
성장의 의미를 진로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나는 성장의 정의를 찾아낸 자아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배움의 장이 대학일 때, 학생은 다양한 이유로 학과를 선택한다. “단순히 성적이 맞아서”를 넘어, 흥미 분야와 가까워서, 생각해 둔 진로라서, 주변 가족, 선생님 등의 조언을 받아서, 취업이 잘된다고 들어서, 혹은 이름이 멋있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전공을 선택한다. 하지만 가장 높은 확률로 진로를 염두에 둔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지만, 진로를 고려하고 선택한 학과임에도 정작 전공 내용을 학습하다 보면, 생각했던 내용과 잘 맞지 않을 수 있고 이를 직업으로 가질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다. 혹은, 교양 수업으로 우연히 들어본 전혀 다른 전공에 큰 관심이 생겨 이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 교육 정보 연구원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한 개인이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분야에서 일할 수도 있으며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직업 환경이 재편될 것이라고 2023년 발표했다.
관심이 여러 분야에 있거나, 향후 직업을 고려할 때 내가 재미있어하는 분야와 현실적으로 전망이 밝은 분야 간에 괴리가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부전공 혹은 복수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취업의 기회를 확장하기 위해서 전공을 여러 개를 선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러 가지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 취미 등의 분야로 이를 남겨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금 더 심화해 배워보고 싶다면,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졸업하고 나서도 새로 공부를 시작해 전혀 학과와 관련 없는 분야로 취업을 하는 경우도, 취업하는 직장을 다니다가도 전혀 다른 분야로 이직하는 경우도 굉장히 흔하다.
평생직장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이는 순전히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하면 어떠하고, 하나로 확실히 정하지 못하면 어떠한가. 결국 자기의 길을, 나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대체로 같은 계열(공학, 인문, 상경, 예술, 체육 등) 내에서 여러 전공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 편이지만,
전혀 다른 계열의 영역을 함께 공부하는 사례도 많다. 그렇다면 이런 쉽지 않은 도전을 이어가는 사람을 만나
이를 선택한 이유와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몇 년의 고민 끝에 2학년 겨울 방학에 결정, 3학년 1학기부터 제2전공 강의를 수강하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진로와 직업에 관해서 관심을 가질 때 첫눈에 반한 분야는 디자인 쪽, 예대였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추천을 받아들여 공대로 입학, 컴퓨터공학전공을 제1전공으로 두었다. 그러나 전공 수업을 계속 들어도
시각디자인학과에 대한 미련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제2전공을 쉽게 신청할 수 있다는 점과 공대도 미대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학교 특징이 흔하지 않은 기회라는 걸 알게 되었고, 왠지 지금 선택을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수강을 시작했다. 무언가 손으로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실용적인 학문을 선호하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생각하는 만큼 무언가 한정해 배우는 것보다 더 다양한 걸 배워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싶다. 무엇보다 대체 미대에서는, 디자인을 학문으로 배우는 곳에서는 어떤 강의를 하는지 교수님께서 어떤 걸 가르치는지 너무 궁금했다. 공학 학문의 지식은 책, 강의 등을 통해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겼지만, 디자인은 경험적이라 멘토가 없으면 길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그 때문에 제2전공으로 시각디자인학과를 선택했다.
사람이 제일 어려웠다. 당연히 전부는 아니지만 처음 미대생으로서 알게 된 분들이 순수 미대생을 좋아하는 듯해서, 소외감이 제일 힘들었다. ‘네가 그린 건 틀렸다’ 소리도 제법 들었고, 시험이 아닌 실기로 시험을 본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평가 방법이 큰 디메리트로 다가왔다. 믿을 구석이 이걸 하고 싶어 하는 내 마음 하나뿐이라는 게 제일 힘들었다. ‘처음’을 시작할 때 누구나 겪는 시행착오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시공간에 관계없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 흥미 분야와 연결 지었을 때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그러하다.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가지거나, 아니면 두 가지 전공을 모두 합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 지금 당장 가방끈이 짧아서 두 가지 모두가 합쳐지는 분야를 앱과 웹 외에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공학과 디자인이 모두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라는 공통점에서 볼 때, 두 개는 서로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분명 두 가지가 합쳐진 다른 직업이 있을 것이라 여기고, 희망을 품고 여러 루트로 탐색하고 있다.
타 전공생이 되고 나서야 제1전공생 우대 같은 이야기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게 되었다. 곳곳에 있는 제1 전공생 조건이 이제야 선명히 보인다. 제1 전공의 다양한 학문을 주제로 하는 소모임의 운영진을 담당하고
있는데, 임기 내내 제1전공생만 뽑는 규칙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내년에는 사라질 것 같아 기쁘다. 겪어보지 않는 이상 차별이 존재하는지를 모른다. 작게는 ‘전공생’에 대한 차별부터 시작해 나도 혹시 무의식 중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지 부끄러워진다. 이 경험이 단순히 지식을 확장하는 경험에서 끝나지 않고 미숙했던 내 과거를 비추어 줄, 시야를 넓혀주는 경험이 되길 바란다. 더불어 디자인 혹은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전혀 다른 계열 친구들이 분명히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민하는 지금이 가장 빠를 때다. 대학에 와서 배우고 싶은 걸 배우겠다는데, 당장에 취업과 관련이 없어도 하고 싶다는 이유 한 가지면 충분하지 않을까. 용기를 가지고 더 많은 걸 성취하며, 새로운 기회를 욕심내길 바란다. 등불까지는 아니라도 발자국 정도는 남기고 갈 수 있어 다음 타자들이 겁내지 않기를 기대한다.
성장했다 느낀다. 반년 전만 해도 그저 디자인을 배우고 싶어 하는 것에 그쳤다면, 지금은 디자인을 배우고 있다. 일러스트 툴을 어디에서 다운로드하는지도 모르던 반년 전에 비해 지금은 학교로부터 외주를 받아 일러스트로 일을 하고, 창업 동아리에서 활동, 소소한 물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전시회에 찾아가던 반년 전에 비해서, 지금은 한 학과의 졸업 전시회의 준비위원으로 활동하며 판플랫과 책자를 만들었고, 내년에 기획한 두 개의 전시회 오픈을 앞두고 있다.
하고 싶다는 마음과 하고 말겠다는 확신만 있으면 정말로, 모든 걸 욕심내어도 괜찮다. 넘어져도 남겨진 흉터가 이후 내 뒤를 봐줄 거다. 그걸 어떻게 하냐는 부정적인 눈빛을 놀람의 눈빛으로 바꾸는 그 짜릿함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폄하와 편견을 깨트리고, 원하던 자아를 실현하길 바란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