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의 풍경-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파주 출판단지에 자리잡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건물 자체만으로도 볼만 한 곳이예요. 다양한 크기로 된 여러 개의 전시 공간으로 이뤄져 있으며 백색의 곡면으로 이뤄진 외관과 입구의 갈대가 어우러져 아름답죠. 내부는 최대한 자연광을 사용해 시간대에 따라 전시 공간의 느낌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서울에서 거리가 꽤 있지만 들인 시간 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순간을 만날 수 있어요.
지금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는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기획전 <틈의 풍경>이 열리고 있어요. 틈. 김미금 큐레이터는 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시공간 속에 발생한 균열로써 뜻밖의 여유, 사건이 발생하는 지점, 다시 채워져야 할 미완성, 혹은 새로운 것이 자리잡는 가능성의 공간이이기도 하다.” 김세은, 라선영, 송수민, 황원해 작가가 발견한 틈을 찾아 떠나볼까요?
*작가와 큐레이터의 말은 전시 도록에서 발췌했습니다.
편집/이미지 '마니' , 디자인 '임그노드' , 디렉팅 '해리'
어쩌면 나, 작가 라선영
“세상을 조금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라선영
커다란 유리창으로 자연광이 환히 비추는 1층 전시실에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은 라선영 작가의 조각들입니다. 같은 생김새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포즈를 하고 있는 수많은 백자 조각상들은 익명의 세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상되죠. 우리 모두는 분명 이름을 가졌지만 어느 세계에 들어서면 무명의 1인이 되기도 합니다. 때론 타인이 나에게 익명의 1인으로서만 존재하기도 하죠. 전시장 곳곳에는 라선영 작가의 다채로운 인간 군상이 조각으로 완성되어 있어요. 작가는 <70억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온갖 인간 군상을 조각상에 담고자 하는데요. 이번 전시에는 복서와 심판, 방호복을 입은 사람, 팔짱을 낀 채 핸드폰을 들여다 보며 걸어가는 고등학생들, 해변의 사람들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계는 국가와 인종으로 나뉘지만 사실 이 세상은 수많은 인간군상의 수 만큼이나 다른 세상이 존재하겠죠?
도시의 기억, 황원해
“돌을 호수에 던지면 잔잔하게 파동이 일어나는 것처럼, 예술은 사람의 감정에 파동을 일으키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 황원해
2층으로 들어서면 회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황원해 작가는 도시의 모습을 그려요. 언뜻 보면 SF 영화 속 배경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지만 이 시대 도시 속 건물의 모습이예요. ‘도시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의 미묘한 관계성을 발견하고 위계가 없는 하나의 화면을 나만의 언어로만 만들고 싶었다.’는 작가가 도시에 접근하는 방식은 매우 재미있어요. 엄청나게 큰 건물이 어느 순간 유리의 빛 때문에 평평하게 보이기도 하고, 영원할 것 같던 건물이 순식간에 부서지고, 산의 완만한 곡선을 수직적인 건물이 가로막기도 하는 혼재된 모습들의 잔상과 기억이라고 합니다. 문득 오늘의 도시에 대한 나의 잔상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을 더듬게 되네요.
나의 언어, 김세은
“미술은 말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다층적 단계로 보여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 힘이 나의 언어가 되기를 원했다.” – 김세은
그림을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예술가의 시선이 주는 새로움에 있는 것 같아요. 김세은 작가가 캔버스에 담아내는 것은 자신만의 언어입니다. 어떤 대상과의 정신적, 육체적 거리를 조절하며 경험과 이미지 언어를 새롭게 인식하는 장면을 찾는다고 해요. 그림이란 무엇을 뜻하거나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자체로서 생각을 끌어낼 힘을 가지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마따나 김세은 작가의 그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력을 이끌어 냅니다.
풍경 너머의 모습, 송수민
“예술이란 시각적 즐거움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하는 통로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해주고 생각지 못했던 것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자 다른 학문과 다른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 송수민
송수민 작가의 그림에는 의외성이 있어요. 아름다운 꽃이 폭발하듯이 만개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림의 한 켠에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이 있고, 한 밤에 바라본 나뭇가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소란스러웠던 불꽃놀이의 순간이기도 하죠. 작가는 일상을 살며 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해요. 평범한 풍경같지만 사실은 재해의 한 부분이기도 하며, 때론 재난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풍경 말이죠.
⚫ 장소 :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 주소 : 경기 파주시 문발로 253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월, 화요일 휴무)
⚫ 기간 : 2022.10.19~2023.01.24
⚪ 문의 : 031-955-4100
☕ 전시 보고 뭐하지?
파주 출판단지는 규모가 굉장히 넓지만 평일 중 시간을 내어 전시를 보러 간 탓에 오랫동안 있지는 못했어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대신 미메시스 아트뮤지엄에만 머물렀죠. 다행히 아트 뮤지엄 1층에 카페가 있어 전시를 다 보고 난 후 쉬어가기 좋아요. 통창 너머로 정원이 보여 바깥 풍경도 꽤 좋고 무엇보다 출판사가 운영하는 미술관답게 1층에는 미메시스와 열린책들의 많은 책들을 둘러볼 수도 있습니다. 카페 한 켠에는 테이블에 가져와 읽을 수 있는 책도 있어요. 오후 2시, 3시, 4시에 1층 전시실 입구에 가면 도슨트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만드는 사람들 - 라켓팀
마니(편집), 임그노드(디자인), 해리(디렉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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