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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 Jan 18. 2023

사라진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

다녀온 전시 : 송은미술대상전 - 송은

이번 주 라켓레터는 송은을 찾았어요. 청담동에 자리한 미술관 송은은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눈에 띄는데요, 보통 청담동을 걷다 보면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도 주차되어 있거나 갑자기 차가 들어오는 경우가 빈번하죠. 반면에 송은은 번잡한 강남 한복판에서 여유로움을 지닌 곳이에요. 입구 한 쪽에는 누구나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아주 작은 정원을 만들어 두었죠. 송은문화재단의 신사옥인 이곳은 테이트 모던을 만든 헤르조그&드 뫼롱 건축 사무소가 지은 곳으로 이들이 한국에서 선보인 첫 작업이라고 해요. 송은에서는 매일 다섯 번의 무료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네이버 예약을 통해 예약 후 방문하면 건축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전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송은미술대상전에는 저마다 각자의 세계를 지닌 스무 명의 예술가가 참여한 만큼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것을 추천해요. 라켓레터 역시 도슨트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요, 40분 정도 도슨트의 설명을 들은 후 다시 찬찬히 전시를 둘러 보니 훨씬 더 깊은 세계가 펼쳐졌어요. 송은미술대상전은 꼭 시간을 여유롭게 잡고 방문하길 권해요. 20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 라켓레터는 오래 마음에 남았던 몇 개의 작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편집/이미지 '마니' , 디자인 '임그노드' , 디렉팅 '해리'  




관람 포인트 1

사라진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 

LARKET 촬영

2층에 전시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작품은 강렬한 컬러감의 장종완 작가의 <뉴 슈가_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였어요. 이 작품의 시작은 ‘사라진 벌’들이에요. 환경 위기로 인해 지구에서 벌의 개체수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죠. 작가는 ‘사라진 벌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질문으로 작업을 시작했고 위트 있는 그림을 통해 지구에 닥친 위기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죠. 그림 속 양과 인간은 모두 벌의 눈을 하고 있고 집도 벌집 구조와 같아요. 그리고 멀리 보이는 설산은 한 영화 제작사의 이미지가 떠오르죠. 그림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 하나 하나에는 위트가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기이하게 다가와요. 아, 그림을 멀리서 바라보면 왼쪽 위에 자그마한 캔버스가 하나 더 있어요. 이건 벌이 나는 모양에서 기인했다고 하니 놓치지 마세요.




# 관람 포인트 2

풍경의 분절 


LARKET 촬영

3층 전시실 입구에 자리한 전혜림 작가의 작품 <면면체-호작도>에는 산수화 같은 풍경이 담겨 있어요. 하나의 큰 캔버스를 벽에 걸지 않고 구조물에 설치해 익숙한 듯 낯선 장면을 만들어 냅니다. 이 작품은 여러 각도에서 눈높이를 다르게 해서 보면 서로 다른 프레임에 있는 풍경이 이어지게 돼요. 하나의 큰 풍경이 조각조각 나뉘어졌다가 시선에 따라 다시 합쳐지는 거죠. 그렇게 회화로 분절과 연속성을 동시에 담아냈어요.




# 관람 포인트 3

오늘도 기록되는 나 

LARKET 촬영

최고은 작가의 <나의 오른손이를 보셨습니까?>에는 수없이 많은 이미지들이 모여져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을 형상화했다고 하는데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볼 수 있는 광고 프레임을 발견할 수 있어요. 곳곳에 있는 사람 얼굴은 성형외과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에서 모티프를 얻었는데, 작품 속 얼굴들은 ‘미남’ 혹은 ‘미녀’와 거리가 멀죠. ‘나’를 관찰하는 카메라, 구석구석 반복되는 광고 이미지, 그런 공간에서 거울에 비친 나의 이미지를 들여다보는 나. 좁은 엘리베이터에서는 그렇게 수없이 많은 이미지가 공존하고 있어요. 이 작품을 멀리서 바라보면 뒤 족에 배치한 얼굴이 한 프레임으로 합쳐지는데요, 바로 작가의 얼굴이라고 합니다.




관람 포인트 4

나의 어머니 

LARKET 촬영

송은 1층에서는 지하 전시실을 내려다 볼 수 있어요. 그때 보이는 그림이 박그림 작가의 <심호도_춘수> 입니다. 박그림 작가는 불교 미술가로 지금 이 시대의 한국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1층에서 지하 전시실을 내려다 보는 것과 닮아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해요. <심호도_춘수>의 주인공은 어머니입니다. 박그림 작가는 그 동안 작품에서 자신을 호랑이에 비유해왔는데 아기 호랑이를 품고 있는 어머니, 반은 호랑이, 반은 인간의 모습을 한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어머니, 그리고 자신을 오롯이 안고 있는 어머니를 그렸습니다. 성소수자라는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인해 보냈던 녹록치 않았던 시간들은 아마도 어머니가 잡아준 손 덕분에 지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불교 미술은 굉장히 세심한 그림인데요, 때문에 이 작품은 아주 가까이에서 들여다 봐야 합니다. 호랑이의 털 한 올 한 올까지 아주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수행하듯이 그려낸 그림이라는 것이 느껴지죠.




관람 포인트 5

생각의 시간 

LARKET 촬영

전보경 작가의 <Mirroring>에는 두 명(?)의 인공지능이 등장해요. 인간이 되고 싶은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으로 사는 게 좋은 인공지능. 한 인공지능이 단어 하나를 말하면 이를 세 명의 무용수가 몸으로 표현하고 ‘인간이 되고 싶은 인공 지능’은 글로 표현합니다. 하나의 단어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표현하게 되죠. 그리고 인공지능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왜 인간이 되고 싶은지. 감정을 지닌 인간이 정말 인공지능보다 나은 건지 한 번씩 생각해보게 하죠.


송은미술대상전에는 VR을 통해 감상하는 작품도 있는데요, 안성석 작가의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죽음>과 <사랑을 나눠줄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이 그렇습니다. 어느 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사고로 죽어야 했던 사람들을 추모하고 그 추모의 마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온기로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죠.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죽음을 당한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 장소 : 송은
⚫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441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11시~ 오후 6시 30분(일요일 휴관)  
⚫ 기간 :  ~ 2023년 2월 18일 
⚪ 문의 : 02-3448-0100



만드는 사람들 - 라켓팀
마니(편집), 임그노드(디자인), 해리(디렉팅)

라켓 소개 - https://www.lark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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