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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지 감로안 Jan 27. 2023

나만의 쿼렌시아가 있다면 엉엉 목놓아 울어보자

어른도 슬플 땐 엉엉 운다

쿼렌시아

자아회복의 장소에서 숨 고르기를 하는 거야. 비겁하게 숨는 게 아니야




안녕하세요.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러!  베지 감로안입니다.


어른도 슬플 땐 엉엉 울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감정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저는 파이터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화가 나는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 감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과연 정말 화로 똘똘 뭉쳐있는 것인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눈물이 나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슬펐던 것입니다.


여러분은 나이 들어 꺼이꺼이 목놓아 엉엉 울어본 적이 있나요?

저의 울음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슬프다고 나 자신이 초라해서 슬프다고 내 마음을 안 이후로 10시 10분 얼굴을 한 화난 얼굴이 아니라 소리 내어 엉엉 우는 울음을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내 감정 알아가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너! 지금 화난 거 확실해?

라고 나에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슬픈 건지, 힘든 건지, 기쁜 건지, 괴로운 건지, 속상한 건지, 안타까운 건지, 아쉬운 건지,

아픈 건지, 억울한 건지...

지금까지는  이런 내 감정을 잘 몰라서 다른 감정으로 표현할 때가 많았습니다.

내 감정 살피기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줄 알았으니까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어른의 사회에서는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고 어른답지 못하다고 배워왔으니까요.

그러나 제대로 된 감정을 잘 모르고 살아오다 보니 오히려 더 어른답지 못한 행동들이 나올 때가 많았습니다.

아니야! 나 화 안 났거든.. 나를 뭘로 보고.... 진짜야~~ 나!  화난 거 아니거든~~~~



감정 살피기


우리는 왜 이렇게 감정이 서툰 것일까요?

부모로부터 학교로부터 배운 적이 없고 예로부터 희로애락의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여겨졌기 때문에 스스로 배울 필요성도 못 느끼고 이걸 굳이 배워야만 하나라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이 들면 감정을 감추어야만 사회생활하기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작 속은 문들어지는데 말입니다.

아니면 AI보다도 더 감정 읽기가 안돼서 마음이 굳어져 버려 회복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50대 이후 중년 남성들에게서 많이 발견했습니다. 대표주자 54세 감정 AI가 제 남편입니다.

내 감정을 모르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상대의 감정을 읽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입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어릴 적 가부장제의 끝판왕을 보여주던 주말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1992)의 자린고비이자 남존여비 사상으로 똘똘 뭉친 대발이 아버지(이순재 역)한테 아내(김혜자 역)가 속으로 부르던 노래가 생각납니다.

아마 제목이 '타타타' 였지요.

얼마 전까지는 나도 나를 모르는데 그리고 내 몸무게 하나 내 마음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당신한테 잔소리를 하지요? 수행 더 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지금은 내 마음 챙기기도 바쁜데 자기 마음은 자기가 좀 공부하고 알아볼래?라고 했습니다. 와~~~ 속이 뻥! 뚫리더라고요.


"괜찮아?"라고 하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고 "괜찮아.."라고 말하고

괜찮아?라고 묻는 사람도 상대가 혹시 "아니.."라고 말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물어보지 못합니다.

감정 공부를 해보지 않았기에 자신도 그렇게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감정을 들키지 않았기에 위로도 서툴고 칭찬도 서툴고 공감도 서툴고 어른의 대화법도 서툴러 책 '벽을 뚫는 대화법' 백날 읽어보면 뭐합니까?

그랬구나~~ 그랬구나~~ 하는 말만 하지요.

"어디 가서 또 강연 들었구먼~ " 하고 그럴 때 팩트를 날리는 아들이 곁에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팩트 폭격이란 말 가슴 아파 혼자서 피드백이라 돌려 듣는 어른이는 이럴 때 서운함과 억울함을 느꼈지만

화를 낼 때도 있었습니다.


감정이 꼬이면 몸은 귀신같이 안다


그러나 몸은 살기 위해 이 사실을 귀신같이 알려줍니다.

그리고 신호를 보냅니다. 어딘가 불편하다고.. 어딘가 힘들다고.. 머리가 아프고 어깨가 결리고 소화가 안되고 억지로 웃음 지으며 감정을 알아줄 생각을 안 하고 다른 어떤 것에 집착하고 몰입하지요.

어릴 때는 지인들과 술 한잔 마시고 수다 떨고 노래방 가고 했었는데 나이 드니 뭐 배우러 다니고 공부하고 브런치카페 가서 나를 위한 음식과 바리스타급 커피 수다를 떨고 있더군요.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맥락이지요.


마음아~ 왜?   감정아~ 왜?

라고 물어봐 주지 않으면 끝도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 속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지쳐버릴 때가 있더라고요.  같은 문제로 계속 힘들어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그리고 우린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감정의 신호를 누르면서

또 다른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상대에게서 또는 나한테서 불편한 에너지를 느꼈다면 그게 무엇인지 한번 찬찬히 생각해보도록 해요.


그러면..


"오늘 당신이 이렇게 얘기해서 내가 마음이 많이 억울했어.. "

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소리 지르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담담히 내 감정을 조용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딸아이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대학교 대대장 선거에 나갔다가 경선에서 다른 친구가 되었다고..

그런데 교수님께서 부르셔서 잠시 뵈러 갔다가

갑자기 눈물이 터져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 눈물의 감정을 잘 살펴보라고 했더니


교수님께서  " 이번에 네가 대대장 경선에서

떨어졌지만 너로 인해 이제 학교에 여자 대대장이 나올 수 있는 지평을 열어준 것 같다"라고 말씀하셔서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비대면 수업이 많다 보니 1, 2학년 후배들에게 어필을 못했고

여자라는 핸디캡이 많이 작용한 것 같아 억울한 감정이 있었는데 그 마음을 교수님께서 알아주셔서 감정이 뒤섞였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여긴 경상도 구미입니다. 지역을 가르는 건 아니지만 25년 전 대구를 떠나온 그때와 크게 변하지 않은 세상에 가끔은 속이 뒤집힐 때가 많습니다.  절대 지역 가르기가 아닌 개인적 생각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딸아이는 대대장은 아니지만 중대장이 되어 참모 교대식을 했습니다.

듬직한 아이이고 수다스럽지 않은 아이라서 그 사실도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습니다.

인천에서 딸아이와 남편이 있는 구미로 이사 왔지만

애들 초, 중, 고등학교 때도  치맛바람 싫어서 1년에 딱 한번 선생님께 인사 정도 드리러 가던 제가

대학교에 찾아간다는 건 쫌 그렇지요.


그런데 진심 이런 장면은 부모 아닌 척하고 보고 싶었습니다. 여성이 세상과 공평한 시대의 톱니바퀴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만끽하고 싶었거든요.  딸의 엄마 입장이 아니라 같은 여성으로 우리 윗세대가 조금씩 발버둥 쳤고 나도 한몫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요.

옛날부터  신데렐라, 백설공주 그림책보다 로버트 먼치의 "종이봉지 공주"를 읽어준 빛나는 여성의 노오력이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왕자가 못된 용에게 붙잡힌 공주를 구한다는 전통 동화 양식을 뒤집어 공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기 삶의 주인공은 바로 자기라는 현대판 공주 이야기이지요.

딸아이와 이쁜 드레스 입고 왕자 올 때까지 기다리는 공주보다 용한테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다 옷이 불탄 공주가 백배 낫다고 말하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종이봉지로 옷을 만들어 입은 공주보고 막말하는 왕자한테 당당하게 말하고 떠나는 종이봉지를 뒤집어쓴 공주의 뒷모습이 너무나 신나 보였던 장면이 아직도 강렬하게 생각납니다.


그렇게 아이와 저는 서툰 감정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나만의 쿼렌시아에서 목놓아 울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감정 읽기를 배우는 중입니다. 다 배웠다고 해서 감정 읽기를 중단하면 또 빵 하고 터질 때가 있으니 평생 감정 읽는 연습은 해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부모님께, 또는 학교에서 못 배웠다면 이건 필히 머뭇거리지 말고

지금 배우러 갑니다. 안 배우면 손해가 반복되고 힘들어지니까요.


모르면 알려고 하고 그리고 공부하면  됩니다.

사회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더 많이 안다고 말할 수 없으며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슬프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감정을 꼭꼭 숨길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감정 읽기를 제대로 한다면

내 마음을 알게 되고

내 마음을 알게 되면

내 몸을 알게 되고

내 몸을 알게 되면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이 잡히겠지요.


그리고 뚜벅뚜벅 걸어가면 됩니다. 울고 싶을 땐 엉엉 울어도 됩니다.

조금 부끄럽다면 나만의 장소를 한번 찾아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저는 가끔 차 안에서 엉엉 웁니다. 실컷 울고 나서 눈물 쓱 닦고

언제 그랬냐는 듯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또는 낯선 장소에서 커피 한잔 마십니다.

나만의 렌시아ㅡ스페인 투우장의 투우용 소가 마지막 기력을 회복하는 장소, 하늘의 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힘을 모으던 그 장소를 찾아서 우리 그 소처럼 기력을 한번 회복해 볼까요?

장소도 좋고 책도 좋고 사람도 좋고


나만의 렌시아를 찾아서 숨는 게 아니라 숨을 고르도록 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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