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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지 감로안 Jan 28. 2023

어른으로 살아남기

나이가 들수록 내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나는 어떤 어른일까?

어른이 되고 싶은데 그것은 상대가 알아줘야지 내가 결정할 일은 아니지...




나는 유독 내 일도 아닌데 흥분하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가 아이들에게 어른의 위치로 윽박지르는 선생님이나 어른들을 보면 흥분하고 화가 난다.

(아 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2년간 나도 그 부류였음을 반성한다. 1년은 떨어져 있어 보지 않았기에

다행이었다.)


   또 하나는 20대 대학생이나 아직 사회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초년생에게 열정페이를 지급하거나 그들을 돈으로 또는 경험으로 짓누르려고 하는 어른들을 볼 때면 분노하면서 괜한 개입을 해서 손해 본 경험이 많다.


   왜 그럴까?

  그 옛날 중고등 학교 때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선생님들께 목소리를 내서 주장하지 못하고 모범생답게 순종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당함을 억눌렀기 때문이다. 1980년대 내가 학교 다닐 시기 얼마나 이상하고 가부장적이고 여자아이들을 무시하던 선생님들이 많았던가?


   틀린 개수만큼 팔안쪽을 교묘하게 꼬집던 영어선생님, 책상 위에 무릎 꿇고 앉혀놓고 교복 치마 위 허벅지를 지휘봉으로 맞던 단체 기합 시간, 브래지어끈을 슬쩍 당기던 체육선생님 등등.

지금 같았으면 경찰에 신고하던지 부모님께 알려 어떤 조지를 취했을 텐데 그때는 친구들과 선생님 뒷담화정도 하는 걸로 속상함을 달랬으니 오죽했겠는가?


   대학졸업하고 실내건축산업기사 자격증을 따고 인테리어 학원에서 만난 동생들과 취업해서 나간 사업장이

열악해서 열정페이로 일했던 경험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때는 인테리어라는 개념이 생소해 부동산 사무실에서 인테리어를 병행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주변에 멘토가 없었기에, 멘토의 개념도 모르고 있었던 그 시절의 나였기에 혼자서 좌충우돌했었다.



이 세상 참어른은 누구일까?


2012년 7월 21일 오후 6시 15분 카카오스토리에 적힌 글을 퍼온다.


   당신은 어떤 어른입니까?

   아이들이 런닝맨 놀이를 한다고 해서 벨크로 테이프를 이용해서 이름표를 만들었는데 튼튼하지가 않아 박음질이 필요했다. 그래서 둘을 세탁소로 보냈는데 첫 번째 세탁소 주인은 아이들끼리 온 데다 시답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는지 그런 걸 왜 하려고 하는지 바쁜 시간에 뭐 하냐며 아이들을 야단쳐 보냈다. 속상한 나머지 울상이 된 아이들은 나에게 구원요청을 보냈다. 

 

   하지만 둘이서 해결해 보라고 두 번째 세탁소로 보냈다. 그곳에서도 아이들은 퇴짜를 맞고 나에게 전화를 했다. 아이들은 아주 바쁜 아저씨이기에 전화 바꿔 달라는 일조차도 두려워했다. 그 세탁소는 세탁일이 더 돈이 되기에 거절했다.


   아이들은 벌써 어른들의 거절에 지쳐 있었지만 나의 개입보다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마지막 세탁소를 알려줬다. 가는 동안 아이들은 또 다른 거절을 당할까 봐 주눅 들어 있었고 이 놀이가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속상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곳 아저씨가 다행히 흔쾌히 해주셨고 런닝맨 놀이 재미있겠다며 돈을 한사코 받지 않으셨다. 그 아저씨께 돈대신 커피를 대접하면 받을 것이라 했더니 아이들은 너무나 신이 나서 커피를 사드리고 즐거움이 가득 찬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이번 일로 많은 것을 느꼈단다.


당신은 어떤 어른입니까?



   아이들은 어쩌면 세탁소의 첫 번째, 두 번째 어른들의 편협한 생각에 휘둘려 기발한 재미를 묵살당한다. 

그리고 학교라는 제도권에서 재미없고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배운다. 편협한 사고 방식에 갇혀 유현준 건축가가 말한 것처럼 교도소와 같은 모양의 학교에서 수감자들과 똑같은 형태의 배식을 먹으며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는 것이다. 가장 통제하기 쉬운 형태로 수감자들처럼!


  운동장 한번 내려와서 축구 한번 할라치면 내려오기 어려운 구조를 뚫고 짧은 시간을 할애해서 무척 어려워 안 내려가고 만다. 제일 일거리가 적은 교장실을 맨 꼭대기층에 둬야 한다는 말! 참 공감 가는 말이다.



어른이 되어보니 참 그 노릇하기가 힘들다


   어른 + 어린이를 합쳐서 어른이라는 말이 있다.

어린이로 남고 실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피터팬 증후군'


   사고는 젊게 가지면서 참어른이 돼서 젊은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어른으로 사는 길은 참 어렵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들고 길의 좌표를 잃었을 때 물어볼 어른들이 옆에 안 계시다. 김수환추기경님, 성철스님, 김대중대통령님, 노무현대통령님, 이어령교수님 우리 시대 참 어른들은 이제 이 세상에 안 계시다.


   나의 요가스승 이태영 철학박사, 인생멘토 법륜스님! 이 분들도 멀리 떨어져 있으니 자빠지고 헤맬 때 즉시 문답을 못 얻으니 늘 허우적대는 것 같다. 바다에 빠진 김에 허우적 대지 말고 진주를 캐라고 하셨지만 이론과 현실의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과연 나는 우리 아이들이 힘들 때 참어른이 되어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16년 전 77세로 돌아가신 아빠가 무척이나 그리운 시간이다. 내 마음의 영원한 멘토!


   대학졸업하고 취직 안 하고 인테리어 학원 다니면서 한량 노릇 할 때도! 늦은 나이에 일본 유학 간다고 할 때도! 돌아와서 돈 안 벌고 덜컥 결혼할 때도! 나는 항상 A4용지 4장 이상 가득 이것이 필요한 이유를 잔뜩 써서 돈을 뜯어냈다. 아빠 유품정리 할 때 오빠가 전해준 서랍 깊숙이 넣어두셨던 4장 분량의 손 편지.


   아빠는 일본유학 시절 1년 더 체류하려고 구구절절 적었던 설득용 편지를 고이고이 간직하셨고 항상 나를 믿어주고 버팀목이 되어 주셨다. 무엇보다 항상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시고 아내를 존중하고 부지런하고 성실했다. 그런 아빠를 봐 왔기에 늘 아빠와 남편을 비교하며 살아서 힘든 시기도 있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배워 왔음에도 실천을 못하면 백날 책을 읽고 공부하면 무엇하랴!


꼰대가 되지 않고 참어른이 되는 법


  꼰대가 무엇인가?

자기의 구태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첫째, 진심으로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아무리 유식하고 아무리 훌륭한 행동을 잘해도 단순을 놓치는 순간 꼰대가 된다. 현란한 언어로 자기 자신을 포장하는 것도 해당된다.


  둘째, 묻지 않을 때는 조언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상대가 10분 정도 이야기를 꺼내면 거기에 덧붙여 20분, 아니 30분 이상 이  세상 모든 경험을 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내 잔소리로 사람을 바꾸려 하면 안 된다.


  셋째, 말하지 말고 들으려 하고, 답하려 들지 말고 들어야 한다.  결국 말을 줄이고 들으라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나도 차츰차츰 배우면서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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