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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봇 Apr 19. 2021

25. B급에서 B+급이 되었다.

B급에서 A급이 되고싶어 졌다.

25. B급에서 B+급이 되었다.


 최근 브런치의 제안하기로 메일이 도착했다. OZIC이라는 플랫폼에서 도착한 제의였다. OZIC은 오디오를 기반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현업에서 각 과업의 담당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플랫폼이었다. 당연하게도 마케터인 내게는 나의 직무인 '마케팅' 멘토가 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는 내용으로 제안이 왔다. 하지만 나는 선뜻 거기에 답변하지 못하고 한참을 고민했다. 마케터라고는 하지만 선뜻 내가 하는 일을 취업준비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그런 일을 할 만큼의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싶어서였다.



 취업 준비를 했던 4년~5년 전 생각해보면 마케팅이라는 직무를 지원하는 나도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고 그저 이론에서만 배웠던 브랜딩과 광고를 하는 것들에 대한 무한한 환상을 가지고 그 멋져 보이는 판에 몸을 던지고 싶었다. 그게 영업보다 마케팅에 매력을 느꼈던 이유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현실은 달랐다.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뛰어든 그 판에서는 원했던 것과는 다른 것들을 하기도 하였으며, 내가 원했던 그런 광고나 홍보 등의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예산'이라는 큰 장벽을 넘어야하기도 했고 그런 의사결정은 대체로 높은 직급의 사람들이 처리하고 있었기에 내게는 그렇게 많은 기회가 없었다. 뭔가 신입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조금은 도움이 될까 싶었던 마음과는 달리 생각보다 기획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고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는데요.' 라면서 물꼬를 틀며 대화 판을 주도할만큼 나의 머리는 영민하지 않았다.


 이게 비단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싶어 올해 우리 팀이 배정된 후배에게 물었다.


"대리님은 마케팅으로 지원할 때 어떤 일이 하고 싶었어요?"

"영상이나 광고를 만들기도 하고, 캠페인을 실행하거나 저희가 매체에서 접하는 그런 마케팅이요."

"근데 막상 와보니까 다른 일을 하게 됐는데 어때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마케팅의 범위가 훨씬 컸고, 제가 생각했던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던 거구나 싶어서 그냥 놀랍기도 하고 또 적응도 됐고 그래요."

"그래도 분명 기회는 올거에요."

"그러니까 잘 준비해 두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지 못한 마케팅을 하고 싶어하는 취업준비생 분들에게 무엇을 말해주어야 할까?




 최근 주변에서 이직이나 퇴사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다. 자신의 커리어를 잘 살려서 이제 회사 생활을 3~4년 했다고 주변에서 제 갈길들을 찾아 떠나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도 그런 이직 시장에서 혹시나 어떤 기회라도 있을까 싶어 채용공고를 살피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우대조건이나 자격요건에 제법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고 나의 커리어로는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으로 깨갱하며 브라우저를 닫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회사에서 가볍게 저녁식사를 하게 되면 차장님이나 위에 선배들은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여기가 평생 있을 회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 레쥬메도 적어보고 해."

"레쥬메요?"

"응, 올해나 내년이 네가 정말로 잘 팔릴 수 있는 때니까. 천천히 뭐 했는지도 적어 보고 거기에 따라서 하고 싶은 것도 좀 더 해보고 그래."


 이직을 장려하는 듯한 말투에 약간 갸우뚱 했으면서도 동시에 나도 첫 회사를 끝 회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기에 수긍했다. 그리고 레쥬메를 어떻게 적어야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이 플랫폼에서 온 제의는 나에게도 기회였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메일에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며, 참여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회신으로 온 메일에는 진행이 될 내용에 대한 질문지가 같이 있었다. 그 질문지에는 15개의 질문이 굵직하게 적혀 있었으며, 그 안에도 작게는 3개 많게는 7개~8개의 소질문들이 있었다. 각각의 질문들은 가볍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닌 심지어 내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과 지금 하고 있는 것, 그리고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것까지 적어야 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방대한 질문들을 보며 잠시 패닉이 오기도 했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내가 어떤 말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이전에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가. 나를 돌아보는 일이 먼저임을 알았다.


 그렇게 해서 갑작스럽게 시작된 나의 업무를 정리하는 resume 작성 프로젝트는 갑자기 막이 올랐다. 내가 마케터로서 일을 시작하고서 내가 하게 된 업무를 시계열로 정리도 하고, 내가 그 과정 안에서 중점으로 맡았던 프로젝트를 정리했다. 그를 위해서 내가 투자했던 것들과 공부했던 것들, 그리고 그에 대한 아웃풋들과 시도에 대해서도 적어 내려갔다.


 써내려 가다 보니 내가 마케터로 있는 제법 많은 일을 했음을 알았다. 동시에 퍼포먼스 마케팅의 일도 수행해내고 있음을, 그를 더 잘 해내기 위해 SQL과 파이썬과 같은 코딩도 학습했음을 되새겼다. 콘텐츠 마케터로서의 역량을 배양하기 위해서 더 많은 매체들을 접하고 퇴근하고서 받는 여러 광고 영상이나, 유튜브에 뜨는 광고 영상에서도 마케팅의 인사이트를 무의식적으로 찾고 캡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제법 풍부해진 나의 Resume를 보면서 꽤나 열심히 잘 살아왔구나 라는 안도와 그리고 나름대로 정말 애쓰고 있었음에 오랜만에 나를 토닥였다.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일을 해왔고 나도 어느 덧 이 분야에서는 나름대로의 전문가가 되어 있구나."


 제의 온 질문지를 다 완성하는 데에는 거진 열흘이 걸렸다. 퇴근하고서 공부와 운동 사이에 조금씩 써내려가며 준비했었던 글들을 제출하고 나니, 후련하면서도 동시에 조금 더 보완하고 싶은 부분들이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건 그 때 수정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노트북을 편안하게 덮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주최한 토막 글쓰기에서 선발되어 오피셜하게는 아니지만 책에 글이 실려 나오는 영광도 있었으며, 다음 메인페이지에 몇 번 노출이 되어 기뻤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매거진에 참여해서 노래를 소개하며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기회도 제의 받았으며, 이렇게 나의 지난 삶에 대해서 돌아보며 나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예비 후배분들에게 할 이야기를 글로 전달하기 위해 스크립트를 쓰는 기회도 얻었다.


 꾸준한 것만큼 성실하게 답변이 오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오늘도 그렇게 브런치를 쓰고 앞으로도 자주 써야한다는 다짐을 하고, 미래에는 좀 더 나은 B급 인생을 넘어 A급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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