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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퇴 Dec 09. 2022

핑계에 비즈니스는 잔잔하게 발린다.

히어로가 변신하는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은 전대물에서 뿐이다.

비즈니스에서 모든 것은 결과로 말한다.

 '졌잘싸' 따위는 없다. 원하는 결과를 만든 기업의 공통점은 뭐가 되었든 원하는 것을 만들어서 최대한 원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실패한 기업은 이런저런 ‘피치 못 할 사정’때문에 원하는 것을 못 만들어 원하는 결과를 못 만들어냈다. 누가 아파서, 인원이 부족해서, 탑다운을 못해서, 매니징이 안 되어서, 원하는 인재를 못 뽑아서, 시간이 부족해서, 자금이 없어서, 마케팅을 못해서 없어서 안 돼서, 부족해서, 할 줄 몰라서.


실패한 비즈니스 중에서 정말로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안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꽤 드물다. 

대부분 진짜로 최선을 다 했다. 오히려 성공한 기업보다 더 최선을 다했을 수도 있다. 다만 꼭 해야만 하지만 이런저런 ‘피치 못 할’ 사정으로 못하고 ‘할 수 있는’ 일만 정말 심혈을 기울여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최불암 시리즈


최불암 시리즈

40대 이상이면 최불암 시리즈를 알 것이다. 에피소드에 이런 내용이 있다. 최불암이 밤중에 가로등 밑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지나가던 최주봉이 뭘 찾고 있냐고 물으니 열쇠를 잃어버려서 찾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최주봉이 돕기 위해 같이 한참을 찾아보는데 아무리 봐도 나오지 않자 여기서 잃어버린 게 맞냐고 묻는다. 그러자 최불암은 잃어버린 곳은 여기가 아니고 저기 깜깜한 곳에서 잃어버렸다고 했다. 최주봉은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서 저기서 잃어버렸으면 저기서 찾아야지 왜 여기서 찾냐고 하니 최불암은 저긴 너무 어두워서 안 보이니까 파~~라고 대답한다. (이걸 보고 웃었다면 아재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ㅋㅋ


그런데 이게 실제 비즈니스에서 일어난다. 

마케팅을 위한 최소한의 예산이 필요한데 우린 자금이 없으니 오가닉을 증진하기 위해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같은 것이 이에 해당한다. 언뜻 들으면 참 좋은 생각으로 들린다. 하지만 서비스에 따라 반드시 페이드 마케팅이 필요한 서비스가 있다. 아니 그걸 떠나서라도 세상에 그 어떤 기업이 오가닉을 바라지 않을까? 구글은 자신이 지구상 최대 광고 플랫폼이면서 왜 광고 플랫폼 광고를 돌릴까?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산은 넉넉한데 PMF가 맞지 않다. 하지만 예산을 쓰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 페이드 마케팅에 쏟아 붓기만 한다. 훌륭한 기획자가 없어서, 개발자가 없어서와 같은 핑계만 가지고 있다. 이 사례는 페이드 마케팅에 예산을 붓는 것이 밝은 곳이 된다. 돈부림은 당장의 지표를 끌어올려준다. 하지만 락인, 리텐션이 거의 확보되지 않는다. 그렇게 예산만 타다가 끝이 난다. 


채용을 해야 하는데 대표가 딱 원하는 인재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 원하는 인재가 들어올 때까지 시간을 계속 허비한다. 서비스 발전은 느려지고 내게 주어진 타이밍은 그만큼 멀어져 간다. 그래서 잔잔하게 발린다. 


이 모든 사례들은 지표의 유의미한 변화가 없이 계속 제자리를 걷거나 우하향 한다. 변화가 필요한데 이런저런 핑계로 변화를 못했기 때문이다.


자금조달을 위해 아산이 영국으로 들고 떠난 (위) 500원짜리 지폐와 (아래) 울산 조선소 부지 사진

정주영 회장의 아산 조선소 설립 에피소드

모든 것은 다 핑계일 수밖에 없다. 안 되는 걸 되게 만드는 게 비즈니스 아닌가? 좋아하는 사례는 아니지만 정주영 회장이 처음 조선소를 지을 때 그 사진 한 장으로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네가 (아직 짓지도 않은) 내 배를 사주면 그걸 가지고 대출을 받아 조선소를 지어 배를 지어주겠다. 핑계는 하나도 없다. 고객도, 자금, 토지, 인력 모든 것을 어찌되었 건 확보했다. 


마케팅 예산이 없으면 어떻게 해서든 마케팅 예선을 끌어와야 한다. PMF가 맞지 않으면 계속 고도화를 하면서 PMF를 끌어올려야 한다. 채용이 안 되면 지인에 사돈에 팔촌에 링띤을 뒤지고 오퍼를 넣고 기천만원 수수료를 지급하는 헤드헌터라도 활용해서 채용을 해야 한다. 시장과 경쟁사는 절대 내 핑계를 이해하지 않는다. 히어로가 변신하는 동안 기다려주는 빌런은 전대물에서나 그렇지 현실세계에서는 변신을 시도하기 전에 빌런에게 소멸된다. 


그래서 남은 예산을 집행하는 동안 잔잔하게 발리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유저에게 핑계를 가져다 붙이지 마라. 유저에게 핏이 맞는 서비스, 프로덕만을 갖다 붙여야 한다. 


정말 많은 의사결정권자들이 시장이 자신의 핑계를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절대 아니다. 물가가 올랐으니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이해해주겠지는 통하지 않는다. 물가가 올라서 가격이 오르는 걸 이해하는 게 아니라 오를만한 가치를 제공했다고 여겼기에 올림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물가가 오르지 않고 가격을 올렸어도 되는 집이라는 뜻이다. 


시장과 마켓은 대단히 복잡해 보이지만 참 심플하다.

 원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프로덕을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시기에 가져다주면 된다. 혹은 원하게 만들면 된다. 하지만 반대로는 거의 안 된다. 시장과 마켓은 내 핑계를 이해해주거나 내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핑계에 비즈니스는 잔잔하게 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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