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그림자에 가려진 진실
우리는 종종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방식을 따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이라는 인지 오류입니다. 생존 편향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생존 편향은 현재 눈에 보이는 성공 사례에만 집중하고, 보이지 않는 실패 사례를 무시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는 마치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표현처럼, 사라진 표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듣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2차 세계대전 중 미 공군은 통계학자 에이브라함 왈드에게 폭격기의 방어력 강화를 의뢰했습니다. 당시 관리들은 귀환한 폭격기의 총알 자국을 분석해 피해가 집중된 부위인 날개와 꼬리에 장갑을 보강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왈드는 정반대의 제안을 했죠. 그는 오히려 총알 자국이 없는 엔진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왜일까요? 그의 논리는 간단했습니다. 귀환한 비행기들은 이미 '생존'한 표본이었고, 총알 자국이 없는 부위야말로 치명적인 약점이었을 것이라고 추론한 겁니다. 따라서 오히려 엔진을 보강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이 사례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줍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같은 창업자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회자됩니다. 이들의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창업에 대한 환상을 심어줍니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생존 편향의 예시입니다. 왜 그럴까요?
숨겨진 실패율: CB Insights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약 90%가 실패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로 10%의 성공 사례만 듣게 됩니다. 실패한 스타트업의 경험과 교훈은 매우 가치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잘 전해지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창업의 실제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변수: 성공한 창업자들의 이야기는 주로 그들의 천재성과 노력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은 초기 투자, 인맥, 교육 배경 등 다양한 요소가 성공에 기여했을 수 있습니다.
운의 역할 과소평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아이디어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때로는 운이 크게 작용합니다. 운 좋게 성공한 사례는 눈에 띄지만, 비슷한 노력을 했음에도 운이 없어 실패한 수많은 사례는 보이지 않습니다. 운은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기에, 운의 역할 종종 무시됩니다.
투자 세계에도 생존 편향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주식 시장은 장기적으로 항상 우상향 한다"는 믿음은 현존하는 시장 지수만을 보고 내린 결론일 수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 수많은 기업과 심지어 증권 거래소까지 고려한다면, 이 믿음은 재고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주식 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 한다고 해서 개별 주식이 그러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과도한 일반화를 지양하고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생존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먼저, 성공 사례뿐만 아니라 실패 사례도 적극적으로 찾아 분석하는 '전체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합니다. 또한, 평균이나 중앙값에만 집중하지 말고 전체 분포를 살펴보는 등 통계의 함정을 피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다각도 분석'도 중요합니다.
생존 편향은 우리의 판단을 왜곡시킬 수 있지만, 이를 인식하고 극복하려 노력한다면 우리는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