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가 주는 행복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행복을 꿈꿉니다. 하지만 잠시 멈춰 생각해 보면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사회가 제시하는 '성공'이라는 답안지를 맹목적으로 좇고 있습니다. Pew Research Center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최고의 가치는 '물질적 풍요', 돈이었습니다. 돈과 관련된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아파트, 물가, 연봉, 주식... 벌써부터 숨이 막히는군요. 한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돈을 최고로 여기고 있지만 과연 돈이 많다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우리의 뇌는 여전히 30만 년 전 사바나에서 수렵과 채집을 하던 그때의 뇌와 다르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의 96%가 수렵채집 사회였고, 겨우 4%만이 농경과 산업 사회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문명의 시작을 기준으로 한다면 2%남짓이죠. 우리는 공부하고 사색하기 위해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뇌가 추구하는 것은 단 두 가지, 바로 생존과 번식입니다.
뇌는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복과 고통'이라는 보상 체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동을 하면 행복을 주어 그 행동을 지속할 동기를 부여했고, 생존과 번식에 불리한 행동을 하면 고통을 주어 그 행동을 반복하지 않게끔 하였습니다. 생존과 번식을 위한 나침판, 이것이 행복과 고통의 본질입니다.
그렇다면 생존과 번식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행동은 무엇이었을까요? 사바나 시대에 인간 혼자서는 그리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어려웠습니다. 야생동물들에 비하면 우리에게는 날카로운 발톱도, 강력한 이빨도, 두꺼운 가죽도 없었죠.
그렇기에 인간에겐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했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하면 맹수도 물리칠 수 있었고, 더 큰 사냥감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뇌는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기게끔 진화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돈'이 공동체를 대체하려 합니다. 돈만 있으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사바나 시절의 우리 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바나 시대의 모든 음식은 결국 부패했습니다. 아무리 잘 보관해도 일주일을 넘기가 어려웠죠. 끊임없이 수렵과 채집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한 번의 성공에 만족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뇌는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욕심이 끝이 없는 이유입니다.
개도국 수준의 기본적인 의식주가 보장된 상황이라면, 더 많은 돈은 일시적인 만족을 줄지언정 지속적인 행복을 주진 못합니다. 돈은 행복의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지속적인 행복의 비결은 우리의 진화적 본성에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부패하는 고기와 달리 사람과의 관계는 지속 가능한 행복의 원천이 됩니다. 많은 연구들은 강한 사회적 유대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더 오래 살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 뇌의 입장에서는 이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상호 신뢰가 쌓이고,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닌 빈도입니다. 이는 현대 심리학 연구에서도 입증된 사실입니다. 큰 성과나 성공으로 얻는 순간적인 희열보다,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만족감의 누적이 더 큰 행복감을 준다는 것이죠. 연봉이 높지만 불안정한 직장보다, 급여가 적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 뇌는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더 큰 안정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 그리 이성적이지 않으며, 여전히 본능에 충실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의 비결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안정적인 일상을 영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뇌가 원하는, 그리고 수십만 년의 진화가 증명하는 진정한 행복의 비결입니다.
참고. <행복의 기원>, 서은국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이 행복할 수 없는 이유 | 지식은 날리지 : https://youtu.be/9MpvZI2lYsY?si=xAas35ss6a0a4zc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