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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해간잽이 Aug 22. 2022

中,흑묘백묘가 아닌 새차헌차, 경제만 구하면 된다


 대부분의 선진국 자동차 시장은 중고차 시장 규모가 신차 시장 규모를 초월한다. 미국의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의 2.4배 규모이며 독일의 중고차 시장규모는 신차 규모의 2배, 한국의 경우 1.3배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은 중고차 시장 규모가 신차 시장 규모의 60% 수준이다. 2019년 중국 신차 판매는 2576.9만 대를 기록했고 중고차 판매는 1492.28만 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 8월 이후 중국의 중고차 시장에 불이 붙을 기미가 보인다. 중국 정부가 지역 간 중고차의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8월 1일부터 China5(자동차 유해가스 배출기준)가 적용된 소형 중고차는 지역 간 자유로운 유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중국은 유로6와 같이 자동차 유해가스 배출기준을 자체적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현재는 2017년 발표한 China5보다 더 엄격한 China6를 적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타 지역의 중고차가 해당 지역으로 이동할 때, 자동차 연식 혹은 유해가스 배출 정도가 해당 지역의 조건에 만족하지 못하면 중고차 등록을 제한했다.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의 중고차는 해당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정부의 이번 발표로 지역 단위에 머물러 있던 중고차 시장이 전국 단위로 확대, 통합되어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중고차 거래 시 복잡했던 거래 절차를 단순화하고 중고차 거래 시 2% 수준이었던 부가세를 0.5%까지 인하하면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중고차 시장 개방 배경은? 

 2022년 들어 중국 국내 소비 증가율은 3개월 연속 하락하며 소비가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2020년 초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2020년 1월부터 7월까지 소비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2022년 4월 자동차 판매 또한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20만 대를 기록하면서 소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의 충격을 드러냈다. 상하이 봉쇄가 해제되면서 소비 성장세는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과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심화되는 가운데 경제 성장을 이끌어 줄 내수 소비에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2022년 5월 중국 정부는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동차 취득세 50% 감면을 결정했다. 더불어 각 지역들도 자동차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며 자동차 판매 촉진을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이미 과거 몇 차례 보조금을 지급과 취득세 감면을 통해 경제적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2009년  자동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재정 지원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은 미국을 앞지르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2015년 친환경차 취득세 감면 정책 실시 이후 2015년 한 해 친환경차는 33.11만 대가 팔리며 전년대비 340% 성장을 이뤘다. 


  상반기 연이어 나온 자동차 관련 정책들은 정부가 신차 시장과 더불어 중고차 시장 모두를 지원해 소비 증대 효과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 부양, 제대로 먹힐까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여전히 중국 시장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중국의 자동차 보급률이 낮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급률 세계 1위인 미국이 83.7%, 한국이 41%인데 반해 중국의 자동차 보급률은 17%에 그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자동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곳은 장수, 동관, 진화 등의 도시가 상위 순위에 위치하고 있고 대표적인 대도시인 상하이, 베이징, 충칭 등은 자동차 보급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상하이와 베이징은 소득 수준이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보급률이 낮은 이유는 정부에서 자동차 구매를 제한(限牌)하기 때문이다. 상하이(上海)와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항저우(杭州),티엔진(天津),광저우(广州),선전(深圳)등의 도시에서는 매달 발급하는 차량 번호 수량을 정해놓고 있다. 이에 각 도시별로 경쟁 입찰이나 추첨을 통한 방식으로 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다. 


  올해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동차 산업 부양책이 강력한 이유는 중국 정부는 차량 구매 보조금, 지역 간 중고차 시장 개방과 동시에 차량 번호 발급 수량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상하이, 광저우, 선전, 톈진, 항저우 5개 도시는 적극적으로 차량 발급 수량 확대에 나섰다. 톈진의 경우 2022년 5월 3.5만 개를 추가 발급하고, 8월에는 2만 개를 더 추가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한 해 추가 발급한 5.5만 개는 톈진시가 2021년 발급한 차량 번호 수량의 14.6%에 해당한다. 광저우는 2022년 5월과 6월 각각 신재생에너지 차량 번호 1.5만 개를 추가 발급하고 연말에는 일시적으로 해당 시에 호적이 없는 시민에게 부여하는 차량 등록 조건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강력하게 차량 구매를 제한하는 주요 5개 도시에서 올 한 해 추가로 공급되는 차량은 18.5만 대로 2021년 공급의 7.32%에 달한다. 




 중국 개혁개방의 선구자인 뎡샤오핑은 '흑묘백묘론'을 남겼다. 1978년 세계화의 흐름에 처음으로 올라탄 중국은 40년이 더 흘러 탈세계화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자동차 관련 정책들은 당시의 '흑묘백묘'가 아닌 '새차헌차'를 내세우며 '새 차든 헌 차든 경제부터 살리자'라는 맥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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