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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해간잽이 Jul 15. 2023

그 시절 '돈 잘 쓰는 중국인'은 없다


 2023년에 열린 618 쇼핑 축제는 중국이 코로나 종식 이후 처음으로 맞는 대규모 쇼핑 행사였다. 중국 내 각종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및 SNS 플랫폼은 각각 '최저가', '초특가'를 내세우며 코로나 기간 동안 억눌렸던 소비를 자극하는 데 열을 올렸다. Syntun(星图数据)에 따르면 2023년 618 축제 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으로 집계된 618 매출은 7987억 위안으로 전년 618 매출인 6959억 위안에 비해 13.5%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반면 축제를 이끈 대형 플랫폼들은 자사몰의 618 매출액을 직접적으로 공개하기보다는 부분적인 성적만 공개하는데 그쳤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618을 역사상 가장 재미를 보지 못한 쇼핑 축제로 평가하고 있다.



 커피는 24위안짜리에서 5위안짜리로 바꾸고, 점심은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대신 샐러드 도시락으로, 하루의 마무리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찾아 장을 본다. 온라인에서 공유하고 있는 '돈 안 쓰기'를 위한 방법이다. 소비의 주축이었던 젊은 층, 중산층 중국인들이 점차 지출을 줄이고 가격대가 낮은 상품을 소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중국 주요 물가 지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소비자 물가지수와 생산자 물가지수는 모두 2023년 1월 이후 계속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중산층의 성장과 함께 중국이 세계적인 소비재 시장으로 자리 잡으며, 저가 제품을 소비하던 중국 소비자들은 고가 제품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소비력을 갖춘 중산층이 바꾸어 놓은 소비 행태를 일컬어 '소비 업그레이드(消费升级)'라는 말이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은 '소비 업그레이드'가 아닌 '소비 다운그레이드(消费降级)'를 마주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커피 전쟁이다. 중국 토종 브랜드인 루이싱커피(瑞幸咖啡, Lukin Coffee)와 쿠디커피(库迪咖啡, Cotti Coffee)의 판매가는 10위안 후반대에서 20위안 후반대로 맞추어져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아무 조건 없이 수시로 8.8위안(1500원) 혹은 9.9위안(1700원) 짜리 커피 쿠폰을 발급하고 있다. 그 외에도 5위안(900원) 짜리, 3위안(540원) 짜리, 심지어 특판으로 1위안(177원) 짜리 커피 쿠폰도 나오는 추세다. 중국 전역에 굳건한 점유율을 보이던 스타벅스도 가격 경쟁에 대응해 할인 쿠폰을 발급하기에 나섰다.


 소비자의 지출을 줄여주는 새로운 사업 모델도 떠오르고 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재료나 식당에서 남은 반찬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앱인앱 서비스(App in App, 小程序) '씨스모파따이(惜食魔法袋)'는 2021년 출시된 이후 창사, 선전,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우한 등 여러 도시로 확장해 나갔다. 해당 플랫폼에 입점한 음식점은 30개 도시에 걸쳐 3000개 달하고 소비자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판매가의 3분의 1 가격으로 음식을 구매할 수 있다. '씨스모파따이'의 흥행에 뒤이어 '미리허즈(米粒盒子)', '취샤오따이(趣小袋)' 등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도 생겨나고 있다.


 달라진 소비 패턴 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해외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3년 1분기 루이싱 커피 매출액은 44.36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5% 성장한 반면, 스타벅스는 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 성장에 그쳤다. 중국에서 잘 나가던 에스티로더, 시세이도는 이번 618 쇼핑 행사에서 판매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그 자리를 프로야(珀莱雅, Proya)와 위노나(薇诺娜, Winona) 같은 중국 국내 브랜드가 차지했다.


 한때 중국인을 비하하는 용어로 '메뚜기'라는 표현이 있었다. 메뚜기가 떼로 몰려 지나간 자리에는 풀 잎사귀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은데, 이 모습이 마치 중국 여행객들이 물건을 싹쓸이하는 모습과 닮았다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행 단체 여행 비자 제한을 풀고 예전과 같은 요우커 수준을 회복하더라도, 그 시절 '돈 잘 쓰던 중국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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