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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Aug 20.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오늘의 면식수햏(3) ㅡ 칠곡 ㅎ, 범계 ㅇ 라멘!


1. 칠곡 ㅎ


몇 번 이야기했듯, 나는 아내와 6년전 9월 1일에 만나 12월 1일에 결혼했으므로, 공식적으로 열두번째 만나는 날에 결혼한 셈이다. 그나마도 만난지 2주ㅡ실상으로는 두번째 만나는 주말에 결혼하자 약속했으므로, 그 이후로 상견례하고, 예물 정하고, 이바지 음식 나누는 등 절차를 지키느라 사실 부부 이전에 연인으로써 오붓하게 이해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여전히 주말부부인 지금, 아내와 나는 연애하듯이 서로를 대하고 있다 생각한다.


소은이가 생기기 이전, 보통 쉬는 날이 생기면 내가 아내에게 내려갔다. 고개 바깥 아내의 동네는, 아내 역시 나의 동네에게 느끼듯, 낯설고 신기했다. 나는 중화비빔밥도 처음 먹어보았고, 경주빵이나 돼지국밥도 물리도록 먹게 되었다. 다만 아내와 주로 새로운 음식을 찾아먹다보니, 중화요릿집은 거의 가지 않았는데, 앞서 이야기한 중화비빔밥을 먹으러 간 ㅌ 루가 처음이고, 이번에 다룰 ㅎ 이 두번째다. 지난주 아내의 직장에 묵으러 갔다 아버님과 소은이가 동시에 짜장면이 드시고 싶다며 조손지간 말씀하신 덕에 가게 되었다.



결론 : 아주아주 맛있습니다.

아내는, 그렇다모 ㅎ 밖에 없니더, 라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횟집이나 국밥집, 감자탕집 등에 강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입니다. 아내 왈, 여서 한 삼십년 버틴 터줏대감 집이라예, 짜장면 하모 여기 아인교, 했습니다. 아직 이른 주일의 점심, 내 어렸을적 중국집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식당 안에서, 사람들은 이미 가득했습니다. 간짜장과 짬뽕을 주문했는데, 아내는 탕수육은 하나 안 하나? 했습니다. 점심 턱을 내기로 하신 아버님은 껄껄 웃으시며 하모, 탕수육도 하나 해라, 하셨습니다. 그제서야 송이덮밥, 잡탕밥, 유니짜장, 짬뽕, 마파두부밥, 요리가 다 각각이었지만 탕수육은 크든 작든 탁자마다 하나씩 꼭 있는게 눈에 띄었습니다. 아내는 입맛을 다시며 여 탕수육 억수로 맛있다 아이가, 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온 탕수육은 절품이었습니다. 새콤달콤한 양념이 이미 끼얹어져 나오는 이른바 부먹 식이었지만, 소스를 넘치듯 붓지 않아 튀김옷이 푹 잠기지 않았고, 고기 역시 이른바 고로육 古老肉 식으로 바싹 튀겨서 튀김옷이 풀어지거나 녹지 않았습니다. 바삭바삭 씹히는 맛이 강하면서도 고기 맛이 진했고, 새콤달콤한 양념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탕수육이 이리 맛있으니 면도 기대가 되네요.



일단 면발은, 기수율이 높고 수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강하게 치대어 이에 느낌이 남을 정도로 단단했습니다. 탱글탱글하다 못해 딱딱하다 느낄 정도였어요. 물론 아주 심하진 않았습니다. 짬뽕 국물도 시원하긴 했는데, 이 날씨엔 맵고 뜨거워 땀이 쫙 솟더군요. 물론 제가 싫어하는 캡사이신 매운 맛은 아녔고, 개운한 매운 맛이긴 했으나, 매운 음식 먹기 어려워하는 제게는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제일은 역시 간짜장이었는데, 양파를 잘게 다지고 고기도 아주 많이 큼직했구요, 캐러멜이 들어가 약간 달고 기름지긴 했는데, 그 맛이 어렸을적 동네 중국집에서 먹던 딱 그 맛이더라구요. 옛날수타짜장이라면서, 우동집과 겸하는데, 갈색의 물그죽죽한 춘장같은 짜장 말고 진짜 기름지고 달달한, 추억 속의 그 짜장 말이에요. 정진권 선생의 수필에서도 이러한 짜장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뒷맛에 싫지 않은 아릿한 불향이 있었는데, 제 어설픈 미각으로는 진짜 불맛인지, 아니면 불맛나는 가루를 뿌렸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좋았습니다. 다른 탁자들도 다양한 요리들을 즐기고 계셨는데 보기만 해도 충실해보였습니다.



소은이와 곧 상경해야겠기에 나는 술을 참았습니다. 어른께도 죄송하지요. 대신 차림표를 달라 하여 쓰윽 한번 보니, 오,주여, 아무 집이나 못한다는 전가복 全家福 에 오향장육, 게다가 술은 싯가로 받긴 하지만 그 유명한 수정방에 모대ㅡ마오타이, 오량액까지 이른바 3대 백주가 다 모여 있어요! 이 집은 반드시 또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 범계 ㅇ 라멘.


좋은 라멘집 찾기가 참 어렵다. 냉면은 그래도 좋은 양지에 면발 고명 좋으면 대략 되어서 그럴까?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무서운 물가, 평양냉면 한 그릇에 이만원 시절이 도래했다. 어떤 날은 아내가 소은이 먹이거나 내 해장으로 간소히 말아주는 인스턴트 냉면이 더 낫다 느끼는 집을 만나기도 한다. 하물며 맛있는 라멘집은 이보다 더 만나기 어려운데, 일단 우리 가족이 젊은이들 노는 북적이는 데를 썩 좋아하지 않고, 웬만한 라멘집은 간수를 넣은 일본 생면 특유의 지린내를 잘 못 잡는다. 꼭 오줌 마시는듯한 악취의 돈코츠 육수를 만난 적도 총각시절부터 여러 번이었다. (당시는 물 장사한답시고 어린 나이에 돈 좀 만졌던 때다… 건방지고 거만했던…) 지금까지 내 최고의 라멘은 딱 한 번 줄서서 먹었으나 돈코츠라멘을 찾아먹는 계기가 된 홍대의 그 유명한 ㅎ 이고, 최소 라멘이 갖춰야할 기준은, 이제는 지점이 난립하며 맛이 크게 떨어진 ㅅ 이다. ㅅ은 홍대 6번 출구 맥도날드 뒷편에 본점 있을때에는, 그 기량이 ㅎ 못지 않았다 생각한다. 어찌 되었건 이제는 맛있는 라멘집 찾기가 어려웠는데, 우연찮게 범계역에서 ㅇ 라멘을 겪게 되었다.


결론 :술과 곁들이면 아주아주, 맨정신에는 아주 맛있습니다.

나름의 근거가 있는 결론인데요, 저는 우리 가족끼리 한번 가고, 오늘 아는 형님과 집들이 전 한번 더 갔습니다. 이 곳은 특이하게 4천원짜리 잔 사케를 팔아서, 아내 앞에서 역시 일본은 선진국이여ㅡ어쩌구 하며 선주후면 했지요.아내가 돈코츠를 먹었기에 저는 일명 미도리라멘이라 불리는, 돈코츠바질라멘을 먹었는데요, 결코 나쁘지않았고, 국물과 바질, 모두 선명하게 좋았지만, 서로 방향이 달라 조화롭지 못했다고

느꼈어요. 굳이 뿌렸어야 했나 싶은 바질 대신 돈코츠라멘의 육수는 순하고 부드럽고 구수했고, 제 입맛에는 시판 느낌도 없었습니다. 다만 돼지고기덮밥ㅡ부타동은 딴 사람이 만들었나 싶게 달고 짜고 질기더라구요ㅜㅜ



면발, 육수, 차슈, 멘마, 달걀 등의 고명까지도 고명하게 너무 좋아, 오늘 한번 더 찾아갔습니다. 범계 근처 살지만 박범계 의원 지지자는 아니라는 형님과 함께였지요. 부득이하게 술을 함께 할수 없었는데, 맨정신에 먹어보니 좀 짜더군요. 아뿔싸, 이 라멘은 선주후면에 가장 적합한 염도였던 겁니다. 역시 이 곳의 단골인 형님이 잘 드시는 탄탄멘을 먹어보니, 돈코츠 육수에 살짝 매콤짭짤한 간을 했는데, 견딜만한 매운 맛이었으나 전 역시 돈코츠가 좋았어요. 아, 오늘은 공깃밥 추가했는데, 약간 딱딱하다 싶은 꼬들밥이라 국물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곁들임 음식보다는 밥을 권해드리고파요! 참고로, 다들 친절하시지만 키오스크 쓰는게 저는 좀 어려웠습니다, 결제 후 키오스크 옆 진동벨 번호를 직접 입력하고

그 벨을 가져와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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