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께 배우는 삶의 태도.
물론 공부에는 계급 이동의 기능, 즉 출세의 기능이 있다. 본디 정치학으로 출발한 유학에도 입신양명.출장입상의 기능이 있다. 그러나 시험에 합격하려고, 그저 잘 먹고 잘 살려고 공부한다면, 사람 때려잡으려고 무공을 연마한다는 말만큼이나 서글프고 경박한 일이다. 그러므로 공부는 사람답게 살고자 하기 위함이며, 반드시 책을 읽는 일만이 공부라 보기는 어렵다.
어머니는 교회에 다니시지 않지만, 아들 손녀 밥 많이 먹고, 며느리 주말 당직으로 자주 빠지니 면이 안 선다며, 김치 담그는 일을 도우셨다. 배추 40포기를 집에 들여 소금에 절이시고, 밤 너머 새벽까지 뒤집으시고, 그러고도 남는 배추로
또 부산 포항의 아버님 그냥 김치며 백김치 담가다 보내주셨다. 젊은 우리 부부조차 기진하여 지칠 일을, 어머니는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하시었다. 물론 가족이다보니 지치어 서로 가끔 서운한 말 주고받을 때 있으나 이제 또 나도 부모되어 나이먹다보니 어머니 아버지 마음 헤아려지는 부분도 있다. 그러므로 책 한 장 읽는 일보다도,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남편으로서 세상을 옳게 살아가는 일이 더 중하다. 원래 그러려고 공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