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박 3일 버스 여행
일정
2015년 9월 12~14일
첫째 날 : 비자림 - 용눈이오름 - 숙소
둘째 날 : 한라산(영실-어리목코스) - 동문시장
셋째 날 : 절물휴양림 - 공항
대학교 4학년 때 다녀온 한라산이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언젠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체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테스트도 해보고 싶고 마음도 갑갑하고.. 그래서 이틀 전 무작정 표를 끊고 다녀오게 되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게스트하우스도 굉장히 많아졌고 저가항공도 많아 그리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다녀올 수 있었다. 운전을 하지 못해서 버스로 이동했는데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많아 불편했다.
제주의 날씨가 여행자에게 친절하지 않은 건 미리 알고 있던 바, 도착하는 날 날씨는 비도 오고 너무 추워서 이동도 어렵고 택시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제주도는 미터를 끄고 왕복요금을 요구하는 기사분들이 많았고 주요 관광지나 음식점을 제외하고 현금을 쓸 일이 많으니 참고해야 한다. 특히 택시는 현금을 선호하니 제주에서는 제주 법에 따르는 게.. 나는 공항에서 일찍 이동하겠다고 현금을 인출하지 않아 아주 곤란했다.
첫날 내 목표는 백약이오름에서 일몰을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백약이오름은 시내버스로 가기 힘든 곳이었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비를 맞으며 용눈이오름을 오르니 당장 숙소로 가고 싶다는 마음밖에 생기지 않았다. 특히 용눈이오름에서 잡히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렌터카를 타고 유유히 지나가던 관광객들을 보니 운전을 배워야겠다는 마음도 간절해졌다.
이때 얻은 교훈
1. 운전을 배우자
2. 뚜벅이 여행자는 시내버스가 잘 다니는 곳 위주로 루트를 짜자
이번 제주도 여행의 목적은 한라산 영실코스를 다녀오는 것. 한라산 영실코스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데 산을 타는 것보다 더 고민스러운 것이 있었으니 영실코스 입구까지 어떻게 도착하느냐였다. 영실매표소와 영실휴게소까지의 거리는 도보 40분의 지루한 오르막인데 이곳은 시내버스로 갈 수 없는 곳이다. 시내버스도 1시간에 1대 정도여서 렌트 없이는 여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여행자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곳이 이번에 묵은 한라산게스트하우스다. 매일 아침 희망자에 한해 영실코스로 픽업을 제공하고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돌아오는 픽업도 제공한다. 또한 자는 곳은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칸막이 시설로 되어있고 샤워실과 화장실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내가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곳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입구 쪽 공용공간에 담배냄새가 좀.. 그래도 한라산을 위해서라면 또 이용할 생각이 있다.
내가 한라산을 등반하는 날은 다행히도 맑은 날씨여서 굉장히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등반을 할 수 있었다. 윗세오름까지 가며 영실 기암절벽을 보는 경치도 좋았지만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까지 한라산 서남쪽 벽을 감상했던 기억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바위가 내 앞으로 쏟아질 것 같은 모습, 맑은 하늘, 내 발 아래의 구름과 우연히 만난 노루까지 순간순간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리목으로 내려오는 길에 혼자 온 제주도민 아저씨와 친해졌다.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와 감사하게도 노형동까지 태워주셨다. 일정에 없던 동문시장 구경도 하고 삼둥이가 먹었다는 한라봉 주스와 진아떡집 오메기떡도 먹었다.
영실코스가 쉽다고 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5시간 산행을 한 게 고단했을까. 점점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게스트하우스 소등이 10시인데 9시 30분에 잠들었다. 게다가 한라산 등반을 한 후 피곤해져서 비행기 시간까지 앞당겼다.
셋째 날 오전에 숙소에서 제공하는 픽업 서비스를 이용해 절물휴양림에 갔다. 절물휴양림에 간 이유는 공항까지 가는 시티투어버스 근처이기도 하고 1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평상에 앉아 곧게 뻗은 나무들을 바라보는데 2박 3일뿐이지만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돌아가서 해결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지만 이게 한라산의 힘일까. 아니면 제주도의 힘? 마음이 가벼워지고 모든 일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이 생긴 것 같다. 제주도에 자주 와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