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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물고기 May 26. 2024

미국에서 견인차를 부릅니다.




미국에서 견인차를 불렀다.

지난 1월이였다.

역사적인 추위와 폭설이 왔던 때, 

출근을 위해서 위스콘신에서 길을 나섰다. 


눈이 많이 내려 시야는 좋지 않았고,

기록적 추위로 도로는 얼어 있었다. 



하지만 가게문을 닫을 순 없으니, 

평소보다 일찍, 새벽 3시경 집을 나섰다. 


폭설과 한파 그리고 이른 시간으로 인해 

고속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나름 긴장을 하고 달리는데-

차가 미끌리기 시작했다. 

전자장치가 제어가 안되는지- 차는 

1차선에서 2차선으로 그리고 결국엔 

길 옆 도랑으로 빠져 달리기 시작했다. 


브레이크도 먹지 않았고, 

그저 미끌어지는 차가 멈추길 바랄뿐이였다. 

중간 중간 도로 표지판이나 알림판등이 

나타나면 본능적으로 핸들을 틀었다. 


그렇게 1km 쯤 미끌어지고 나서야, 

차는 멈췄다. 다행히 차도 나도 다치지 않았다. 

미끌어 지는 순간에도 생각 했던건..

'아.. 가게 늦으면 빨래는 어떻게 하지..'

'아.. 차 망가지면 또 돈 깨지겠네..'

따위의 생각뿐이였다.


뭐 때문인지, 무슨 자신감인지 몰라도 

내가 다칠꺼 같단 생각은 안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차 밖으로 나와 보니, 

차는 이미 진흙에 박혀 있었고, 몇번 움직이다 

결국 완전 파묻혔다. 


그래도 1차선에서 부터 쭈욱 미끌어졌는데 

차도, 나도 상처 하나 없었던 것 보면 

정말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였다. 


아무튼 몇분동안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911에 신고를 했고, 몇분 후 경찰차가 왔다.

그리고 얼마후엔 견인차가 왔다.


그렇게 30여분간 견인차는 낑낑 거리며 

내 차를 건져냈고- 

오늘 하루 상당히 바쁠꺼 같다며-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난 다시 쫄래 쫄래 운전해서 

세탁소 문을 열고, 빨래를 하고, 

날씨 탓에 거의 없긴 했지만 

손님을 맞이 하였다. 


그후론 눈이 오는 날이나, 도로가 언 날은 

운전하는데 정말 긴장이 되었다.

한번은 살려줬지만, 두번 살려주리란 보장이 없으니.


그 사고 이후로 정말 조심 조심 운전을 했고, 

또 조금이라도 졸리면 차를 주차한 후 자다가 갔고,

길이 미끄러우면 뒷 차 눈치 안보고 최대한 

천천히 서행을 했다.  


그래도 차나 나나 하나도 다치지 않은 이 사고로 인해 

넉달이라는 기간동안 장거리 출퇴근을 했던 내가 

무사한게 아닐까-


이제는 이사를 해, 한 시간 사십오분이 걸리던 

출근길은 25분이 되었고

(눈이 온 날은 2시간 30분이 걸린적도 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니 도로는 안전해졌지만 

여전히 그때 그 사고를 생각하면-

덕분에 무사한 지금의 나를 생각하면-

그 사고남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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