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견인차를 불렀다.
지난 1월이였다.
역사적인 추위와 폭설이 왔던 때,
출근을 위해서 위스콘신에서 길을 나섰다.
눈이 많이 내려 시야는 좋지 않았고,
기록적 추위로 도로는 얼어 있었다.
하지만 가게문을 닫을 순 없으니,
평소보다 일찍, 새벽 3시경 집을 나섰다.
폭설과 한파 그리고 이른 시간으로 인해
고속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나름 긴장을 하고 달리는데-
차가 미끌리기 시작했다.
전자장치가 제어가 안되는지- 차는
1차선에서 2차선으로 그리고 결국엔
길 옆 도랑으로 빠져 달리기 시작했다.
브레이크도 먹지 않았고,
그저 미끌어지는 차가 멈추길 바랄뿐이였다.
중간 중간 도로 표지판이나 알림판등이
나타나면 본능적으로 핸들을 틀었다.
그렇게 1km 쯤 미끌어지고 나서야,
차는 멈췄다. 다행히 차도 나도 다치지 않았다.
미끌어 지는 순간에도 생각 했던건..
'아.. 가게 늦으면 빨래는 어떻게 하지..'
'아.. 차 망가지면 또 돈 깨지겠네..'
따위의 생각뿐이였다.
뭐 때문인지, 무슨 자신감인지 몰라도
내가 다칠꺼 같단 생각은 안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차 밖으로 나와 보니,
차는 이미 진흙에 박혀 있었고, 몇번 움직이다
결국 완전 파묻혔다.
그래도 1차선에서 부터 쭈욱 미끌어졌는데
차도, 나도 상처 하나 없었던 것 보면
정말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였다.
아무튼 몇분동안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911에 신고를 했고, 몇분 후 경찰차가 왔다.
그리고 얼마후엔 견인차가 왔다.
그렇게 30여분간 견인차는 낑낑 거리며
내 차를 건져냈고-
오늘 하루 상당히 바쁠꺼 같다며-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난 다시 쫄래 쫄래 운전해서
세탁소 문을 열고, 빨래를 하고,
날씨 탓에 거의 없긴 했지만
손님을 맞이 하였다.
그후론 눈이 오는 날이나, 도로가 언 날은
운전하는데 정말 긴장이 되었다.
한번은 살려줬지만, 두번 살려주리란 보장이 없으니.
그 사고 이후로 정말 조심 조심 운전을 했고,
또 조금이라도 졸리면 차를 주차한 후 자다가 갔고,
길이 미끄러우면 뒷 차 눈치 안보고 최대한
천천히 서행을 했다.
그래도 차나 나나 하나도 다치지 않은 이 사고로 인해
넉달이라는 기간동안 장거리 출퇴근을 했던 내가
무사한게 아닐까-
이제는 이사를 해, 한 시간 사십오분이 걸리던
출근길은 25분이 되었고
(눈이 온 날은 2시간 30분이 걸린적도 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니 도로는 안전해졌지만
여전히 그때 그 사고를 생각하면-
덕분에 무사한 지금의 나를 생각하면-
그 사고남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