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코로나 기간동안 재이를 돌보던 나를 보며
재이는 참 복이 많은 아이라고,
어린시절 아빠와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이는 많지 않다고 말을 하곤 했다.
그럴때마다 난 아들과 시간을 이렇게 많이 보낼 수 있는
아빠는 나 밖에 없을꺼라고,
그래서 그건 아이의 복이 아니라, 내 복이라고 했는데
그만큼 재이와 난 시간을 참 많이 보냈다.
매일 매일 수영장을 다녔고,
여름엔 일주일에 한번 시즌권을 산 워터파크에 다녔고
놀이동산 시즌권으로 놀이동산도 참 많이 갔다.
(미국은 시즌권이 저렴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놀러가서 노는 아이의 모습에
뭔가 허전함이 느껴진다.
매일 아빠랑만 다니다보니
매일 하는 놀이가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처음엔 모든 걸 참 재밌게 잘하다가
어느순간 부터
아이의 노는 시간이 더디게 느껴진다.
미국에 와서 이사도 자주 다니고.
또 종교활동도 열심히 하지 않다보니
아이의 단짝 친구라 할 수 있는 친구가 없었다.
얼마전엔 워터파크를 갔다와선
아내에게도 말을 했다
빨리 재이에게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아빠랑 다니는 대신,
친한 친구가 있어서 같이 다닐 수 있으면
재이가 훨씬 즐거워할꺼 같다고.
대부분 친구들 혹은 여럿이 워터파크에서
노는데 재이와 난 둘이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침
어제 아들과 함께 우리 동네안에 있는
수영장에 다녀왔다.
가서 분위기만 보려고 가봤는데-
가자마자 안에서 놀고있던 아이들이
재이를 부른다.
누구냐고 물어보니 같은반 친구란다.
처음엔 혼자 놀던 재이는
친구들이 와서 같이 놀자고 하자-
금새 친구들과 함께 놀기 시작한다.
꺄르르 꺄르르르-
아이의 웃음 소리가 멀리서도 들린다.
친구들과 함께 수영도 하고
미끄럼틀도 타는 모습을 보니
요즘 나랑 둘이 놀때보다
훨씬 더 즐거워보인다.
한편으론 너무 자주 이사를 다닌게 미안했고,
이제라도 아이가 더 많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겠다고
아내와 함께 다짐을 한다.
잠들기전 아이와 함께 누워 아이에게 물어봤다.
"재이야, 친구랑 노는거 재밌지?"
"응, 아빠도 친구랑 노는거 좋아해?"
"응. 재이도 알자나 아빠 친구들 많은거"
"아빠도 할아버지랑 노는 것 보다
친구랑 노는게 재밌었어?"
"응. 재이 나이때는 그랬던거 같아"
"응, 나도 오늘 엄청 재밌었어"
평소에 학교에서도 친했던 친구냐고 물어보니
학교에선 친한 친구가 아니였다고 했다.
학교에선 자기한테 잘 안해줬는데
오늘은 엄청 재밌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이곳 아이들과 본인이 다르단걸
안 재이는 다른 인종의 친구들에게
아직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이미 다른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자기가 interrupt 하는게 싫다고 했다.
그래도 먼저 다가가는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먼저 함께 놀자고 말해보라고 하니
다른 친구가 먼저 그 말을 해주길
기다린다고 했다.
당연히 친구를 사귀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그런것들은 스스로 익히고 헤쳐나가야 하는 일이지만
이제까진 그런 것을 배울 환경의 난이도를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가 꽤 높여놓은 것 같았다.
아이는 미국에서 마이너 인종으로써의 삶을
앞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녀석이 스스로를 소중히 생각하고,
높은 자존감 속에서 많은 이들과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집에서 부터 더 노력해야 할꺼라
아내와 함께 다짐했다.
당분간 이사 계획도 없고,
이제는 정말 이곳에 정착할 것이니
아내와 나,
재이와 재아.
모두 건강한 가족의 삶 속에서
건강한 사회의 삶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들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