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었다. 모두들 스마트폰 중독, SNS 중독, 도파민 중독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많은 시간을 도둑맞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니겠지 했다. 그건 자신감이 아니라 무관심의 결과였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건 여전히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한 자리에 앉아 한 가지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많은 것을 하면서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걸 최근 느꼈다. 혹시 나 성인 ADHD 아니야? 의심할 정도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게 된 지 좀 된 것 같다. 시작은 하고 끝을 보지 못한 책들이 책상 위에 쌓여가고 영상 하나를 진득하게 보지 못하고 오래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들은 좀처럼 시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브런치북 연재도 마찬가지. 글을 쓰려면 집중을 해야 하는데 집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불가능한 적도 있었다. (연재가 밀린 것에 대한 변명… 은 아닙니다…)
일하는 중간에 쉰다고 스마트폰을 열고 집중하던 일을 멈추고 쉰다고 스마트폰을 열고 보고 싶었던 콘텐츠를 보다가도 살짝 지루해지면 스마트폰을 열고 자기 전에도 눈을 감기 전에 스마트폰을 열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도 잠 깬다고 스마트폰을 열고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는다고 스마트폰을 열고…… 스마트폰을 열고 들어가 그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나는 나와 시간을 잃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아주 가끔 영감이나 자극을 얻을 때도 있지만 그것은 요즘 말대로 ‘도파민 중독’일 뿐 행동으로 옮겨지는 일이 드물었다. 그때 파바박! 느끼고 끝이었다. 그리고 착각한 거다. 좋은 자극을 받고 뭔가 열심히 했다고.
특히 인스타그램에 관한 생각이 많아졌다. 지혜의서재는 인스타그램 속에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오프라인에서는 만날 수 없고 오로지 인스타그램과 그곳에 연결해 놓은 홈페이지를 통해 지혜의서재를 만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사라진다면? 이후 지혜의서재를 어떻게 알리고 지혜의서재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요즘 고민이 깊다. 당장 떠오르는 방법이 없다. 많은 이들이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자주 들어와 내 콘텐츠를 봐줘야 생계가 유지되는데 나조차 인스타그램 때문에 바보가 되는 느낌이 드니 혼란스러웠다.
혼란 속에서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일단 나도 사람들도 책을 읽으려면 집중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스마트폰에 빼앗긴 시간과 집중력을 되찾아오는 것이 먼저 아닐까. 몰입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그 결과물들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
이 글을 쓰기 전 2시간 동안 나는 SNS를 구경하지 않았다. 인내심을 있는 힘껏 발휘해 나를 책 속으로 밀어 넣었다. 중간중간 집중력이 흐려질 때마다 눈앞 풍경을 보았다. 바로 곁에 둔 카메라를 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찍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앉은자리에서 그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다 읽은 책에 관해 노션에 정리하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중독’이기 때문에 내가 내일도 모레도 이렇게 의지를 발휘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가 없다. 계속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계속 시도할 것이다. 더는 소중한 시간을 도둑맞고 싶지 않다. 더는 소중한 내 인생을 스마트폰 속에 던져버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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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중간중간 집중력이 흐려질 때 눈앞 풍경을 보다가 찍은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