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스트 처치 내부의 잔디밭. 당장 퀴디치가 벌어져도 안 이상할 것 같다. photo by 남편
셋째 날은 이번 여행의 첫 가이드 투어로 한 곳은 옥스포드, 한 곳은 이번 투어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코츠월드에 가는 일정이었다.
옥스포드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옥스포드 대학, 옥스포드 대사전 등등.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 곳은 아무래도 대학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싶다. 이 곳이 한 대학이 아니라 여러 단과대학이 들어선 것이 지역명으로 묶여 하나의 대학처럼 불린다는 사실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막상 가보니 실제로 큰 건물은 도서관, 크라이스트처치 등 몇 개 건물이고, 나머지는 소박한 단독주택 같은 건물들이다.
여기서 나니아 연대기의 C.S루이스, 반지의 제왕의 J.R.R 톨킨 같은 대 작가들과 스티븐 호킹 같은 과학자, 빌 클린턴, 마가렛 대처 같은 정치인들이 공부를 했다니 곧 입시를 치를 아이를 둔 엄마로서 눈을 크게 뜨고 보게 됐다. 정작 "이번에 가면 옥스포드에 입학하겠다"던 둘째는 "1학년에 교복을 입어야 한다니 안되겠다"며 눙쳤지만(가이드님 말에 의하면 옥스포드는 1학년 때 교복을 입고 생활해야 한단다).
해리포터 속 바로 그 연회장 photo by 슬리피언
해리포터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크리스마스 연회 장면인데, 옥스포드에 가면 이 장면을 촬영한 크라이스트처치에 유료 입장이 가능하다.지금도 평소에는 학생들 식사 공간으로 쓴다는 연회장은 영화에서처럼 어마어마하게 큰 곳은 아니었다.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이 공간에 들어와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졸업식이 열리길 기다리던 사람들 photo by 남편
이 날은 왠지 관광객은 아닌 것같은 사람들로 이 곳이 북적였다. 가이드님 얘기론 옥스포드는 졸업도 입학도 여름인데, 이 날이 졸업식인 것 같다고 했다. 드레스와 정장으로 한껏 멋을 낸 사람들은 졸업생이었고, 이들을 축하해주려 이 곳을 찾은 가족, 친지들이 방문해 졸업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옥스포드 졸업생들에게 우리도 조촐한 축하를 보냈다.
성공회 교회로 쓰이다 이제는 대학 건물로 쓰인다던가 했던 건물 앞에는 웬 바리케이트가 있어서 공사 중인가 했는데, 얼마 전 뉴스에서 보곤 했던 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학생들의 시위가 많아지자 학교에서 쳐 둔 것이라고 했다. 투어가 아니었다면, 재수 없게 공사할 때 와서 사진을 망쳤네 했을텐데, 사연을 알고 보니, 이 또한 남겨둘만 해보여 의미를 두고 사진을 찍었다. 가이드 투어는 이럴 때 의미가 있다.
파란 바리케이트는 이 고풍스러운 건물과 참 어울리지 않는다. 시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길.photo by 남편
길을 건너려고 서있는데 한 청년이 마치 시위에서 연설을 하듯 오른팔을 높게 들고, "건너요, 여러분. 보행자가 먼저예요!"라고 외쳤다. 오늘 졸업을 하는 청년 같았는데 관광객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자,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듯 소리치며 앞장서는게 웃기면서도 젊은이의 패기인가 싶었다.
미트파이, 맛있는 영국 음식. 사진은 슬리피언
점심은 가이드님 추천 영국 전통 음식인 파이를 먹었다. 전날 샌드위치가 별로였던 아이들은 역시 영국 음식은 별로!하더니, 미트파이는 입에 맞았나보다. 프라임미니스터를 빗댔을 파이미니스터라는 이름도 재치있었다.
영국의 고즈넉한 전원마을 풍경. 사진은 슬리피언.
다음 일정은 코츠월드. 코츠월드 지역에는 영국의 전통 마을들이 남아 있었는데 한 마을이 아니라 여러 마을로 구성돼 있고, 각 마을마다 조금씩 느낌이 달랐다. 이 날은 바이버리, 버튼 온 더 워터 등 세 곳의 전원마을을 들렀다.
추천 크림티 카페(왼쪽)과 바이버리 마을의 개천. Photo by 슬리피언
우리 뿐 아니라 전세계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다. 유럽도 휴가 시즌이어서 주차장에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마을 한쪽에 개천이 흐르는 버튼 온 더 워터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스콘과 티를 먹는 '크림티' 타임을 가졌는데 남편이 "정말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이틀 전만해도 눈코뜰 새없이 바빴던 남편에게는 이 평화롭고 한가한 시간이 정말 갑자기 동화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느껴진 것 같았다.
어릴 때 패키지 투어로 제주에 가면 갔던 모 민속마을 생각이 났다. 요즘은 거의 안 찾는 관광지가 돼버렸던데.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투어는 7시가 다 돼 첫 집결지였던 셜록홈즈 박물관에 내리면서 끝이 났다. 무려 열 두시간. 매일 가이드투어는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다 하루 이렇게 꽉차게 보내는 것은 할 만했다.
아직도 날은 밝은데 체력을 모두 소진한 우리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종일 밖을 돌아다닌 아이들은 저녁은 숙소에서 간단히 먹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또 편의점을 털러 갔다. 아이들과 같이 가서 일본 컵라면과 한국 컵라면, 샐러드와 햄, 주전부리와 또 맥주를 샀다. 무인계산대에서 삑 결제 끝. 세 번째 날이 이렇게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