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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Apr 04. 2024

긴 꿈을 꿨다


오랜만에 귀여운 조카를 보러 왔다. 하려던 일에 문제가 생겨 잠시 멈추고, 아침 일찍 준비한 아쉬움을 들고 곧바로 부산으로 향했다. 종일 든 설렘은 피로를 이겼고 내내 조카와 바쁜 시간을 보냈다. 재롱을 보고 있으니 조금은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같았다. 줄곧 비가 온 탓에 전에 막걸리가 먹고 싶다고 해 몇 가지 밑반찬과 찌개를 하고 동생과 함께 전을 부쳤다. 오랜만에 마신 탓일까 함께 더 시간을 보내자는 말을 미루고 기절하듯 잠이 들었고 자다 깨다를 반복했을 에도 불구 꿈은 이어졌다. 너무도 선명하고 예뻤다.


꿈에서 우린 헤어진 연인이었다. 현실과 다를 바 없이 티격 대고 서로를 헐뜯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은 내게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더없이 예쁘게 꾸며진 집을 보여주며 나를 힘껏 안고 미래를 약속했다.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단 다짐과 약속, 그것 함께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로 나를 봤다. 얼떨떨한 기분. 나를 세상 멀리 두려던 그가 며칠 사이 야윈 얼굴을 하고서 슬픈 눈으로 보다 갑자기 하루이틀 사라지더니 프러포즈를 했다. 헤어지고 붙잡아도 잡히지 않던 그가 내민 반지에 생각이 많았지만 오래 고민치 못하고 활짝 웃어 보이고 말았다. 세상 더없이 따뜻한 포옹을 하다 잠이 깼다. 이렇게 이야기하자니 짧지만 내내 끊어져도 이어져 꿔진 꿈인 만큼 길었고, 기분이 이상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꿈 해몽을 검색했다. 꿈을 꾸는 게 잘 없던 내가 요 몇 년 사이 잠만 잤다하면 꿈을 꿨는데, 대게는 그 꿈이 해몽에 단단히 맞았기에. 마음에 남은 미련으로 인한 꿈이라는 게 대게의 해석이고, 어쩌면 다시 재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해석. 새로운 인연이 찾아오고, 연애운이 상승한다는 해석. 그리고 어쩌면 내 마음에 정리가 시작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마음에 정리가 시작된다라.


최선을 다해서 마음을 줬고, 불안과 미움을 안고 밀어냈다가, 되려 후회가 돼 최선을 다해 붙잡기도 했다. 사랑할 수 없는 수많은 이유를 가져와도 기필코 사랑할 이유를 찾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닳지 않은 마음이라 미련이 컸던 탓일까 답지 않게 질척였고, 그는 더 멀어졌다. 그는 너무 완벽히도 회피성 인간이었고, 가장 힘이 들 때에 가장 쉬운 것부터 버리는. 그냥 나는 쉬운 사람이었던 거다. 받아들일 일이라 생각하게 됐고,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나도, 그 사람도. 그냥 그렇게 된 거겠지.


재회를 바랐다. 짧은 시간이 아니었기에. 이제 그만 흘러가게 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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