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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May 16. 2024

# 앞 구르기와 원형적 인간

5월은 찬란하다. 내 몸도 찬란(?)하다. 일 년 중 5월 몸이 제일 쓸만하다. 5월이 되면 기분도 아주 좋은데, 줄장미가 흐드러지게 피고 햇살이 찬란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관절이 잘 붓고 근막이 딱딱해서 신경통 비슷한 질병이 있는 내 body는 아침에 눈을 뜨면 찌뿌둥하다.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대구의 여름은 습도의 계절인데 밥통 속에 들어가 있는 찜기 같은 느낌이다. 몸이 축축 늘어지고 습도로 관절이 붓고 뻑뻑해진다. 겨울이 되면 근육이 굳고 오그라들어 불편하다. 이런 증상이 싸악 사라지는 때가 바로, 5월이다. 몸이 가볍다. 일상생활이 편해지고 요가 아사나를 할 때 힘이 적게 든다. 해도 해도 안 되는 동작이 완성되는, 그 맛이 아주 짜릿하다. 


며칠 전에 괜스레 앞 구르기가 하고 싶어 졌다(5월 증상). 작년에 한두 번 해보았는데 '척추 뻣뻣이'의 앞 구르기는 짝퉁 같은 '유사 앞 구르기'가 나왔다. 그렇지만 그게 뭐라고 기분이 아주 좋았다. 웃음이 깔깔 터져 나왔다. 이틀 전에 한 번 시도했는데 작년보다 부드럽게 완성되었고 두려움도 줄었다. 


오늘 아침운동을 하고 마무리로 쟁기자세까지 했는데 앞 구르기가 하고 싶어졌다. 휘리릭 굴렀다. 눈을 감지 않았다! 구르는 순간순간이 초 단위로 잘게 쪼개어 느껴졌다. 구르는 나를 지켜볼 수 있었다. 굴러서 어깨가 이불에 닿을 때 '퍽'하고 떨어지지 않았다. '톡'하고 바닥과 접촉했다. 자세도 안정적이었다. 시작한 자리와 끝나는 지점도 일자라인 안에 있었다. 


'아, 이렇게 잘할 수가!'


나에게 감탄했다. 초등학교 때도 이런 구르기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즈음 굴렀던 기억이 나는데 몸치인 나는 그때도 벌벌 떨면서 굴렀다. 지금 모양새가 더 나은 것 같다. 이게 뭐라고 웃음이 슬몃 삐져나온다. 


'야, 나 앞 구르기 하는 사람이야!!'


'이 짓이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몸을 쓰는 일'이라서 그렇다. 멋진 요가 아사나도 아니고 폼나는 달리기 기록도 아닌 그냥 몸을 굴리는 동작이라서 그렇다. 아이처럼 웃음이 나온다. 목을 안으로 말아 넣고 등짝으로 바닥을 구르면 시선은 내 정강이에서 천장으로 다시 반대편 벽으로 간다. 세상은 가만히 있는데 나만 한번 휘리릭 돌았다. 이게 신기하고 웃음이 나온다.


'너무 재밌닷!'


아이들은 달린다. 그리고 구른다. 인간 몸짓의 원형이다. 그냥 몸이 있으니 신나게 써보는 거다. 몸은 그런 걸 좋아한다. 그 유치한 걸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지나치게 진지해지고 세상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융이 말한 '원형'의 인간은 이런 행위를 하는 순간 느껴지는 찰나 감각인 것 같다.


'

.

'

.



흠,흠,흠



너무 멀,리,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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