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서 서평

어른의 품위

품위란 태도의 축적

by 채PD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장르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신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쓰기라 결코 쉽지 않다.

삶의 경험과 생각을 꺼내 쓰다 보면 자연스레 내면이 해체되고, 있는 그대로 발가벗겨진 내가 독자 앞에 서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에세이는 결국 ‘사는 방식’을 꺼내 보일 용기에서 시작되는 글 같다.


그런 의미에서 최서영 작가의 [어른의 품위]는 그녀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싶은지, 어떤 어른이 되려 하는지, 그 진심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나는 그녀를 유튜브에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여러 권의 책을 낸 에세이스트라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책을 읽다 보니 왜 그녀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고,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태도.

타인의 성장을 부러움이나 비교로 소비하지 않고, 그저 배움의 원동력으로 삼는 마음.

실수와 미숙했던 과거를 부끄러워하기보다 기록해 두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단단한 자세.

이런 생각이 담긴 문장들을 읽는 동안 ‘그래, 품위 있는 어른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 이런 태도의 축적이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말하는 ‘어른의 품위’란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현재의 감사와 기쁨을 놓치지 않는 균형감이었다.

과정에서 배우는 것의 가치를 결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태도가 깊이 공감됐다.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문장 사이사이에서 밝고 단단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녀가 참으로 멋지게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내가 이미 그녀를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나는 같은 회사에서 잠시 스친 적이 있었고, 생일까지 우연히 같아 더 기억에 남았던 사람이다.

비록 서로 친했던 사이는 아니지만, 회사 밖에서 스스로 길을 만들고 계속 성장해 가는 모습을 이렇게 책으로 다시 마주하니 묘한 감정이 든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성장 스토리가 이렇게 자연스레 내게도 동기부여가 될 줄은 몰랐다.

어쩌면 글을 쓰고 싶은 내 작은 꿈을 더 선명하게 비춰준 롤 모델이 될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잠시 평안했고, 나 역시 ‘어제보다 나은 나’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얻었다.

에세이를 쓰는 방식에도 작은 힌트도 되어주었다.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 조용히 응원하고 싶다.


사전적 의미의 '품위'는 '단순히 세련됨이나 겉모습의 단정함이 아니라, 사람의 인품, 태도, 말과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고상함'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는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품위. 그것은 오랜 기간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축적되어야만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품위란 태도의 축적이라는 사실을
섬세하게 증명해 낸 성찰의 기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급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