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 모임

당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독서 모임의 멤버

by 채PD
어쩌면 우리 멤버들이
너의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보다
훠얼~씬 더
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도 몰라


한 달에 한 번 겨우 볼까 말까 하는 독서 모임 멤버가 나에게 한 말이다.


그는 무슨 자신감(?)으로 저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우리가 독서 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평소 일터나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들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독서 모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주로 나눈다.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하는지'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그리고 이런 대화는 당연히 평소에는 거의 하지 않는 주제들이다.

평소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진지충이라고 외면받기 쉽고, 술자리에서라도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취했다고 택시를 잡아줄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독서 모임에서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은 후에 "이런 인간상은 맘에 들지 않는다. 이런 삶의 궤적은 안타깝다"와 같이 단순한 감상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철학서를 읽은 후에는 "나는 이런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교양서나 인문 서적을 읽은 후에는 자신이 겪은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평소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할 수 있고, 경영이나 자기 계발서를 읽은 후에는 꿈꾸는 미래상을 꺼내 놓을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타인에게 내 생각을 꺼내놓다 보면 나도 나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래나 저래나 나 자신을 제대로 알게 된다는 거지.

그리고 그런 식의 대화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어쩌면 한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때론 얼굴을 마주치는 횟수보다 한 번의 진짜! 대화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으리라.


독서 모임의 장점은 너무나 많다.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되는 개인의 성장과 만족감은 물론이고,

억지로라도 책을 읽게 된다는 점. 서평도 써야 하니 책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점.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읽을 책을 정하니 책 편식(?) 없이 모든 장르를 읽게 된다는 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점 등.


물론 가장 좋은 점은 앞서 말했듯 나의 가치관과 사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나마저도 나를 더 잘 알게 된다는 것다.


살면서 잘한 일이 몇 개 없는데..

그래도 책 모임을 시작한 건 꽤나 잘한 일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도 독서 모임만큼은 꼭 추천하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1월의 책은 '경험의 멸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