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6. Wed. 12:00 PM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합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 모임의 짧은 기록입니다.
좋은 책을 찾고 계신 분, 독서 모임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독서 모임 [오독회]
한 달에 한 번, 점심시간에 책 이야기를 나누는 소규모 북클럽이다.
11월의 책은 [경험의 멸종]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성 상실의 위험을 경고한 책.
디지털이 가져온 편리함과 그 반대급부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경험의 멸종]은 지난달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블로그 리뷰도 3편에 나누어서 남길 만큼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미 한번 본 책이어서 이번 달 모임은 아무런 부담 없이 참석했다.
나는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경험의 멸종' 시대 현상은 기술 발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본성이 절묘하게 조화된 결과라고 생각했다.
반드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인간 종(宗)의 특성과 그럼에도 불편한 관계가 너무 많아 이를 피하고 싶은 회피 본능.
이 두 가지가 결합해서 지금의 시대가 된 것 아닐까?
언제나 그렇지만 다양한 의견을 듣고 생각이 확장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독서모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오독회는 한 시간 정도만 짧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날 호스트가 던진 질문도 짧고 분명했다.
1) 책을 읽은 감상평: 어떠셨나요?
2) 기술로 인해 내가 읽어버린 경험은?
3) 책의 내용에 대한 찬반은? 공감한다 (기술의 확대는 위험하다) vs 반대한다 (기술은 더 발전해야 한다)
멸종보다는 종료가 아닐까?
실제로 '굳이 오프라인을 해야 돼?'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경험에 대한 종류가 달라지는 건 아닐까?
정현
정현의 의견에 상당히 공감한다.
인간이 의식하는 모든 것은 결국 '뇌로 가는 전기신호'가 아닌가?
그렇다면 경험이라는 것이 어떤 형태로 전달되든 그 과정이 큰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승철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오로지 쾌락만이 남는 상황이 그려질 수 있다.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을 추구한다면 너무나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연
인간은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필요로 하는 종(宗)인 것 같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고통이 있어야 이를 극복하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라면 결과도 그만큼 더 가치 있다.
성일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렇지만 '굳이~~??' 하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겪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경험을 선택할 수 있다는 기회는 필요할 수 있다.
민규
서로 다른 생각과 서로 다른 경험을 들어보는 것은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디지털 경험이 확장되는 것에 의견은 제각각이었으나,
그래도 과거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모두가 어느 정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이었다.
(다들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아무튼..)
대화는 결국 각자가 겪은 특별한 경험을 하나씩 꺼내보는 것으로 이어졌다.
오스트리아 미술관에서 클림트의 그림을 직접 봤을 때의 놀라움, 김동률 콘서트에서 느꼈던 그 생생함, 뉴욕제과 앞에서 미팅 상대를 기다렸던 설렘 등.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은 또 다른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 버린 인간 경험의 소실에 대한 경고.”
아날로그적인 경험은 인간적이다.
물론 디지털이 이를 대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런 오프라인 독서 모임도 디지털 일변도의 시대에 반기(?)를 드는 한 편의 저항일 수 있지 않을까?
12월의 책은 [질문은 내려놓고 그냥 행복하라].
왠지 연말에 어울리는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