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연함을 넘어서는 순간

by 하늘담

우리가 어떤 것의 본질을 명확하게 바라보게 되면, 그 둘 사이를 잇는 길도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다만 그 길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선입관으로 채워져서는 안 됩니다. 공동체가 요구해 온 오래된 관습보다,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진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과감함이 있을 때, 의식은 한층 더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그래서 조금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영성의 가르침 가운데에는 “오직 이 순간만이 존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깊은 진실을 담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이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우선 ‘이 순간만이 존재한다’는 관점에 서면,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온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이 느슨해집니다. 과거와 미래가 단단한 실체라는 믿음 자체가 흔들립니다.

두 번째로, 기억이라는 것도 다시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떠오르는 기억이 과거에서 만들어진 기록이라고 생각하지만, 오직 지금만이 존재한다는 관점에서는 기억 또한 이 순간 필요에 의해 새롭게 구성되는 하나의 ‘데이터’처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경험의 흔적이라기보다, 지금의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 다시 창조되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관습과 사고방식에는 우리가 넘기 어려운 벽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 익숙해서 의심조차 하지 않는 것들을, 사실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바로 그 순간, 기존의 나를 넘어서는 조금 더 자유롭고 확장된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됩니다.


의식의 성장은 거창한 깨달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익숙함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 일어나는 경험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작은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작은 틈새로 들어온 깨달음은, 지금 여기의 순간을 더욱 선명하게 비추어 줍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