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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미세뷰 Jun 16. 2020

소개팅, 그 짧은 만남과 이별의 자세

젊음이 곧 인연을 만들어 주기에, 가능성은 많겠지

세상만사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있는데, 그중 인간관계가 가장 그렇지 않을까?, 특히 남-여 관계가 그러할 테다

얼마 전 나는 소개팅 비슷한 걸 했다. 정식 만남은 아니고 친구가 만남을 권유해 나간 것이었다.
소개팅이라 거창하게 말하긴 뭣하고 차 한잔 마시는 자리였으니 말이다.(차한잔 마시러 갔다 한강까지 가서 치킨까지 뜯고 온게 함정이지만)

그는 나보다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모습이었다. 언행과 느낌 모두 다 어른스러웠다.

그래서 나름 괜찮다고 여겨졌다. (요즘 가치관 괜찮은 사람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내가 전 남자 친구와 자동차 극장을 못 간 것이 한이 된다고 해, 그걸 계기로 자동차 극장을 가자는 약속을 뒤로하고, 카톡을 주고받으며 친해지며, 관계는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적어도 어제 오후 전까진 말이다. 그 후 6시간 연락이 두절되었고, 아니나 다를까

불행한 예감은 적중했다. 자기 딴에는 거리를 두기 위한 최선의 의사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더 가까워지는 것은 부담스럽다, 나랑 집이 멀어서 좀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진작에 좀 말을 하지, 6시간 동안 애 끓인 사람은 뭐가 되나 싶다가도 차단 안 박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지인 소개인데 차단은 자기도 양심상 못하겠지 싶었다.

내가 하고자 메인 이야기는 따로 있다
5년 전인가? 그때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있긴 했었다. 나는 첫 만남에 그 오빠를 마음에 들어했고,

둘이 남산 타워도 가고 밑에 고기 국수 집도 탐방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총 3번을 만났던 그날, '나는 네가 여동생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장문의 카톡을 받았다.

오빠한테 놀아난 것 같아 분개해, 머리에서 나오는 대로 타자를 치며, 네가 잘 살 것 같으냐 라며 둥 거의 저주에 가까운 카톡을 남기고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렇게 문자를 보낸 3년 후
그 오빠의 근황을 듣고 후회했다.

왜냐하면 오빠가 그렇게 잘 살지는 못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 말고 택했던 다른 여자도 자신의 상황 때문에 헤어진 듯 보였다.

나는 오히려 안 이어진 것이 결국 서로에게 잘 됐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 상황에서 지지해 줄 수 있는 상황은 못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또한, 그 당시 그렇게 밖에 대처를 하지 못한 것이 참 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알아챘다. 결국 남의 앞길을 비난해 봤자 후회할 깜냥밖에 안 된다는 걸 말이다.

내 주변에 사람들에게 나쁜 말을 하고 나서 그대로 실현됐다고 해서 즐거워할 사이코패스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결국 남은 것은 상처뿐.

또한 내가 뱉은 말대로 된 그 사람을 보며 고소함이 아닌 죄책감으로 얼룩져 나 또한 힘들다는 것을 배운 경험이었다.

그때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을 후회했고,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내가 뱉은 한마디가 되돌아가서 혹시 영향을 미치진 않았나 그 생각까지 들었는데,
계속 따지다 보면 나 또한 불행해질 터라 생각의 물꼬를 트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냥 그 오빠는 그렇게 될 운명이었고, 나랑은 이어지지 못할 상대였던 로 생각하는 쪽이 편할 것이다.

결과가 이미 나온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이었으니.

런 경험을 겪고도 어제 나 이야기를 듣고, 인간인지라 나름의 배신감을 느꼈다. 그럼 헤어질 무렵 나중에 약속은 왜 잡은 것인지, 한강은 왜 같이 간 것인지 등등

모든 상황에 대한 분노가 살짝 치밀어 올랐지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동생 누나 사이로 지내자며 마무리 지었다.

두 번 그런다는 것은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걸 증명하는 태도일 뿐이니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정들기 전에 끝낸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더 빨리 정리할 기회를 가져 다시 나의 삶의 패턴에 돌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타로를 봤는데 이번 겨울에 인연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때까지 내 할일을 잘하고 있음,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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