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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토끼 Aug 30. 2022

Page 1. 토이 스토리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장난감 친구들

씨네 메모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할 영화로 어떤 작품을 고를지 참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스토리에 올린 걸 보았다.


태어나서 제일 많이 본 영화가 무엇인가요?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이 과거에 봤던 영화들을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해보겠지만 나는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있었고 그 영화를 씨네 메모리 첫 페이지에 담기로 결정했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본 영화. 바로 <토이 스토리>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나도 어린 시절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만 되면 항상 부모님께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를 정도로 장난감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그러다 보니 <토이 스토리> 속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이는 걸 본 순간 그야말로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토이 스토리>를 본 이후부터는 혹시나 내 장난감들도 살아 움직이지는 않을까 싶어 괜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장난감들을 스윽 바라보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토이 스토리> 1편 비디오가 있었다. 엄마가 항상 말씀하시기로는 어렸을 적 내가 <토이 스토리> 1편 비디오를 수십 번은 봤었다고 한다. 이제 막 유치원을 다니고 있던 아이가 영화 속 대사를 다 외우고 다닐 정도였었다고 하니 대체 내가 이 영화를 얼마나 많이 봤었던 건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토이 스토리>를 너무 좋아했던 나는 영어 이름을 지을 때도 영화 속 주인공인 '우디'와 장난감들의 주인인 '앤디'와 비슷하게 이름을 짓고 싶어 했었다. 그 결과 내 영어 이름을 '디'자 돌림으로 해서 'Eddie(에디)'로 짓게 되었다. 이 '에디'라는 이름은 지금까지도 내가 포털 사이트 등에서 아이디를 만들 때 항상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브런치 주소도 brunch.co.kr/@eddie100417이다). 이런 걸 보면 <토이 스토리>는 여러모로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토이 스토리>는 <해리 포터>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함께 나이를 먹으며 자라왔던 작품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실제로 장난감들의 주인인 '앤디'는 나와 연령대도 비슷하다. <토이 스토리 3>에서 '앤디'는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나이였는데 <토이 스토리 3>가 개봉했던 2010년에 나도 고3이었던 걸 생각하면 거의 동갑이나 다름없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나는 <토이 스토리 3>를 개봉했을 때 바로 보지 못했다. 심지어 그 당시엔 <토이 스토리 3>가 개봉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때는 지금만큼 영화 소식에 빠삭할 때도 아니었을뿐더러 수험 생활로 인해 정신이 없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토이 스토리 3>를 처음 보게 된 건 대학교에 입학하고 난 이후였다. 모두가 그러했듯 나 역시 <토이 스토리 3>를 보고 나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감동을 받았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으로는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 내 장난감들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토이 스토리 3>에서 '앤디'는 장난감들과 너무나 아름답게 이별했지만 나는 그렇게나 장난감을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자마자 정말 가차 없이 장난감들을 버렸던 걸로 기억한다. 몇몇은 기부를 하긴 했지만 기부를 할 때에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그냥 상자에 때려 박기만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비록 <토이 스토리> 속 장난감들처럼 생명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었기에 너무 정 없게 그 친구들을 떠나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심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어느덧 10대, 20대를 지나 30대가 되었지만 난 여전히 장난감이 좋다. 지금도 내 방 한구석엔 피규어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중엔 '우디'와 '버즈' 피규어도 있다. 물론 언젠가는 이 친구들과도 이별할 날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이 친구들만큼은 예전 장난감들처럼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내버리고 싶진 않다. 나보다 더 이 친구들을 아껴주고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때는 꼭 '미안해'라는 말 대신 '고마웠어'라는 말과 함께 그들과 이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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