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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한 숲길 Jun 09. 2024

아들과 둘이서 자전거 데이트

세종에서 대전까지 자전거로 이동하기 도전!!

  태어나서 이렇게 오랜 시간 자전거를 타보기는 처음이다. 왕복 3시간이라니! 기껏해야 동네 한 바퀴 기분 좋게 돌거나 왕복 한 시간 거리 다녀온 것이 전부였던 내게 버거운 경험이었고 큰 도전이었다. 실은 길어봐야 왕복 2시 간인줄 알고 시도했었다. 한참을 가다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포기할 수도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자전거 도로의 끝을 향해 눈물겨운 페달밟기를 했다. (세종과 대전 사이 자전거 도로는 생각보다 길었다. 물론 내 기준에서) 초여름 날씨에 무리한 도전을 했다는 후회가 계속 밀려왔지만 어쨌든 끝을 보자며 열심히 달렸다. 오르막 길에서는 다리가 한없이 무거워졌고 내리막 길에서는 몸과 마음이 가뿐해졌다. 그렇게 1시간 30분 넘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가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다. 기쁨의 탄성이 절로 나왔다.


  평소에 자동차로 편하게 다닐 때는 이렇게까지 길고 지루한 길인줄 정말 몰랐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 보니 새삼 자동차의 가치가 크게 느껴졌다. 귀찮다는 아들을 꼬셔서 데리고 나왔기에 아들의 원성을 들을 각오도 해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들은 한마디 불만도 없이 열심히 달렸다. 힘들면 멈추어서 물도 마시고 안장 높이를 조절하기도 하면서. 날도 더운데 운동까지 했더니 우리 둘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건 완전 지옥 훈련이라며 너털웃음을 웃는 내게 아들이 말했다.

"아이구, 이건 아무것도 아녀. 엄마는 진짜 지옥 훈련을 안 받아본겨? 우리 학교에서는 말이지...... "


  아들의 충청도 사투리 버전 수다가 이어졌다. 또래보다 체구가 작은 편이라서 더 아이 같았는데  제법 어른스러워 보였다. 대전 반석동에 도착해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자전거를 자물쇠로 잘 잠가두고 우리는 버스로 이동한 후 나중에 자전거를 가져오면 어떻겠냐고 말했더니 그냥 조금 더 고생하자고 말하는 아들. 그냥 못 이긴 척 그러자고 했다.


  최근에 맨발 걷기 등산을 하며 조금이나마 체력을 보강해 놓은 것이 참 다행이었다. 한 시간 넘게 휴식하면서 충전이 되었는지 다시 자전거에 올라탈 용기가 생겼다. 허벅지와 꼬리뼈 그리고 종아리가 아팠지만 조금 더 견뎌보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그늘조차 사라져서 강한 햇살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태양의 열기가 조금 식기를 기다리며 한 시간쯤 더 쉬었다가 움직이고 싶었지만 아들이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서 부지런히 돌아가야 했다. 다행히 돌아가는 길에는 내리막길이 더 많았다. 페달을 구르지 않아도 저절로 굴러가니 시원하고 덜 힘들었다.


  아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서 나선 길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운듯하다. 막막하지만 넘어야 할 산 앞에서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 산을 넘고 나서의 보람이 어떤 것인지를 배웠다. 돌아오는 길에 힘들어하는 나를 향해 아들이 몇 번이나 외쳐주었던 파이팅과 예쁜 미소에 마음이 녹아지고 감사가 절로 나왔다. 아무리 힘들어도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더불어 자주 방전되는 체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아들은 재미있었는지 다음 날 오후에 또 가자고 했다. 아, 이런! 그 말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드러누웠더니 금세 회복되었지만 아직은 선뜻 나설 용기가 없다. 조만간 남편까지 셋이서 선선한 저녁 시간에 도전해 봐야겠다. 또 다른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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