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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선 Dec 26. 2021

어린이가 처음 시도하는 그림 '난화'

열네 번째 편지(To. Viktor Lowenfeld)


2021년 12월 25일

교동도에서,


친애하는 로웬 펠드 님,


12월 25일 밤, 드디어 다시 로웬 펠드 님과 편지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들로 많이 바빴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긴 하지만 이 작업을 마무리해야 다음 스텝을 밟기 좋을 것 같아요. 2021년 마무리 짓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최근 로웬 펠드 님들 다시 살펴보고 있는 분들을 우연히 sns에서 보게 되었는데요. 저는 같은 이론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이 연구자들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로웬 펠드 님의 연구를 되짚어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미술교육에 관심 있는 일반인과 전문가들이 재해석한 다양한 논점들이 나왔으면 한답니다. 

드디어 <인간을 위한 미술교육> 책에서 가장 중요한 어린이와 청소년의 발달 단계를 중심으로 한 사례 및 이론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의자와 낙서> 표지에 사용 된 이미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 생각하는 흔들선 입니다. 난화, 그 아름다움이란

제4 장

난화기

The Schribbling Stage

자아표현의 시작


1.      난화의 중요성


흔들선 문 : 

어린이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그림은 어린이 자신에게도 중요하지만 지각 있는 성인에게도 매우 중요하죠. 어른들의 세계로부터 처음 받아들여지니까요. 


로웬 펠드 답: 

맞습니다. 사실 이러한 첫 시도는 성인에게 특별한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 난화(마구 긋는 그림)라는 단어 자체가 시간의 낭비나 적어도 내용의 결핍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입니다. 난화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아기 초기의 근육운동 지각과 관련된 이러한 움직임과 운동은 수동적일 수도 있고 능동적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동적인 움직임은 아기가 유모차 안에서 흔들리거나 움직일 때처럼 신체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이고, 능동적인 움직임은 스스로 자신의 팔을 움직인다거나 다리로 차는 것처럼 의지가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기가 환경에 대해 탐색하고 조사하며 반응하는데 매우 중요한 것이며 발달단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난화 : 마구 그리다, 끄적거리다 의 뜻으로 국내에서는 착화, 난화 등으로 번역되고 있다. 난화는 어린이가 표현 도구로 아무 의미 없이 마구 끄적거리는 것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2살 정도의 아이에게 크레용을 쥐어 주면 종이 위에 끄적거리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난화가 이보다 더 일찍 시작된다 하더라도 아주 어린아이는 그리는 것보다 크레용을 살펴보고, 만져서 느끼며, 맛보는 것에 더 흥미를 느낄 것입니다. 무질서한 난화기에는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려고 하지 않으며 그 대신 근육운동 지각과 움직임 자체를 즐기게 됩니다.

난화는 범위가 매우 넓으며 다양합니다. 부모들은 난화에서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으려 하거나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베껴서 그리도록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적인 어떤 것을 그린다는 것은 난화기의 아이들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러니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난화 행동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      난화의 일반적인 발달

1)      마구 그리는 난화기


난화기 초기 단계의 선들은 종이 위에서 자유롭게 여러 방향으로 그려지며 아이가 마루에 엎드리거나, 서서 낮은 탁자 위에 그리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이들은 팔을 앞뒤 좌우로 흔들며 그려도 30센티미터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어른이 보기에 작은 그림으로 보일지라도 아이는 커다란 동작으로 난화를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로웬 펠드님이 가진 사례 외 제가 두 자녀의 사례들을 직접 아카이빙하고 정리 중입니다. 로웬 펠드님의 이론과 제 자료를  호환해서 보면 도움이 될 자료가 됩니다.


2)      조절된 난화기

아이가 난화를 시작한 후 6개월 정도 지나서 매우 중요한 단계가 시작됩니다. 드디어 스스로 만들어낸 흔적에 시각적인 통제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어른들은 이러한 그림들을 한눈에 별 차이가 없다고 무심코 느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동작에 대한 조절 능력을 얻는다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경험입니다. 이제 그는 근육 운동 지각으로 경험해 왔던 것을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돼요. 반복된 동작들은 어떤 근육 활동에서 조절 가능함을 뜻하고 선들을 수평으로 수직으로 또는 원으로 반복해서 그릴 수 있게 됩니다.


3)      이름 붙이는 난화기

조절하는 난화기 다음에도 무척 중요한데 이때는 아이가 자신의 난화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비록 어른이 보기에 그 난화가 자기 자신이나 아빠로 볼 수 없을지라도 어느 날 아이는 “이것은 아빠야” 또는” 나는 달리고 있어”라고 말할 것입니다. 난화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아이들의 사고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전에 움직임 그 자체에 만족했던 아이는 이제 자신의 주변 세계에 자신의 움직임들을 관련시키고 보는 것에 의한 상상력이 풍부한 사고로 변한 것이죠.  저는 어린이의 난화를 expression 대신 mark라는 단어를 씁니다.

우리의 기억을 더듬어 보더라도 난화에 이름 붙이는 단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관념적인 지각에 의해 사고하기 시작하는 3-4세 이전까지는 시각적인 기억을 위한 기반을 닦아온 것입니다.

그림 그 자체는 초기의 난화와 비교해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빙빙 돌리며 그리는 동작과 세로의 선들은 아이들이 인물을 그리기 위해 결합시킨 것이죠. 이런 시기에는 어른의 시각을 투영시키기보다는 아이가 그런 새로운 유형의 사고방식에 자신감과 용기를 갖도록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3.      난화기의 색채

난화는 주로 근육 활동에 의해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난화기에서 색깔은 확실히 부수적인 역할을 하죠. 색은 아이에게 그림을 그리거나 때로 탐색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난화 단계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선과 형태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근육운동과의 협응을 잘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며, 처음으로 환경과 그림이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죠.


흔들선 답:

맞습니다. 저는 아이를 둘 기르다 보니 로웬 펠드 님의 사례를 더욱 깊숙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죠. 첫째와 둘째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같은 행동을 하는 것조차 신기했습니다. 특히 난화기를 조금 거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은 정말 흥분되고 즐거운 시간이었죠. 하지만 어찌나 짧은 순간인지, 찰나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4.      난화기의 동기부여

로웬 펠드 답:

일반적으로 난화기 초기에는 적당한 재료와 격려 외에 특별한 환경이 필요하지 않아요. 3살 된 아기는 대개 15분 정도 열중할 수 있을 것이고요. 만일 4살 된 아이가 난화기에 이름을 붙이는 시기가 되었다면 20분에서 30분 정도 활동할 것입니다. 이때 현대미술 같은 표현을 상상하며 그 그림을 건지려고 하지 마십시오. 아이들 그림을 멈추게 하고 싶은 욕망을 절대로 보여주지 마시고요. 

흔들선 문: 가끔 아이들 중 난화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때로는 늦게 표현하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부모님도 만나게 되는데. 저는 그때마다 다름을 알려주고 늦음에 대해 염려하지 않도록 합니다. 단, 환경과 동기부여를 위해 방법을 설명하는데 로웬펠드 님의 의견과 비슷한 방법을 쓰거든요. 늘 대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로웬펠드 답:

그럼요. 모든 기본 원칙은 개입이 아닌 대화입니다. 예를 들면 “얘야 네가 만약 커다란 빈방에 있다면 너는 구석에 서 있기만 하겠니?” “크레용이 한쪽 구석에만 머물러 있을까?”처럼 동기부여를 해주면 정말 열중해서 난화를 그릴 수 있죠.

“아빠는 키가 크니?” “발이 크니? 아빠는 너를 들어 올릴 수 있니?” 등 상상력이 풍부한 사고를 북돋우면 됩니다. 만약 아이가 시장에 간다고 말한다면 그곳에서의 냄새, 소리, 개인적 감정, 시장에 간 경험에서 자신이 차지할 수 있는 부분 그리고 그런 활동에 대한 좋고 싫음 같은 것들은 모두 그런 자극 안에 포함되어 있죠. 상상력에 의한 사고와 난화 사이의 관계에서 만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난화기의 재료

어린이가 사용하는 미술재료는 그들의 욕구에 적합해야 합니다.  특히 난화기에는 큰 4절 도화지가 좋으며 수채물감은 좋은 재료로 보지 않습니다. 이젤이나 벽면에 도화지를 고정시켜 사용하는 것이 좋고요. 찰흙 역시 훌륭한 재료입니다. 3차원의 재료를 취급하도록 하는 것은 아이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손가락과 근육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또 아이에게 다양한 콜라주 재료들을 취급하도록 하여 색과 질감을 인식하는 기회를 주는 것도 가치 있는 일입니다. 손가락 그림물감은 어느 유치원에도 환영하고 재료일 것이고요. 


6.      난화기의 의미에 대한 논의

어떤 단계의 어린이가 어느 정도의 평균적인 신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별적으로는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 시절의 갑작스러운 성장은 성장이 항상 순조롭게 계속되는 과정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줍니다. 평균보다 낮고 높은 문제는 재능의 부족은 아님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집단 유형 지능검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어느 정도는 그 아이의 지적 성장의 징후를 난화에서 찾을 수도 있지요.

특히 어른으로 착상된 모든 계획이 어린이 자신의 표현방법에 영향을 미쳐 자신감이 결여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색이나 형태를 어린이 상상하여 아이에게 개입하여 상냥한 아이라 단정짓는 다던지, 자신감이 결여된 아이, 검은색을 사용하면 정서적인 행동이 없다 생각하는 것 등은 아주 위험하고 맞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7.      난화기의 성장 특징 요약 및 관련 활동

아이가 사고하는 방향으로 동기를 부여했을 때의 난화와 아이를 완전히 홀로 두어 그리게 한 난화를 비교하여, 난화에 이름을 붙이는 기간 동안의 동기부여의 효율성을 알아봅시다.


흔들선 답:

책을 혼자 여러 번 읽어볼 때와 이렇게 순서대로 정리해보니 제 연구에 많이 도움이 됩니다. 섬세하게 예시를 들고, 상상하여 적어 둔 로웬 펠드 님의 책은 제가 접해 본 그 어떤 원론 책들 중 으뜸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존경과 진심을 담아,

흔들선 작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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