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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아 Feb 15. 2022

14일 동안 만난 292명의 예술가.   


 

지난 2주간 <리추얼>과 <예술하는 습관>을 읽으면서 총 262명의 예술가들의 삶을 엿보았다. 중간에 명절끼고 코로나로 아이들 가정보육하면서 틈틈히 메모하며 읽었다. 새로 시작하는 일이 많은 올 한 해, 나는 동기 부여가 필요했다. 매해 초 읽게 되는 습관과 관련한 책 같으려니 생각하고, 내노라하는 작품들을 남긴이들의 삶을 통해 자극 받고 싶었다. ​


 책을 읽기 전에는  마치 ‘수학의 정석’ 마냥 일관되고 정확한 답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새가 되어야 한다던가, 몇시 부터 몇시까지가 머리가 잘돌아가서 글을 잘 쓸 수 있다던가, 철저한 시간 관리를 해야한다던가 그런 어디서 들어본 그런 정석 같은 말들을 통해, 역시 그렇게 살아야하는 구나하고 동기부여를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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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처음에는 그런 정석같은 이야기가 나오길래 역시~ 그렇지~ 하고 있었는데, 뒤로 가면서 커피/술/마약에 의존하여 건강을 망쳐가며 창작하거나, 글쓰기가 고통스러워 평생 한 작품만 하고 다시는 글 쓰고 싶지 않아하거나, 아이들은 보모에게 맡기고 오직 창작에 열정적이었다든지 그런... 나에게는 적용하고 싶지 않은 좌절스러운 이야기들이 줄줄이 소세지처럼 나왔다. “어? 이건 내가 원한게 아닌... 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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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한 후 작가들의 삶이 궁금했다. 그들은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고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냈고 어떻게 끝까지 글을 써낼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휴식을 취했고 어떨 때 몰입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훌륭한 작품과 업적을 남긴 그들을 성공한 부류로 보고, 그들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고 그들을 따라 하면 나도 그들처럼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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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성공한 기업가들처럼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다던가, 워렌버핏처럼 매일 아침 독서를 한다던가 또는 <미라클 모닝>의 저자, 할 엘로드처럼 활기찬 아침을 위한 일관된 리추얼을 수행하며 절제되고 철저한 자기 관리를 했기에, 놀라운 작품이나 업적을 낸 예술가로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란 고정관념을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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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구석 미술관>을 읽고 예술가들의 삶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지독히 더 처참하고 외로운 삶이었다. 그들의 작품은 그들의 번민과 방황과 고통과 외로움의 산물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놀라운 업적을 이룬 그들의 삶에 ‘성공한 삶’이란 프레임을 씌우며 보았던 것이다. 첫 출발주터 단추를 잘못 끼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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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작가로서 고민해야하는 것은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하고, 어떻게 내가 가진 에너지를 잘 활용함으로 철저하게 자기 관리 할 것인가... 보다, 나는 나의 삶, 나의 인생이라는 재료를 어떻게 글로 녹아낼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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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과 <예술하는 습관>에 소개된 262명의 예술가들의 공통점을 굳이 찾아보자면, 그들의 창작 습관이나 일상의 루틴보다는 그들이 그들의 작품을 향해 가진 ‘열정’과 ‘진심’ 이었던 것 같다. 적어도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그 순간 만큼은 ‘진심’ 이었다는 것. 어떤 이유로 글을 쓰고, 어떤 환경에서 글을 썼던지 간에 그 순간 만큼은 자신의 마음을 다하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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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얼마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진심’인가 생각해보았다. 얼마나 나의 마음을 다하여 글을 쓰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변색되지 않도록 잘 지키는 것이 나의 진심을 다하는 것이겠구나 생각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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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작가가 되는 것이 나의 출발점이 아니었다는 것, 치유하는 글쓰기를 하겠다던 나의 시작을 잊지 않고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보았다.

 뭔가 마음이 상당히 가벼워졌다. 다른 이들을 따라 할 필요 없고 나 자신에게 충실하기로 하니 말이다. 기분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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