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리추얼>과 <예술하는 습관>을 읽으면서 총 262명의 예술가들의 삶을 엿보았다. 중간에 명절끼고 코로나로 아이들 가정보육하면서 틈틈히 메모하며 읽었다. 새로 시작하는 일이 많은 올 한 해, 나는 동기 부여가 필요했다. 매해 초 읽게 되는 습관과 관련한 책 같으려니 생각하고, 내노라하는 작품들을 남긴이들의 삶을 통해 자극 받고 싶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마치 ‘수학의 정석’ 마냥 일관되고 정확한 답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새가 되어야 한다던가, 몇시 부터 몇시까지가 머리가 잘돌아가서 글을 잘 쓸 수 있다던가, 철저한 시간 관리를 해야한다던가 그런 어디서 들어본 그런 정석 같은 말들을 통해, 역시 그렇게 살아야하는 구나하고 동기부여를 찾고 싶었다.
책을 읽고 처음에는 그런 정석같은 이야기가 나오길래 역시~ 그렇지~ 하고 있었는데, 뒤로 가면서 커피/술/마약에 의존하여 건강을 망쳐가며 창작하거나, 글쓰기가 고통스러워 평생 한 작품만 하고 다시는 글 쓰고 싶지 않아하거나, 아이들은 보모에게 맡기고 오직 창작에 열정적이었다든지 그런... 나에게는 적용하고 싶지 않은 좌절스러운 이야기들이 줄줄이 소세지처럼 나왔다. “어? 이건 내가 원한게 아닌... 거같은데.”
글쓰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한 후 작가들의 삶이 궁금했다. 그들은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고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냈고 어떻게 끝까지 글을 써낼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휴식을 취했고 어떨 때 몰입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훌륭한 작품과 업적을 남긴 그들을 성공한 부류로 보고, 그들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고 그들을 따라 하면 나도 그들처럼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스티브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성공한 기업가들처럼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다던가, 워렌버핏처럼 매일 아침 독서를 한다던가 또는 <미라클 모닝>의 저자, 할 엘로드처럼 활기찬 아침을 위한 일관된 리추얼을 수행하며 절제되고 철저한 자기 관리를 했기에, 놀라운 작품이나 업적을 낸 예술가로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란 고정관념을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구석 미술관>을 읽고 예술가들의 삶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지독히 더 처참하고 외로운 삶이었다. 그들의 작품은 그들의 번민과 방황과 고통과 외로움의 산물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놀라운 업적을 이룬 그들의 삶에 ‘성공한 삶’이란 프레임을 씌우며 보았던 것이다. 첫 출발주터 단추를 잘못 끼웠던 것이다.
내가 작가로서 고민해야하는 것은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하고, 어떻게 내가 가진 에너지를 잘 활용함으로 철저하게 자기 관리 할 것인가... 보다, 나는 나의 삶, 나의 인생이라는 재료를 어떻게 글로 녹아낼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추얼>과 <예술하는 습관>에 소개된 262명의 예술가들의 공통점을 굳이 찾아보자면, 그들의 창작 습관이나 일상의 루틴보다는 그들이 그들의 작품을 향해 가진 ‘열정’과 ‘진심’ 이었던 것 같다. 적어도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그 순간 만큼은 ‘진심’ 이었다는 것. 어떤 이유로 글을 쓰고, 어떤 환경에서 글을 썼던지 간에 그 순간 만큼은 자신의 마음을 다하였다는 것.
나는 얼마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진심’인가 생각해보았다. 얼마나 나의 마음을 다하여 글을 쓰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변색되지 않도록 잘 지키는 것이 나의 진심을 다하는 것이겠구나 생각하게되었다.
성공한 작가가 되는 것이 나의 출발점이 아니었다는 것, 치유하는 글쓰기를 하겠다던 나의 시작을 잊지 않고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보았다.
뭔가 마음이 상당히 가벼워졌다. 다른 이들을 따라 할 필요 없고 나 자신에게 충실하기로 하니 말이다. 기분좋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