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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따따 Oct 29. 2020

녹색의 하늘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일상의 공간은 유리창에 뽁뽁이가 말끔히 붙어있다. 아마도 전에 살던 이가 붙였으리라.  때문인지,  유리문과 창문이 있음에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햇살을 좋아하긴 하나, 해가 나의 일상을 비추고 있을 때는 대부분 학교이거나, 카페이거나, 친구들을 만나고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렇기에 지난   동안 크게 상관은 없었다.



 문제는 요즈음의 날들이다. 방학이 시작되고, 친구들은 하나같이 취업 준비다 뭐다 각자가 나름의 계획을 갖는 바람에 혼자만의 시간이 훌쩍 뛰어버렸다. 한동안 햇살이 기분 좋게 내려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갔다. 카페를 가고, 도서관을 가고, 갑천을 갔다. 하지만 망할 놈의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퍼지고는 주로 집에서 뛰어버린 시간을 보낸다. 사실은 코로나보다  무서운 이유가 있다. 통장에 잔고가 580 남아 나갈 방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580원이라니. 초등학생 버스비도 580원은 넘을 텐데. 얼마  생일 선물로 받은 각종 기프티콘은 온데간데없이 없어졌고 말이다. 어쨌든 대외적인 이유는 코로나였고, 덕분에 끝나가는 방학의 끝은 집이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어김없이 방은 환한데 햇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전기매트 덕분에 몸이 더워 문을 열었다가 뜻밖의 것을 발견했다.  눈에 보인 것은 ‘하늘이었다.





녹색의 하늘. 사실 햇살이 함부로 우리 집에 방문하지 못하는 이유는 뽁뽁이 때문이 아니다. 창문 너머 솟아있는 회색 콘크리트 건물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하늘이 보인다니.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햇살은 쉬이 창문을 넘나들지 못하지만, 이제 녹색의 하늘을 바라볼  있게 되었다. 하지만  녹색의 하늘은 부유하는 먼지를 비춰줄 햇빛도, 오븐 구이가   같은 느낌도 나에게 주지 못한다. 물론 따스함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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