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더하기 빼기
며칠 전 기사에서 스타벅스 플레이모빌 상품을 사는데 줄을 선 사람끼리 시비가 붙어서 경찰이 출동했다는 기사를 봤다. 어이없다고 웃었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 일 수 도 있다고 생각했다. 스타벅스의 마케팅력이 뛰어난 건지 아니면 애용하는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아 스타벅스가 이런 기획력을 실행할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무언가 이벤트성 굿즈를 내놓을 때마다 문도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이제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게 되었다.
지난주 카페 이용금지가 해제되면서 아이와 동네 스타벅스에 잠시 다녀왔다. 플레이모빌 판매 안내문을 구경하던 아이는 우주인 모형을 를 갖고 싶다고 했다. 날짜를 보니 다음 주다. 마침 아이가 한 달 내내 약속을 어기지 않고 잘하고 있는 것이 있었기에 쿨하게 사주겠노라 약속을 했다. 말을 뱉어놓고 아차 싶었다. 평소 굿즈 전쟁 줄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던 나의 시선이다. 저게 뭐라고 문도 안 연 가게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찼거늘, 그 한심한 일을 내가 하게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아이한테는 약속을 했고, 그래도 동네인데 설마 그렇게까지 줄을 설까 싶었다.
약속한 날이 돌아왔다. 내일 아침 문 열 때쯤 가면 바로는 아니더라도 금방 사겠지란 나의 생각은 완전한 착각이었다. 문 연후 10분 후 도착.
이미 줄은 문밖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설마 그래도 좀 기다리면 사겠지....
이번 상품은 장난감이라 그런지 아이 손 붙잡고 서 있는 사람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나도 아이의 부탁으로 나오긴 했지만 날도 추운 이 아침에 아이까지 데리고 나오는 열성이 대단하다 느껴졌다.
40분쯤 기다렸다. 아직 앞에 꽤 많은 사람들이 있다. 잠시 후 직원이 8개밖에 안 남았다는 방송을 했다.
'헉! 이게 뭔가?' 목표물이 사라졌는데 발걸음이 떼지 질 않는다. 진짜 그것밖에 없는지 확인이 하고 싶어 진다.
"7개 남았습니다. 6개 남았습니다."
확인 사살을 하는 듯 직원의 소리가 의미심장하게 꽂혔다. 발걸음을 돌려 나오는데 출입문이 열려 있어서 미처 보지 못한 안내문에는 '오늘의 입고 수량 72개'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순간 화가 났다.
100개도 가져다 놓지 않고, 거저 주는 것도 아니면서 사람을 농락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이따위 것을 사려고 아침부터 매장 곳곳마다 길게 늘어서 행렬을 보면서 회사의 저 높으신 분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으실까?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느낌이다.
커피는 믹스커피가 최고라 여기는 내게 커피숍은 공간 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후에 출근을 해서 하루를 다 보내고 돌아오는 나는 출근 전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스타벅스를 이용한다. 근무지로 향하는 버스정류장이 앞에 있고, 근처에 동생이 살고 있으니 가끔 동생과 브런치를 즐기는 나만의 힐링 장소로 애용하고 있었다. 자주 드나들면 애정이 생긴다고 했던가...
평소 그릇을 좋아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에 눈길을 주는 타입이기에 이곳의 상품들은 내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예쁘다고 덥석 집어 들 만큼 착한 가격은 아니지만 어느새 하나둘씩 가져다 놓은 것들이 꽤 된다. 그것들을 보고 즐거워했는데 어쩐지 오늘은 그들에게 호구가 된 느낌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