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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탄 Aug 17. 2022

<탑건: 매버릭> 부제는 왜 ‘매버릭’인가

파일럿에서 인간이 되기까지

<탑건: 매버릭> 포스터


나는 <탑건> 개봉 이후 태어난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톰 크루즈에게, 또한 할리우드에게 어떤 존재감을 갖고 있는지 아직까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극장에서 접한 관객도 아니거니와, 36년이란 시간 동안 그 영화를 추억이라는 불가침의 영역에 둔 것은 더더욱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처음 <탑건>의 속편이 나온다는 소식이 처음 떴을 때, 내 솔직한 반응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주인공 톰 크루즈의 신작이라는 사실에 대한 기대감 정도뿐이었다.

 

아무튼 '후속작을 제대로 즐기려면 전작을 봐야 한다'는 불문율에 따라 시청한 1986년작 영화는, 그동안 들어왔던 ‘미군 홍보영화’라는 세간의 반감 어린 평가를 다소 상쇄시켜 주기는 했다. 끝내주는 OST, 끝내주는 액션, 주조연의 완벽한 비주얼 등, 내 편협한 생각을 넘어선다 싶을 정도로 장점이 많은, 재미있는 영화였다.

 

그러나 훌륭한 영화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이야기 구성상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고, 당시의 히트 요인 중 하나였을 톰 크루즈와 켈리 맥길리스의 로맨스는 구식, 혹은 곁다리처럼 느껴졌다. OST 돌려막기는 덤이고. 그렇기에 이 영화의 후속작인 <탑건: 매버릭>에 대해 나름의 기대치가 올라가면서도 한편으로 불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부제인 "매버릭(Maverick)"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저 주인공의 콜사인을 빌려와 무성의하게 지어낸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를 본 이후 그 생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He wants mach 10. Let’s give him mach 10.”
(제독이 마하 10을 원하면, 마하 10을 성공해 주자고.)

 

우선  영화가 탄생하기까지의 제작 과정을 되짚어 보자. 그야말로 중력가속도 10G 달하는 엄청난 부담감이 피부에 전해져 온다.  크루즈가 제대로  각본이 없는 이상 속편을 찍지 않겠다고 공언한 사이, 그러니까 전작으로부터 10년이  번하고도  지나는 동안 너무 많은 것이 달라졌다.  냉전은 종식되었으나 신냉전으로 인한 미중 관계 악화 때문에 중국 투자사 텐센트와 시답잖은 불화가 생겼고,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제작비는 전작(1,500$) 10(1 5,200$) 뛰었다. 후속편의 조언자가 되어주어야 했을 전편의 감독 토니 스콧은 2012 암투병 끝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매버릭의 라이벌이자 서브 주인공이었던 아이스맨 역의  킬머 역시 후두암 투병으로 출연도 불투명했다.

 

물론 그동안에도 톰 크루즈는 36년의 세월 동안 변함없이 ‘최후의 영화 스타’로서 굳건히 서 있었지만, 이제 그도 어쩔 수 없이 얼굴에 주름이 보이고 움직임이 더뎌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다. 그런데도 한 술 더 떠 전투기 조종 없이는 영화 안 찍겠단다. 거기다가 전 세계의 영화 제작 환경을 180도로 바꿔 버린 코로나19 때문에 2년여의 시간이 지체됐다. 이 상황에서 어느 누가 제대로 된 속편을 만들 수 있겠는가.

 

그런데, 만들어졌다. 전작의 공고한 아성을 뛰어넘어, 어쩌면 역사상 최고의 항공 액션 영화일 수도 있을 영화가 말이다.

 

  “Time is your greatest enemy.”
(시간은 제군들의 가장 큰 적이다.)

 

나에게 <탑건>의 만듦새가 다소 미흡해 보였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빌드업 없는 클라이맥스'였다. 전작은 흥미로운 동시에 여유로웠다. 적당히 능글거리고 다투고 애정행각도 벌이다가 동료의 죽음에 좌절하지만 여차저차 탑건 스쿨을 졸업한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뜬금없이 작전 명령서를 받고 적기와의 전장에 투입된다. 공중전의 쾌감을 제대로 보여줬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주인공의 성장을 위해 막판에 급조된 히든 스테이지라고 느껴져도 할 말이 없는 전개였다.

 

다행히 후속작은 전작의 실수를 초반부터 방지하면서 대단히 영리한 선택을 한다. 기적을 바라야 할 정도로 어려운 임무가 있고, 그 임무를 위해 탑건의 최우수 졸업자들을 더욱 힘들게 훈련시켜 선발 투입해야 한다는 목표를 주인공에게 던져 준다. 단순하면서 정직한 방향을 보여줌으로써 정석적이면서도 꽉 짜인 전개를 선택한 것이다.

 

마치 톰 크루즈의 대표작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비행 연습과 팀워크 함양, 선발까지의 모든 과정을 3주 안에 해내야 한다는 한시성은 훈련과정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전작의 ‘수석 졸업’이라는 다소 치기 어린 목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무게감을 부여한다. 무의미한 반전과 무절제한 오마주, 메시지에 천착하다 고유의 개성까지 무너뜨리며 프랜차이즈를 망친 근래의 여러 후속작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묵직한 접근 방식은 작품의 내용적 구성뿐 아니라 주인공 매버릭(톰 크루즈 扮)의 내면 묘사에도 적용된다.

 

“I'm a fighter pilot, it is not what I am.
It’s who I am. How do I teach that?”
(난 전투기 조종사야. 그건 단순히 내 일이 아니야.
나 자신이나 다름없다고. 그걸 어떻게 가르쳐?)

 

영화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상실을 어떻게 극복하는가’라는, 이보다 더 전형적일 수 없는 주제를 공유한다. 그러나 ‘작전 성공하면 그만이지’ 수준에 머물렀던 전작의 뭉뚱그리기식 결말을 다시금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매버릭은 비행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는 파일럿이지만, 3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완전히 성장을 이룩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일럿은 단순히 내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그의 말은, 바꿔 말하면 그의 정체성이 아직 ‘파일럿’에 멈춰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매버릭에게 본작의 탑건 교관의 자리는 어울리는 동시에 어울리지 않는 자리다. 36년의 시간 동안 조종간을 잡는 데 노련미와 원숙함이 자리 잡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돌발적이다.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험비행용 스텔스 전투기를 날려버리면서까지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려 든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최우수 졸업생들을 자신만만하게 가르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보이지 않는 중력가속도를 맞은 것처럼 시야의 초점이 흐릿해진다. 팀워크와 작전 수칙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은 그들보다도 몇 배는 더 문제아스러운 행동을 벌인다. 그것도 군대라는 폐쇄성 짙은 집단 속에서. 왜일까?

 

다시 전작 이야기를 해보자. 1986년작 <탑건> 속의 매버릭은 자신만만하고 반항아적인 태도 속에 한계라는 유령과 싸우는 부담감을 숨기고 있던 청년이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가 비행 중 전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계에 자신을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전작에서는 수석 졸업을 목표로 삼다가 단짝 구스(앤소니 에드워즈 扮)까지 눈앞에서 잃게 된다.

 

그는 다시금 직격으로 닥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1편 말미에는 적기를 3대나 격추시키고, 본작 초반까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서 훈련과 시험비행을 거듭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한계에 도전하는 상황 속에서 그는 늘 자신의 등을 맡겼던 구스에게 들리지 않는 말을 건다.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상실감은 곧 반골 기질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결과 매버릭은 최고, 아니 전설의 파일럿이 되었지만 인간 피트 미첼은 여전히 외롭다. 기이한 모순이다.

 

“I was trying to be the father he lost,
I wish I would have done it better.”
(녀석이 잃은 아버지가 되어주려고 노력했어.
내가 더 잘해 줬어야 하는데.)

 

그 모순점의 악순환을 더욱 가중시키는 캐릭터는 영화의 서브 주인공인 루스터(마일즈 텔러 扮)다. 루스터는 매버릭과의 비행에서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 때문에, 또 그가 노파심에 자신의 앞길을 막았다는 것에 시종일관 반항적인 태도를 고수한다. 절친의 아들이 옛날의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겪은 얼굴을 하고 있는 바람에, 매버릭은 엄연히 교육생 신분인 루스터에게 교관으로서 따끔하게 충고하지도, 아버지의 친구로서 부드럽게 다독이지도 못한다. 두 사람은 예컨대, 말도 안 통하고 심각하게 삐걱거리는 유사 부자 관계나 다름없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옛 전우였던 아이스맨(발 킬머 扮)마저 매버릭의 곁을 떠나게 된다(출연은 짧고 목소리도 자신의 것이 아니었지만 이 영화를 향한 배우 발 킬머의 애정과 투혼을 물씬 느낄 수 있었던 뭉클한 장면이기도 하다). ‘누가 최고의 파일럿이냐’는 호기와 장난이 섞인 대화를 넘어, 과거에 괴로워하는 매버릭에게 그가 남긴 유언의 핵심은 ‘이제는 (과거를) 보내줄 때’라는 것이다. 그 말을 한 사람마저 자신의 마음속 빈자리를 더해주게 되었으니, 매버릭의 심리는 거의 궁지에 몰린다.

 

여전히 그 방법을 몰라 고민을 거듭하던 그에게 마지막 격려가 되는 것은, 공교롭게도 그가 한창때 잠시 만났다 떠나 버렸던 제독의 딸 페니 벤자민(제니퍼 코넬리 扮)이다. 자신에게서 상실의 상처를 받았을 그녀와의 재결합으로 혼자뿐이었던 삶에서 다시 돌아올 곳이 생긴다. 전작에서 흥밋거리 그 이상의 느낌은 주지 못했던 로맨스는, 본작에서는 주인공의 내적 위기를 털어놓고 극복하기 위한 단단한 발판이 되어준다.

 

이에 매버릭은 가장 자신다운 선택을 함으로써 정체성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로 한다. 관점에 따라서는 당장 영창행이나 다름없을 만큼 개념 없는 행동이 틀림없지만, 자신이 가장 잘하는 짓을 끝까지 밀고 가기로. 또다시 누군가를 잃는 아픔을 겪느니,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증명하기로. 번뇌는 접어두고, 저지르기로.


(* 이하 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Don’t think. Just do.”
(생각하지 마. 그냥 해.)

 

미국 코미디언 겸 배우 조시 개드는 <탑건: 매버릭>의 완성도를 두고 속편의 정수라 평가받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에 비유했다. 한데 재미있게도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최종전인 죽음의 별 전투와 매우 닮아 있다. 작전 구성부터가 최단 시간 내로 방어체계가 빼곡하게 들어찬 적진의 좁은 길을 통해 침투한 후 초정밀 타격에 성공하여 빠져나오는, 일명 ‘트렌치 런’을 현대전으로 가져온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관객들이 매버릭을 루크 스카이워커에 대입하며 흥미진진한 공중전에 집중하고, 아슬아슬한 작전이 역시나 기적적으로 성공하는 순간, 영화는 다시 한 번 이 흐름을 극적으로 비틀어버린다. 그 어떤 불가능한 임무도 완수하며 늘 자신만만했던 매버릭이 루스터를 지키려다 격추당하는 순간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차저차 탈출에 성공한 매버릭을 구하려다가 루스터까지 덩달아 격추당하는 위기까지, 점입가경이 따로 없다.

 

그런데 파일럿에게는 자칫 뼈아플 수 있는 이 추락의 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에게는 동반 상승의 발판이 된다. 두 사람이 서로를 구제하다 각자 목숨의 위기를 넘나드는 희생을 치르면서, 영화 내내 '구스'라는 공통분모 속을 맴돌던 상실의 트라우마가 해소되는 것이다. '생각이 있는 거냐?'는 매버릭의 다그침에 '아니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라면서요!'라고 매버릭 본인의 말로 되받아치는 루스터의 모습에서는 영락없이 투닥거리는 부자 관계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작품 내내 삐걱이던 두 사람은 다시금 조종사와 부조종사라는, 전작의 향수를 진하게 불러일으키는 한 팀으로 엮인다.

 

그들의 앞에는 망망대해와 최신예 전투기가 도사리고 있지만, 영화는 이들의 구명을 위한 히든카드를 기막히게도 적진에 숨겨 놓는다. 바로 퇴역한 지 10년이 넘은 F-14 톰캣. 한때 자신의 전용기였던 구형과 신형의 최종 대결이라는, 가히 만화에서 볼 법한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아군 진영에 어떻게 등장시켜도 무리수였을 이 구형 전투기 역시 아이러니하게 적지라는 배경을 통해 존재의 개연성을 얻고, 두 주인공의 화해의 매개체 역할을 함과 동시에 최종전의 수단으로 부활한다. 정말이지 끝내주는 각본 구성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 임무의 적성 세력에 대해 국가 이름, 하물며 전투기 품종조차 5세대 전투기라고 뭉뚱그릴 뿐 대사상으로 명확히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적 파일럿들은 그 흔하디 흔한 무전 한 번 때리지 않는다.) 물론 밀리터리적인 감성으로 작정하고 파고 들어가지 않아도 ‘그 나라’의 Su-57이라는 것은 뻔하기 그지없지만, 영화는 의도적으로 묘사를 배제한다. 정치적인 해석을 피하기 위해서? 글쎄, 자칫 조심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세 가지의 장점을 갖추게 된다.

 

첫째는 주역들의 시점을 관객의 시점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카메라를 파일럿 가까이에 고정한 덕분에 관객들은 안 그래도 역동적이고 긴박한 공중전을 온몸에 힘을 주고 볼 정도로 집중하게 된다.

 

둘째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적이 주는 긴장감과 압박감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구형 F-14와 최신예 Su-57이 펼치는 최후의 2 대 1 공중전은 사실상 성립이 불가능한 대결이다. 차라리 사냥감으로서 사냥꾼을 피하기 위한 필사의 탈출에 가깝다. 그렇기에 마지막 남은 1기가 소리 없이 보여주는 무중력 기동은, 온갖 곡예비행이 넘쳐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장면 중 하나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작전의 성공보다 두 주인공의 무사 생환에 더욱 무게를 실으면서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영화가 내내 강조하는 인명중시의 가치를 함축하는 전개이기도 하다.

 

  “It's not the plane. It’s the pilot.”
(중요한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 파일럿이다.)

 

‘파일럿의 시대는 머지않아 사라진다.’ 케인 제독(에드 헤리스 扮)의 이 대사는 영화 외적인 할리우드 내의 제작 현장에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마이클 베이의 <앰뷸런스>만 보더라도 드론 비행을 통한 감각적인 촬영이 성공적으로 먹히면서 직접 카메라를 들고 하늘을 나는 촬영은 서서히 드론으로 대체되거나, 나머지는 CG 기법으로 메워지고 있다.

 

하지만 제작진이 본작을 완성하는 방식은 역시 매버릭의 ‘오늘은 아니다’라는 대사에서 드러난다. 마치 공중 버전의 <매드 맥스>를 찍으려고 작정한 듯이, 제작진은 파일럿의 연기자들 전원을 전투기에 태워 중력을 체험시키고 직접 전투기를 날리며 영화를 찍는 것을 고집했다. 영화의 세밀한 컷을 완성하기 위해 전투기 활공을 찍은 것만 800시간에 달한다.

 

그렇게 요행이 아닌 정면승부를 통해 얻은 결과물은 역동적이고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CG의 힘에만 기대어 ‘쉽게 만든’ 시각효과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현장감을 부여한다. 당연히 CG가 아예 없는 영화는 아닐 테지만, 극장에서 느낀 가공할 만한 핍진성의 저변에는 여타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현장의 노력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또 하나 특기할 것은 사운드 디자인이다. 세련된 비주얼에 가려진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장점 중 하나였던 세밀한 배경음 묘사는 이번 영화에도 여지없이 발휘되어, 전투기의 이착륙과 곡예비행에서 터지는 소닉붐 현상에서는 사운드 하나만으로도 4D 효과를 체감케 한다. 여기에 오리지널 스코어의 작곡가인 해롤드 펠터마이어와 한스 짐머가 참여한 OST는 작중 주인공의 감정선을 제대로 건드린다.

 

  “It’s been an honor, Captain.”
(그동안 영광이었습니다, 대령님.)

 

<탑건: 매버릭>은 장고의 끝에 나온 후속작이 가지는 10G의 부담감을 시원하게 돌파해 내며, 걸작이라 불러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36년간 기다린 관객들에게는 만족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 성공했을 것이다. 당장 비교적 늦게 매력에 빠진 필자조차도 영화를 보는 그 순간만은 비행기를 몰고 싶은 어린아이로 되돌려놓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공개되는 날을 가장 기다렸던 것은 이 영화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톰 크루즈 본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른 어느 작품보다도, 이 영화는 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약시켜 준 작품의 속편이다. 스크린에 비치는 얼굴에 주름이 좀 잡혔을지언정 인물 자체의 매력에는 변함이 없으며, 언뜻 보기에 완성형에 다다른 줄 알았던 주인공이 성장통을 겪는 과정은 극 중 배역뿐만 아니라 배우 자신의 내면이 드러나는 것처럼 더더욱 뭉클하고 각별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온갖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공할 스턴트를 해내는 톰 크루즈의 액션은 항상 관객의 즐거움과 찬사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 결과는 할리우드가 생겨난 이래 가장 눈부신 활공이자, 그 자신이 진정으로 영화계의 이단아(Maverick)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업적이 될 듯하다. 영화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매버릭이라는 단순명료한 부제는 이 영화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 금일 <탑건: 매버릭>의 VOD가 공개됐다. 하지만 이 영화를 100% 즐길 수 있는 곳은 TV나 스마트폰 스크린이 아니라는 것은 영화를 본 모두가 안다. 그러니 아직 안 본 사람들이 있다면, 무조건 극장 관람의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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