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인터뷰
25. 03. 2024.
교대역 근처, 짜장면을 시켜 놓고
워낙 사담이 많아 편집하기 어려웠다.
- 사무실이 여전하네요. 잘 지내셨나요, 선배님?
- 물론. 매우 좋다.
- 말투도 여전하시네요. 그럼, 선배님이 좋아하시는 단도직입적인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 각설하고.
- 얼마 전에 최수철 작가의 고래 뱃속에서를 가지고 강의를 하셨다죠?
- 그렇지.
- 저도 그 책을 읽은 독자로서 몇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 복잡한 네트워크 안에서 우린 어떻게 이동하고 있나요?
- 우린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가고 있다. 문명의 이기를 제대로 활용하는 중이지.
하나의 군집체가 되기 위해 모이고 있으며 개체로서의 역할보다 집단으로서의 구성원이 되라고 말하고 있다.
- 그게 참 신기합니다. 글로벌의 모토는 '빠르고 스마트하게'가 아닌가요? 마치 개인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느껴지는데요.
- 분명히 그랬지. 컴퓨터의 발명으로 인간도 그만큼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어. 그러나, 이역만리나 떨어진 사람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인터넷이 생기면서 인간은 의구심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왜 그래야 하는가'란 질문이지.
- 그렇다면, 왜 그래야 하는가란 질문을 통해 개인의 역량보단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대답을 얻은 건가요?
- 인터넷은 모두의 정보를 공개한다. 그러면서, 약한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그리고 낙오한 자가 자신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알게 됐어. 그러자, 사람들 사이에선 공포심이 생겨났다. 나도 저렇게 되면 어쩌지란 두려움이.
가뜩이나 빨라진 인터넷 세상에 감정이 전해지자 스마트보다 따뜻함이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선 거지.
어찌 보면, 이건 타당한 행동이다.
자본주의는 극대화하며 완성의 길에 들어섰고 노동의 본질은 가상 화폐의 코드 보다도 못하다.
한데 뭉쳐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현명하지.
- 이미 빨라질 대로 빨라진 세상이니 돌아보자는 말이 나오고, 지식 계층이 두터워지고 많이 배운 사람이 많다 보니 약자가 될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라고 보면 될까요?
- 그렇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젠 무식한 사람들도 목소리를 크게 낸다는 것이지. 더 이상 그게 큰 약점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 인간은 서로가 하나의 군집이 되어 유기적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해 갈 거야. 그리고 그 일은 생각보다 굼뜨고 폐쇄적이겠지.
- 그건 군집체가 되었으니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해서 발생하는 폐쇄성인가요?
- 비슷하다. 금방 끓어오르고 금세 식어버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건 이익에 따라 언제든 태도를 전환할 수 있는 기계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지.
- 그럼, 선배님은 일상의 자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너는 아직도 그런 뜨뜻미지근한 것을 믿냐?
- 그렇다는 말씀은?
- 우리에게 자유란 없다.
그렇게 믿고 싶은 정의만이 남았을 뿐이지.
우린 그저 화학적인 유기물과 호르몬의 노예야.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선택이란 존재하지도 않는다.
- 우리가 사고 싶은 것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유롭게 고른 게 아니라는 뜻인가요?
- 예시로 들 수 있는 몇 가지 중 하나지.
스마트폰을 고른다고 치자. 너는 그냥 시중에 나와 있는 물건을 고르는 것뿐이야.
그러다, 기계에 정을 붙이고는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기도 한다.
기가 차지. 기계에 정을 붙이고 그걸 생산하는 회사에 충성하다니.
- 제 생각엔 그것도 일종의 개인주의가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에게 나만이 존재한다고 믿다 보면, 스스로를 인지할 수 없게 되거든요. 그렇다 보니, 항상 손에 쥐고 있는 기계를 분신처럼 여기게 되는 거죠.
- 그게 정말 골 때리는 지점인데, 개인이란 타인이 존재해야만 유지할 수 있는 거야.
그걸 모르고,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하며 계속 나라는 존재에만 힘을 쏟아.
우리가 착각하는 지점은 항상 비슷해.
개인주의는 자유방임을 주장하는 경제 활동개념이기도 하지만, 사용할 땐 경제적인 개념으로 쓰지 않아.
타인을 배려하지 않으면 이기주의라고 부르지? 그건 우리가 개인주의를 의무가 발생하는 자유로운 권리라고 생각한다는 거야.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자유는 경제적인 것이라기 보단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거잖아.
자, 네가 말한 자유와 개인주의는 뭐였어?
- 선배님, 이건 제가 질문해야 하는 건데요.
- 각설하고.
- 제가 말한 개인주의는 개인의 가치를 최우선하는 하는 의미였고 자유란 의무를 다하는 법률적 의미였습니다. 적어도 일상이라는 경계 안에선 더욱 마음대로 할 수 있겠네요.
- 그럼, 우리가 어느 지점에서 착각하고 있는지 알겠지? 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개인주의와 자유를 혼용하고 있어. 그러니까 계속 생각을 해야 돼.
- 착각하며 생각을 멈추면 어떻게 될까요?
- 나라는 개인이 사물화 되겠지.
- 그건 마르크스주의와 관련이 있나요?
- 어느 정도는 그렇지. 개인이란 감정이 있고 서로 협력이 가능해야 하는데 사물화가 되어 버리면 물질적인 가치만 남아 버려. 객관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객체가 되어 버린 개인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어.
결국 자기 목적화로 귀결될 테지.
*우리가 고유한 나를 찾아가려면 질문이 중요하다.
그 질문을 잘하려면 생각하는 힘이 좋아야 한다.
따라서,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행실이 부실하고 사유가 깊지 않으면 생활이 가벼워진다.
그래서 읽어야 하고 써야 한다.
그것이 생각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