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우리가 새로운 무언가를 만났을 때 신선한 즐거움을 맛보듯이 독서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크리스토퍼 아이셔우드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었는데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만난 것처럼 몰입하여 독서할 수 있었다.
여러 군데에서 꽤 강렬한 인상을 받았는데 작품이 전반적으로 인간을 건조하게 내다 보고 스스로 관조하는 자세를 놓지 않는 점이 그러하였다.
따라서, 주인공 조지는 작가의 자아가 등장인물로 분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이셔우드는 조지를 통해 자신을 구경하고 있다.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동성애와 페르소나 등에 관련한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물론, 이 책이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지만 독서의 감상은 오롯이 읽은 사람의 것이니 정답은 없다.
조지는 특이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사회에 스며들고 싶지만 방황하는 상처 많은 남자일 뿐이다.
조지가 동성애자라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주변에서 그를 대할 때 조심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 지점에서, 이웃과의 대화에서 조지가 느끼는 자괴감이 드러나는 대목에 집중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나를 끊임없이 불러와 등장인물들과 비교해야만 좋은 독서다.
나만의 생각에 갇혀 사회를 비난하고 타인을 피하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다.
가면을 쓰거나 길을 잃어버린 조지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 하나의 벽이 되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비참한 조지가 있을 뿐이다.
자기 객관화가 지나치니 스스로 객체가 된다.
마지막으로, 조지를 뜻하는 대사와 함께 감상을 마친다.
선생님은 절대로 밖에 혼자 나오시면 안 돼요